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전북현대가 올시즌 후반기 K리그 선두 경쟁에 있어 최대 고비 가운데 하나였던 FC서울과의 경기를 짜릿한 한 골차 승리로 장식하며 리그 2연패를 향한 힘찬 발걸음을 이어갔다.

전북은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쏘나타 K리그 2010 15라운드 경기에서 후반 12분 터진 에닝요의 천금같은 선제골을 끝까지 잘지켜내며 1-0으로 승리, 최근 8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이어가는 한편 서울의 9경기 연속 무패 행진에 제공을 걸며 중간전적 9승 4무 2패 승점 31점으로 제주 유나이티드에 골득실차에서 뒤진 리그 2위에 랭크됐다.

이날 경기를 이겼다면 승점 33점이 되어 리그 선두에 오를 수 있었던 최강 전력의 서울을 상대로 그것도 간판 스트라이커 이동국이 이전 경기에서 퇴장을 당해 결장한 가운데 거둔 승리라는 점에서 전북으로서는 승점 3점 이상의 의미를 갖는 중요한 승리였다.

이렇게 이날 경기의 결과는 전북의 승리로 마무리 됐지만 경기의 내용, 특히 에닝요의 선제골이 들어간 이후의 경기 상황은 사실 완전한 서울의 페이스였다.

이날 경기 전체 기록을 놓고 살펴보더라도 전북이 8개의 슈팅을 기록한 반면 서울은 무려 16개의 슈팅을 시도하고도 단 한 골도 성공시키지 못했다. 서울이 이날 시도한 16개의 슈팅가운데 대부분은 선제골을 허용하고 난 이후의 슈팅이었다는 점에서 전북이 선제 득점 이후 얼마나 어려운 경기를 펼쳤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전북이 끝내 승리를 지켜낼 수 있었던 것은 골키퍼 권순태의 눈부신 선방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날 권순태는 특유의 빠른 판단력과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로 서울의 파상공세를 막아냈다. 물론 후반 중반부에 서울 김진규의 프리킥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오는 행운도 따라주기는 했으나 경기 전반적으로 볼 때 전북 수비진이 안정감 속에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이끈 권순태의 활약은 눈부셨다.

현재 K리그 중간 순위에서 플레이오프 진입 가능 순위인 6위 안에 들어 있는 팀들의 골키퍼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전현직 대표팀 골키퍼를 지낸 선수들이다. 대표팀과 인연이 거의 없다시피 한 골키퍼는 전북의 권순태와 제주의 김호준 정도.

그런 가운데 권순태는 다른 5개 팀 골키퍼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자랑거리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K리그 우승 경력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경력을 동시에 갖고 있다는 점이며, 그런 우승 경력에 있어 권순태 스스로 주역이었다는 사실이다. 이와 같은 경력은 K리그 전체를 통틀어도 드물다.

권순태는 1984년생으로 제주 김호준과 동갑이고, 2010 남아공 월드컵 주전 골키퍼로 활약한 정성룡 보다는 1년 선배로 지난 2006년 전북에 입단한 프로 5년차 선수다. 앞서 언급한 다른 6강 팀들의 골키퍼들과는 프로 경력에서나 대표팀 경력면에서 뒤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전북 입단 이후 쌓아온 풍부한 K리그 출전경험과 K리그 플레이오프, AFC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를 거치며 쌓아진 큰 경기경험은 최근 권순태의 플레이를 더욱 더 견고하게 만들고, 그의 나이나 경력에 비해 훨씬 원숙한 플레이를 펼칠 수 있게 만드는 자양분이 되고 있다.

권순태 스스로는 좀처럼 대표팀의 부름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 대해 섭섭함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전북의 최강희 감독으로서는 내심 권순태가 대표팀에 차출되지 않고 꾸준히 전북의 골문을 지켜온 것에 대해 큰 만족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권순태는 비록 국가를 대표하는 대표팀의 선수는 아니지만 한국의 프로축구를 대표하는 K리그 대표 골키퍼라고 할 수는 있다.

권순태의 나이는 이제 20대 중반을 넘어서고 있다. 지금은 'K리그 대표 골키퍼'라는 타이틀 하나로 만족하고 있지만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예선과 본선이 열릴 때 쯤에는 그가 정성룡, 김영광, 김용대 등과 함께 월드컵 최종 엔트리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을 상상하는 것도 전혀 어색한 일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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