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조선일보가 국군 기무사령부의 ‘전시 계엄 및 합수 업무 수행 방안’ 문건을 옹호하고 나섰다. 기무사의 계엄령 발동 문건에 대해 조선일보는 “탄핵 찬반세력의 국가 전복 상황 때 군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며 반문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탄핵 찬반세력이 국가를 ‘전복’하고 ‘폭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기무사의 시대착오적 발상을 옹호하고, 계엄령이 실제 발동했을 때의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조선일보는 <탄핵 찬반세력 국가 전복 상황 때 군은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11일 자 사설을 통해 “이 문건은 탄핵 심판 직전 상황에서 그야말로 극단적인 최악의 상황에 대한 대처 방안을 검토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선일보는 “탄핵 선고를 앞두고 찬반 양측 국민은 수십만 명씩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대치했다”며 “헌재까지 행진하며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를 내놓으라고 압박성 시위를 벌였다”고 말했다. 이어 “탄핵 선고가 어느 쪽으로 나오든 국가적 혼란이 오는 것이 아니냐고 많은 국민이 걱정했었다”고 밝혔다.

7월 11일 조선일보 사설 : 탄핵 찬반 세력 국가 전복 상황 때 군은 어떻게 해야 하나

조선일보는 “헌재 결정이 분노한 쪽에서 폭동을 일으키고 문건에 언급한 대로 정부 종합청사, 국회, 대법원, 한국은행, 국정원 등이 점거되는 사태가 발생했다면 군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며 “국가 전복·마비 상황이 실제 벌어질 경우에 대비한 비상 계획과 법적 절차 등을 검토조차 하지 않을 수는 없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국가적 혼란이 발생할 수 있었다”며 계엄령 발동 문건을 합리화했다. 하지만 기무사 문건의 내용처럼 실제 “청와대·국회·국방부·합참본부·광화문 일대·헌재 등에 탱크 200여 대, 장갑차 550여 대, 병력 4800여 명이 투입돼 발생할 수 있는 사태에 대해서는 애써 무시하고 있다. 계엄령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는 외면하고 있는 셈이다.

계엄령 발동 계획문건은 애초에 존재해선 안 될 것이었다. 탄핵 찬반세력에 의한 사회적 혼란, 계엄령 발동 모두 실현될 가능성도 작았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말처럼 “탄핵 반대 세력에 의한 과격 폭력 시위”를 이유로 서울로 탱크와 무장병력이 들이닥쳤다면 시민은 이를 용인할 수 있었을까. 큰 비극이 벌어질 수 있는 일이었다.

조선일보는 최악의 경우·국가 전복·폭동 등을 운운하며 계엄령 발동 문건을 옹호하고 있다. “혹시라도 폭동이 일어났을 수 있다”는 가정으로 “혹시라도 계엄령이 발동됐다면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는 가정을 무시하고 있다. 문건의 실체가 기무사만의 망상이었는지, 쿠데타였는지는 향후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고 아직 단정할 수 없다. 하지만 기무사 문건이 만들어진 맥락 자체 무시한 채 “만약에 폭동이 일어났으면 어쩔뻔했냐”는 식으로 사안을 바라보는 조선일보의 시각은 심히 위험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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