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위원장 이효성)가 KBS·MBC 등 공영방송 이사후보자 공모 절차를 진행중인 가운데 정치권 개입 여지를 원천 차단해야 한다는 시민사회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방통위는 이번 공영방송 이사 임명·추천 과정에서 지원자의 지원서를 공개하고 시민의견을 수렴하는 등 투명성을 강화했다는 입장이지만 언론시민사회는 정치권 추천 여지가 여전하다고 보고 있다.

전국 241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방송독립 시민행동'은 10일 성명을 통해 "공모 일주일이 겨우 지난 오늘 어느 정당이 어떤 인사를 밀고 있다는 소문마저 돌고 있다"며 "방통위는 결국 밀실에서의 정당배분, 짬짬이 인사 가능성을 열어둔 퇴행적인 행태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전국 241개 시민사회 단체로 구성된 '방송독립 시민행동'은 2일 방송통신위원회가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계획안을 의결한 직후 방통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통위의 결정을 규탄했다. (미디어스)

앞서 방통위는 지난 2일 지원자 정보 공개, 시민의견 수렴 등의 내용을 담은 공영방송 이사 선임에 대한 계획을 확정하고 공모를 개시했다. 그러나 그동안 언론시민사회가 요구해온 '시민검증단' 내용은 빠졌으며 지원서를 내·외부용으로 이원화해 시민단체 반발이 거세게 일었다.

방통위의 공영방송 이사선임 계획을 살펴보면 시민들에게 공개되는 외부 지원서인 '국민 열람 지원서'에는 추천인란이 없다. 반면 방통위 상임위원들이 받아보는 내부 지원서에는 추천인란이 포함돼 있다. 내부 지원서는 공개되지 않는다.

공영방송 이사후보자 심사 과정에서 시민의견이 얼마만큼 반영되는지 알 수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방통위는 홈페이지를 통해 이사후보 지원자에 대한 시민의견을 수렴한 후 이를 보고서 형태로 방통위 상임위원들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시민들은 방통위 홈페이지에 공개된 각 지원자에 대해 질의나 평가를 실명으로 게재할 수 있다. 그러나 이사후보 지원자에 대한 방통위 심사과정은 비공개로 진행된다. 상임위원들에게 시민의견이 전달되기는 하지만 이를 각 위원들이 심사에서 얼마만큼 반영할지는 알 수 없다.

그동안 방통위는 공영방송 이사 선임에 있어 관행적으로 여야 정치권의 추천을 받아 이사들을 임명·추천해왔다. 그마저도 비공개로 진행돼 '밀실 인사', '정실 인사'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번 방식에서도 '추천'과 '비공개'라는 심사 관행이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아 관행적인 정치권 추천을 사실상 배제하기 어렵다는게 언론시민사회의 지적이다. 방송법 등 관련법률에 따르면 공영방송 이사 임명·추천 권한은 방통위에 있다.

방송독립 시민행동은 "방통위가 의혹을 피하려면 누가 어떠한 이유로 추천했는지의 정보를 당당히 밝히든지 아니면 정치권의 개입을 거부한다는 선언을 해야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사후보 지원자가 공개되는 16일부터 ▲공영방송 이사에 대한 기준 공표 ▲이사후보자에 대한 자체 시민검증단·제보센터 운영 등의 행동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주무부처인 방통위 뿐만 아니라 불법적 관행을 현실화하는 여야 정치권에도 비판이 제기된다. 방송독립 시민행동은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정치권은 공영방송 이사회에서 손 떼라"며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각 당 원내대표실에 제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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