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기무사 계엄령 문건'을 보고 받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가 이미 문건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 문건 보고 여부를 두고 국방부와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발언이 엇갈리면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악수하는 송영무 국방부 장관(왼쪽)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연합뉴스)

13일자 중앙일보는 전직 군 소식통을 인용해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이석구 기무사령관으로부터 문건을 보고받은 것은 지난 3월 20일"이라며 "보통 기무사는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하는 중요 사항을 청와대 민정수석실에도 함께 보낸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11일 한겨레도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고라는 게 여러 층위가 있기 때문에 딱부러지게 언제 보고했다고 특정해 말하기는 어렵지만 청와대에 보고가 된 것은 맞는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13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민정수석실은 기무사령에 따라 수집하는 방산비리, 테러, 간첩 등 범죄정보와 군 인사 검증용 자료 등을 보고받고 있다"면서도 "계엄령 문건은 최근 언론보도가 되기 전까지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국 수석의 해명은 김의겸 대변인의 발언과 배치된다. 지난 10일 김 대변인은 기무사 독립수사단 구성을 지시한 배경으로 "이번 사건에 전·현직 국방부 관계자들이 광범위하게 관련돼 있을 가능성"과 "현 기무사령관이 계엄령 검토 문건을 보고한 이후에도 수사가 진척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11일자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송영무 장관이 기무사의 위수령·계엄 선포를 검토한 문건과 관련해 전·현직 군 관계자들의 처벌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판단한 탓인지 수사 앞에서 머뭇거린 것으로 안다"고 밝히기도 했다.

보고 여부가 문제가 되자 김의겸 대변인은 "송영무 장관에게 수사 요청을 한 사실도 없고, 따라서 당연히 그 요청을 받고 송 장관이 무시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입장을 선회했다. 김 대변인은 청와대 보고 여부에 대해서는 "청와대 보고 여부는 칼로 두부 자르듯 딱 잘라 말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현재로서는 사실관계에서 회색지대와 같은 부분이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겠다"는 모호한 대답을 내놨다.

송영무 장관이 기무사 개혁 추진 과정에서 청와대와 갈등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송 장관이 기무사 장성 숫자를 9명에서 2명으로 대폭 줄이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청와대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고 한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그렇게 기무 기능을 축소하거나 없애려 하면 되겠나. 그래서 거부 당한 것"이라며 "송 장관이 다소 무리수를 둔 게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고 한다.

한편 13일 기무사 계엄령 문건을 조사할 특별수사단이 발족한다. 수사단은 해·공군 소속 군검사 10명과 검찰수사관 20여 명으로 구성됐으며,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 등을 우선적으로 수사할 예정이다. 경우에 따라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과 박근혜 전 대통령도 조사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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