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문재인 정부 들어 최초의 민간기업 정규직 전환 사례로 꼽히는 SK홈앤서비스가 원청인 SK브로드밴드로부터 수탁 받은 업무 일부를 반납하면서 '외주화'가 다시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SK홈앤서비스 대표노조인 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는 지난 9일 회사로부터 공문 한 장을 받았다. 해당 공문에서 홈앤서비스 사측은 "회사는 SK브로드밴드와 계약을 통해 인터넷/IPTV 개통, 장애처리, 상품판매 등과 관련한 업무를 수탁받아 수행하고 있다"며 "다만, 최근 임금교섭의 장기화와 쟁의참석, 고객만족도 하락, 영업 지장 등이 지속되고 있는 바, SK브로드밴드로부터 수탁받은 업무수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회사는 불가피하게 당사가 수탁받은 업무를 계약과 절차에 따라 일부 반납하게 되었다"고 노조에 통보했다.

9일 SK홈앤서비스가 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에 보낸 공문.(제공=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는 11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SK브로드밴드의 업무 외주화 가능성을 제기했다. 비정규직지부는 이번 사안에 대해 "원청인 SK브로드밴드가 마음만 먹으면 하청인 홈앤서비스의 업무를 가져가 외주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자인한 셈"이라며 "SK브로드밴드가 홈앤서비스 노동자들의 '진짜 사장'이라는 사실을 대놓고 알려준 셈이다. 직접고용 대국민약속이고 뭐고 필요 없고, 이제는 다시 예전처럼 다단계 하청시절로 돌아가겠다는 뜻"이라고 규탄했다.

비정규직지부는 실제로 SK브로드밴드가 외주업체를 통해 대체인력을 모집 중이라고 밝혔다. 비정규직지부가 공개한 문자메세지와 구인구직사이트 캡처본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는 '대체인력'이라는 문구로 기사를 모집하고 있다. 관련 문자메세지에는 "SKB파업 대체인력 구인 합니다. 6개월 이상 갑니다"라는 문구까지 있었다.

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는 실제로 SK브로드밴드가 외주업체를 통해 대체인력을 모집 중이라고 밝혔다.(제공=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

비정규직지부는 "명색이 SK그룹의 자회사인데 예전 하청업체 시절처럼 대체인력을 투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노동자들의 소박한 기대도 산산조각 났다"며 "더군다나 이 과정에서 예전 하청업체 시절 대표들까지 동원해 노동자들이 실적급으로 한 건당 1만원 남짓 받는 개통업무를 4건에 15만원을 주겠다고 사탕발림을 하고 있다고 한다. 비용이 얼마가 더 들든 노동조합의 단체행동권을 파괴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SK브로드밴드는 대체인력 투입을 당장 멈춰라. 다단계 하청시절처럼 책임회피와 노조파괴로 일관하겠다면, 차라리 홈앤서비스의 모든 업무를 다시 가지고 가라"며 "그러면 우리 노동자들은 덩치만 큰 하청이 아니라, 원청이 직접고용하라는 싸움을 시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해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11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노조의 게릴라식 파업 때문에 고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어 회사는 고객 불편 사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며 "대체인력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인력을 확보해 업무 수행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관계자는 "노조의 주장처럼 과거로 회귀하고자 하는 것은 전혀 아니"라며 "고객 불편사항을 해소하려는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SK브로드밴드는 인터넷 및 IPTV 설치·수리 업무를 담당하는 기사들을 하청업체를 통해 비정규직으로 간접고용 해왔으나 지난해 5월 자회사 '홈앤서비스'를 설립해 하청업체 기사들을 정규직 고용했다. 그러나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과 '포인트제'로 대표되는 실적급의 비율이 5:5인 임금체계로 인해 노동자들이 실적에 목매 초과근무를 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편입된 노동자들과 홈앤서비스 사측의 교섭이 장기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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