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조작단 사건에 깊숙하게 개입되어 있던 인물인 양승태가 대법원장이 된 것 자체가 문제였다. 이명박근혜 정권의 문제는 양승태 같은 인물을 대법원장으로 임명하는 순간 더욱 명료해졌다고 할 수 있다.

추락한 사법부;
사법 정의를 되찾기 위한 유일한 방법, 철저한 수사를 통해 적폐 청산하는 것

사법부를 믿을 수가 없다. 개인의 안위를 위해 사법 거래를 한 사실이 모두 드러난 상황에서 그들의 판결을 어떻게 믿을 수 있다는 말인가? 법치국가에서 법을 믿을 수 없게 만든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판사들이다. 누구보다 강직하고 중립적이어야 하는 판사들이 사법 거래를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들은 이미 존재가치를 잃었다.

판사는 개개인이 독립적인 법집행기관이다. 그만큼 판사의 권위는 중요하다. 양승태가 대법원장이 되는 순간 모든 사법체계가 무너졌다. 박정희 시절 간첩조작을 일삼았던 김기춘은 승승장구했다. 그리고 1심 판결을 맡아했던 양승태는 조작에 적극 가담한 판사이기도 했다.

MBC 시사 프로그램 PD수첩 '양승태의 부당거래' 편

<PD수첩>의 이번 방송 내용은 새롭지는 않다. 이미 양승태와 대법원에 대한 이야기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공개되었기 때문이다. 새롭게 다가온 부분은 양승태 밑에서 충성을 다했던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최선을 다해 도주하는 장면이었다.

좀처럼 얼굴이 보이지 않았던 임 전 차장은 세상이 분노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여유롭게 조깅을 하고 있었다. 취재진이 다가가자 도주하기 시작하는 그의 모습은 추악해 보일 뿐이었다. 방송 자체를 기피할 수는 있다. 이는 정당하게 요구하면 될 일이다.

임종헌 전 차장이 그렇게 도주하는 모습은 양승태 시절 대법원이 얼마나 망가졌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대목이었다. 피디는 무슨 죄라고 뛰면서까지 질문을 해야 하는지 참 안쓰럽기까지 했다. 평소 조깅을 하던 실력으로 취재를 피해 도주하고 길거리에 세워진 택시를 잡아타고 떠나는 임 전 차장의 모습 속에 현재의 사법부가 존재했다

양승태가 저지른 죄로 인해 수많은 이들은 고통을 당했다. 심지어 그의 잘못된 탐욕 때문에 노동자들은 죽음을 선택해야만 했다. 故 김주중은 부당해고에 맞서 싸웠다는 이유로 엄청난 빚을 떠안아야 했다. 쌍용차 해고 노동자의 삶은 사법부가 내린 엄청난 빚과 복직을 위해 싸우는 힘겨운 삶이었다.

부당 해고 노동자들은 복직을 위해 싸우다 30명이 사망했다. 왜 그들은 그렇게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까? 2심까지 복직이 확정되었지만, 양승태가 이끄는 대법원은 판결을 뒤집었다. 그리고 이 사실을 박근혜에게 충성 맹세를 하듯 보고서로 만들기도 했다.

노동자 탄압이 어디 쌍용차만의 문제겠는가. KTX 여승무원 복직 역시 양승태 대법원이 뒤집었다. 전교조에게 전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법외노조'라는 말도 안 되는 이름을 붙여 탄압한 것 역시 양승태의 작품이다. 통진당 해산 명령 역시 현대 사회에서 그 어느 나라에서도 존재하지 않았던 헌법 파괴적인 결정이었다. 이 역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만든 충성 결과다.

MBC 시사 프로그램 PD수첩 '양승태의 부당거래' 편

일본에서 살다 제주도에 정착하기 위해 왔던 오재선은 억울하게 간첩이 되어야 했다. 그가 간첩이라는 된 것은 버스 시간을 확인했다는 이유다. 여기에 제주에 들어선 당시 가장 컸던 칼 호텔을 확인했다는 것이 간첩 활동이라고 한다. 그런 이유로 간첩이 된다면 세상 모두가 간첩일 수밖에 없었다.

당시 경찰은 아무런 잘못도 없는 이에게 잔인한 고문을 해서 간첩으로 만들고, 검찰은 이를 토대로 법정에 세운다. 그리고 공안 판사는 간첩 사건으로 규정해 강한 선고를 한다. 당시 공안 정권이 만든 사법 적폐의 상징적인 모습들이다. 오재선은 당시 고문 피해로 인해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

잔인한 고문의 흔적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고문한 형사는 모든 것을 부정하고 있다. 재심 판결이 나온 후에도 그가 부정할지 알 수는 없지만, 이 말도 안 되는 간첩조작사건에서 오재선에게 7년을 선고한 자가 당시 제주법원에 있던 양승태 판사였다. 고문했던 사실과 버스 시간표를 물어봤던 것이 간첩 행위라는 내용이 명시된 조서를 읽고 서명한 후 판결을 내린 자가 바로 양승태였다.

MBC 시사 프로그램 PD수첩 '양승태의 부당거래' 편

김기춘의 간첩조작사건에 적극적으로 합류한 공안 판사 양승태. 당시 사법부의 많은 자들이 간첩조작사건에 개입했었다. 양승태의 경우 그중 간첩조작사건을 6번이나 담당했다. 판사 중 1등이다. 이중 5명은 재심을 통해 무죄를 판결 받았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오재선은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다. 내용을 보면 오재선이 간첩일 수 없음은 초등학생도 알 수 있을 정도다. 억울하게 간첩 누명을 쓴 여섯 명의 삶과 그의 가족들을 파괴한 자가 바로 양승태라는 의미다.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는 긴급조치위반 사건 역시 양승태는 12건으로 1위다. 공안 판사로서 혁혁한 공헌을 한 그를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대법원장에 임명했다. 그의 전력을 몰랐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그런 전력을 가지고 있는 자이기 때문에 대법원장에 임명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사법 거래를 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말이다. 여전히 대법원에서는 사법 거래는 있지도 않았고, 그럴 수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디가우징으로 자료를 지우고, 여전히 증거를 내놓지 않으면서 사법 거래를 하지 않았다는 공허한 주장만 하는 사법부에 개혁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MBC 시사 프로그램 PD수첩 '양승태의 부당거래' 편

잘못된 판결로 억울한 피해를 입은 국민들에게 보상을 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하지만 양승태는 이마저도 부당하다며 보상금을 빼앗는 짓까지 서슴지 않았다. 인간이기를 포기한 그 자가 '상고법원'에 집착한 이유는 그렇게 스스로 왕이 되고자 했기 때문이다.

판사들의 인사권을 모두 쥐고 있는 대법원장은 대법원 밑에 다시 그에 준하는 기관을 둠으로써 보다 많은 판사들이 자신을 향해 충성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을 것이다. 스스로 왕이 되고자 했던 파렴치한 공안 판사는 사법부 전체가 붕괴 직전이지만 여유롭게 등산을 간다.

체육대회를 만들어 찬양을 받는 장면을 보면 그는 교주이기도 했고, 공안 판사로서 가장 적대시해야 하는 북한의 독재자와 비슷한 체험을 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절대적인 권력을 가지고 싶었던 자와 그런 그에게 맹목적 충성을 맹세하며 출세를 하고 싶었던 판사들은 그렇게 스스로 사법부를 파괴했다.

사법부가 권위를 되찾는 방법은 단순하다. 잘못된 일을 한 모든 자들이 당당하게 법의 심판을 받게 하는 것이다. 그 과정이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 해도 법 앞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음을 그들 스스로 보여주지 않는 한 신뢰를 되찾을 수는 없다. 촛불 혁명 후 시민들은 과거의 그들이 아니다. 그것만은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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