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천수의 축구 인생이 또 한 번 시작된다. 이번에는 정말 아무 문제 없이 성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연합뉴스
한때는 그래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선수였습니다. 그의 발끝에 온 국민들이 환호했고 키 큰 선수들을 상대로 당돌한 모습으로, 최선을 다 하는 플레이를 펼칠 때는 큰 박수 갈채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잇단 구설수와 튀는 행동으로 국내 축구계에서 '찍히다시피' 했고, 결국 그는 중동으로 '도망쳐' 나갔습니다. 그러나 또 한 번 중동에서 임금 문제로 계속 해서 시련을 겪은 뒤 한국에 조용히 귀국했고 조기 축구 선수 생활을 전전하면서 말 그대로 나락으로 떨어지기까지 했습니다.

그럼에도 그의 축구에 대한 열정은 끊임이 없었고 마침내 일본 J리그 오미야 아르디자에 어렵게 입단하는데 성공하면서 새로운 축구 인생을 모색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는 바로 한때 '축구 천재'로 불렸던 사나이, 이천수입니다.

이천수가 드디어 방황을 끝냈습니다. 이천수는 무적 신분을 청산하고 일본 J리그 오미야 아르디자 입단테스트를 거친 뒤 마침내 오늘(10일), 오미야와 입단 계약을 맺는데 성공했습니다. 비록 올 시즌 끝날 때까지만 계약하기로 했지만 활약 여부에 따라 더 둥지를 틀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습니다. 일단 이천수는 사우디 아라비아 알 나스르에서 나온지 약 5개월 여 만에 새로운 팀에 입단하게 되면서 활로를 모색할 수 있게 됐습니다. 구체적인 계약 조건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어쨌든 다시 뛸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싶을 정도입니다.

독일월드컵 토고전에서 원정 첫 승의 신호탄이 된 통쾌한 프리킥 골을 넣은 뒤 이천수는 내리막길을 걸었습니다. 2007년 그토록 바랐던 유럽 무대에 다시 진출(2004년 스페인 레알 소시에다드 때 첫 진출)해 네덜란드 페예노르트에서 꿈을 이루는 듯 했지만 현지 적응에 실패하며 K-리그로 들어왔고, 수원과 전남에서 잇달아 구설수에 올라 결국 쫓겨났던 그였습니다. 특히 전남 시절 리그 개막전에 '주먹감자 세레모니'로 출장 정지를 당해 반성하겠다고 한 지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구단과의 마찰, 에이전트 문제로 핫이슈로 떠오르며 '문제아'로 제대로 찍혔습니다. 그에게 날개는 없는 것처럼 보였고, 사람들의 시선은 완전히 부정적으로 돌아서고 말았습니다.

사실 이천수가 새로운 팀에 입단할 가능성은 다소 어렵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서 소개한 다양한 문제들, 특히 K-리그에서 전 소속팀 전남과 안 좋게 결별하면서 '임의 탈퇴' 선수로 낙인찍혀있는 상황이었고, 이 때문에 K-리그 복귀는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여기에다 전 소속팀 알 나스르에서도 이적 동의서 발급을 계속 늦추는 텃세를 부리던 상황에서 이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에이전트가 없어 홀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천수의 재능을 알아본 오미야 구단이 일본축구협회(JFA)에 진정서를 넣고 급기야 국제축구연맹(FIFA)에서도 문제 해결에 동참하면서 정말 우여곡절 끝에 새 둥지를 틀 수 있었습니다. 축구선수로서 성공적인 생활을 펼치고 싶어 했던 이천수에게 일단 다시 한 번 기회가 주어진 것입니다. 조용하게 조기 축구를 전전하며 몸만들기를 했던 것이 헛된 것이 아니었음을 증명해 보이면서 이천수는 일본에서 새롭게 거듭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을 것입니다.

일단 이천수가 '큰 문제만 일으키지 않고', 평소 했던 몸관리를 최대한 정규 경기를 뛸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려 자신의 기량을 보여준다면 J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칠 가능성은 높습니다. 현재 오미야 팀에 마토, 안영학 등 한때 한솥밥을 먹었던 옛 수원 동료들이 있는데다 독일월드컵 멤버로 함께 활약했던 이호 역시 오미야로 이적해 함께 뛸 수 있게 돼서 적응에는 큰 문제가 없을 전망입니다. 이렇게 될 경우, 동료들로부터 큰 힘을 얻고 자신만의 최고 기량을 마음껏 펼쳐 보여준다면 연착륙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봅니다. 조급하게만 생각하지 않고 하위권에 처져있는 팀의 중심 역할을 서서히 해낸다면 예전의 빼어난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물론 이천수가 J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다고 하여 그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쉽게 거두어지지 않을 것은 분명합니다. 그래도 자신만의 꿈을 위해 남들이 보기에는 무모하고 튄다는 생각이 강하게 느껴지는 면이 있어도 이천수다운 당돌한 면이 오히려 이천수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마디로 우리나라에도 이런 선수가 있구나 하면서 새로운 흥alt거리를 제공하는 면에서 이천수의 존재가 나름대로는 의미 있다는 얘깁니다. 잦은 문제로 조금은 그에 대한 시선이 부정적일 수는 있어도 시련을 잇달아 극복하고 축구에 대한 열정 하나만으로 뭔가 새로운 도전을 펼치려 하는 것만큼은 높이 평가해야 마땅하다고 봅니다.

그의 일본 생활이 순탄할 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20대 중후반 혈기왕성한 시기를 제대로 보내지 못하고 지금껏 어려운 시간을 계속 해서 보냈던 만큼 축구 인생 최고의 황금기가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최고의 테크니션, 당당한 플레이로 부활한 이천수의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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