KBS의 수신료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0일 광주지역공청회가 열렸다. 여당추천 및 야당추천 KBS 이사들이 수신료 논의와 관련 4가지 안을 합의한 후 실시되는 첫 번째 공청회(▷해당기사 : ‘KBS이사회, “수신료인상 원점 재논의” 의결’)로 이해당사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이날 공청회는 실망 그 자체였다. 지금까지의 논의들이 반복될 뿐 진전된 토론은 없었다.

▲ 10일 오후 3시 광주미디어센터에서 열린 'TV수신료 현실화 광주공청회'의 모습ⓒ권순택

이날 공청회에서 가장 큰 이견을 보인 부분은 수신료 인상 시기와 방법이었다. 야권이사 추천 토론자로 나선 윤석년 광주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작년 경영지표를 보면 인상해야 될 이유가 없다”고 이야기하기는 했지만 원론적인 수신료 인상에 ‘반대’를 표명하진 않았다. 그는 ‘인상시기’를 2~3년 후로 잡고 정치권에 휘둘리지 않도록 방송법 개정을 통해 수신료제도개선위원회(가칭)를 설치, KBS 수신료 문제를 검토하자는 것이 주요 토론내용이었다.

이날 공청회에 참여했던 야권이사 추천 패널들은 대체로 ‘종편채널 몰아주기 의혹’, ‘소통 부족’ 등의 이유를 들어 “서두르지 말고 국민들과 충분히 토론하자”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 그리고 이 같은 의견들은 그동안 나왔던 이야기들이다.

여권이사 추천 토론자들은 ‘소통’을 이야기하면서도 “지금 결론을 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그리고 주장을 밑받침할 타당한 논거 제시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김병국 원광대 정치행정언론학부 교수는 “소통은 할 만큼 했다”,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는 것은 과하다”는 논리를 펼쳤다. 수신료가 국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간다는 변치 않는 사실을 깜빡 잊은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왜 ‘당장’ 수신료를 인상해야 하나?’. 김병국 교수는 이 부분에 대한 타당한 근거를 댔어야 했다. 윤석년 교수의 말마따나 이병순 사장은 ‘흑자경영’을 자랑삼아 이야기했었고 김인규 사장 체제에서도 KBS는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반면 KBS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와 공정성은 하락했다. 그렇기 때문에 야권이사 추천 패널들은 ‘왜 지금 올려야 하나’라는 것에 대한 물음이 던진 것이다. 이는 단순히 수신료가 2500원으로 30년째 묶여있고 해외 어떤 나라보다도 수신료 비율이 낮다는 점과는 무관하다. 또한 당분간 선거가 없으니 지금이 적기라는 속내가 이 물음에 답이 될 수는 없다. 누가 수신료 올리지 말자고 했나. 다만 왜 ‘지금’이어야 하냐는 의문을 제기했던 것이다.

수신료 인상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2007년 한나라당이 반대해 처리되지 못한 수신료인상이 정권이 바뀐 2010년에는 민주당이 야당되더니 반대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올려야 할 때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 말에는 이번 정부에서 처리하지 못하면 차기 정권이 바뀌었을 때 또 수신료인상이 힘들어질 것이라는 점을 포함하는 주장이다.

이처럼 수신료 인상은 어떤 정권이 오더라도 현재의 구조라면 힘들 것이라는 부분에 여야를 떠나 다수의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이날 공청회에서 윤석년 교수를 비롯한 야당이사 추천 패널들 다수가 정치와 독립적인 수신료검토 기구를 만들자는 제안을 했다. 그리고 이 제안은 이미 언론·시민사회단체에서도 2007년부터 주장해온 내용이기도 하다. 그것이 KBS를 정치적으로 독립된 가운데 발전시킬 수 있는 부분이라는 점에서 나온 계책이었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여당이사 추천 패널들의 답이 나와야 한다. 그러나 그 부분에 대해서는 그 어떤 누구도 답을 하지 않았다. 그러니 토론이 될 리가 만무하다.

그 답답한 순간 윤석민 서울대 교수가 떠올랐던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수신료 인상이 바로 이뤄져야 한다는 그의 논리에 찬반을 떠나 토론을 할 줄 아는 패널이라는 점에서는 그렇다는 이야기다.

지난달 13일 여의도클럽이 주최한 ‘수신료 현실화, 필요성과 해법’에서 윤석민 교수는 “이미 구성돼 있는 대표기구 KBS이사회를 두고 제2, 제3의 기구를 거론하는 것은 논의를 더 복잡하게 만든다”면서 “그렇다면 독립적 기구 구성은 어떤 식으로 가능한가?”라는 물음을 던졌다. 만약 이런 이야기들이 어제(10일) 토론회에서 나왔더라면 논의는 한 단계 진전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답이 없으니 논의는 각자의 주장을 하는 것이 되풀이 될 뿐 높은 단계로 올라서지 못하게 된 것이다.

KBS이사회가 주최하는 다음 공청회는 오는 17일 대구에서 열리며 18일 대전, 24일 서울 등 4차례를 통해 마무리된다. 그러나 걱정이다. 광주공청회처럼 토론되지 못하고 많은 국민들이 참여하지 못한 상황에서 KBS <뉴스9>에서처럼 야권이사 추천 패널들이 줄기차게 주장하는 수신료 검토를 위한 독립적 기구 설립에 대한 언급조차 보도하지 않는 등 KBS가 자신들의 입맛에만 맞는 이야기만 듣는다면 공청회 자체가 무슨 의미가 있을지 말이다. 10일 반영된 <뉴스9>에서는 여·야이사 추천 패널 모두 공감한 ‘KBS에 지역성이 부족하다’는 발언도 빠지고, 단계적 인상방안에 대한 제안 역시 보도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정말 하나의 형식적인 절차로서의 공청회만 남는 셈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안 될 수가 없다. 때문에 남은 공청회에서라도 이런 부분들을 고려해 적절한 패널의 선정과 공청회 구성의 변경이 필요해 보인다. KBS수신료, 돌고 돌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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