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호가 마침내 출항합니다.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11일 저녁,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나이지리아와의 평가전을 위해 9일 오후, 파주 국가대표 트레이닝 센터(NFC)에 소집됐습니다. 저마다 새로운 목표와 큰 꿈을 갖고 NFC에 입성한 대표팀 선수들은 힘찬 출발을 다짐하고 있습니다.

경기에서 이기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색깔 있는 축구, 새로운 선수들이 얼마나 좋은 경기를 보여줄 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기술 축구, 스페인식 패스 축구'를 강조하고 있는 조광래 감독만의 색깔 있는 축구가 첫 선을 보이는 가운데, 과연 어떤 선수가 '조광래식 축구'에 부합하는 활약으로 '황태자'로 떠오를 것인지 주목됩니다.

그동안 대표팀에서는 감독의 기대와 총애를 받으며 거듭난 선수를 두고 '황태자'라는 별칭을 붙여줬습니다. 거스 히딩크 감독 시절, 끈끈한 플레이와 멀티 플레이 능력을 제대로 선보인 박지성, 송종국, 이영표 등이 그랬고, 허정무 감독 시절에도 이근호, 곽태휘 등이 대표팀에서 제몫을 다해주며 황태자 별칭을 받았습니다. '황태자'는 주로 꾸준하게 경기에 출전해 감독 스타일에 잘 맞는 축구를 구사하면서 팀에 좋은 활약을 펼치는 선수를 필수 조건으로 걸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조광래 감독이 추구하는 방향, 그리고 좋아할 만 한 선수 스타일은 어떨까요. 정교한 패스플레이와 안정된 공-수 능력을 겸비하며, 무엇보다 빠른 사고방식으로 기술 축구를 구사할 만한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 선수를 선호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워낙 기술 축구를 절대적으로 추구하다보니 그에 맞게 지능적이고 창의적인 선수를 좋아한다는 얘기인데요. 특히 9일, 나이지리아전 공식 기자회견에서 직접적으로 "공격에서도 뒤에서 구경하는 선수는 절대 반갑지 않을 것"이라며 공격, 수비에서 전 포지션이 적극적인 플레이를 펼쳐야 한다고 주문, 자신의 팀에서 롱런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기량만 놓고 봤을 때 남아공 월드컵을 뛴 선수를 제외하고 황태자 자격을 어느 정도 갖춘 선수를 꼽는다면 누가 있을까요. 바로 경남 FC의 윤빛가람과 수원 삼성의 백지훈을 거론할 수 있겠습니다. 윤빛가람은 조광래 감독이 맡았던 경남에서 완전히 새로운 선수로 거듭나며 떠오르고 있는 신예입니다. 뛰어난 축구 지능을 바탕으로 정교하고 빠른 패스 플레이와 움직임이 좋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백지훈 역시 이에 뒤지지 않으면서도 경험도 적당하게 갖춰 4년 만에 복귀한 대표팀에 빠르게 적응하기만 하면 황태자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측면 풀백 자원인 최효진(FC 서울)도 주목해 볼 만 합니다. 3-4-2-1라는 새로운 카드가 나온 가운데서 가장 기대를 모으고 있는 선수입니다. 수비 자원이지만 기동력이 좋고 공격적인 성향이 강해 전술적 가치가 높다는 평가도 받고 있습니다. 조광래 감독이 스리백 가동시 양 측면 선수들을 공격적으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이에 딱 들어맞는 최효진이 어떤 활약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황태자로 거듭날 가능성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 조광래호 황태자로 거듭날 가능성이 있는 지동원 ⓒ연합뉴스
뛰어난 기술과 높은 골결정력을 자랑하는 지동원(전남 드래곤즈)도 황태자 후보로 거론됩니다. 올 시즌 컵대회 등을 포함해 10골을 넣고 있는 지동원은 나이(19세)답지 않은 대담한 공격력으로 마침내 대표팀까지 이름을 올렸습니다. 공격뿐 아니라 미드필더도 볼 수 있어 다양한 포지션 소화를 선호하는 조광래 감독 스타일에 딱 맞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창조적인 공격수로 평가받는 지동원이 공격에 활력소를 불어넣는다면 역시 황태자가 될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그 밖에도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활발한 활동량과 감각적인 플레이로 강한 인상을 심어준 김민우(사간 도스), "수비수로서 기대된다."라면서 조광래 감독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중앙 수비 자원 홍정호(제주 유나이티드) 등도 새로운 황태자로 떠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평가입니다. 이렇게 황태자 자원이 많은데다 이번에 발탁되지 않았지만 석현준, 손흥민, 구자철 같은 다른 젊은 선수들의 도약 가능성도 있어 대표팀 내 '황태자 싸움'은 그야말로 치열하게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역대 어느 대표팀이든 감독의 스타일에 맞는 활약을 보이며 주축으로 새롭게 거듭난 선수는 많았습니다. '선진 축구, 세대 교체'를 모토로 하는 이번 조광래호에서 과연 어떤 선수가 '황태자' 칭호를 받으면서 한국 축구를 이끌 새로운 자원으로 거듭날지 관심 있게 지켜봐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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