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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언론이 사는 법] ⑧ CBS 김현정의 뉴스쇼[인터뷰] 김현정 PD "라디오에는 인간미와 숨이 있다. 지금 라디오를 켜달라"
윤수현 기자 | 승인 2018.07.10 08:47

편집자주 = 경제에 위기가 없던 적은 없다. 저널리즘의 위기라는 진단도 마찬가지다. 언제나 저널리즘은 위기였다. 그러나 경제 호황은 있어도 저널리즘 호황이라는 말은 없다. 다른 영역이기 때문일 게다. 방금 전까지 저널리즘은 ‘언론이 질문을 못 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터널 속에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저널리즘 위기는 질문의 방식을 묻는다. 정해진 결론은 없다. 미디어스는 질문의 방식을 묻고 있다고 판단되는 언론에 대해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한다. 질문의 방식은 다양하며 다양함 속에 길이 있다고 믿는다.

CBS 김현정의 뉴스쇼 (CBS)

[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이 언론이 사는 법' 최초로 매체가 아닌 방송 프로그램을 인터뷰했다. ‘CBS 김현정의 뉴스쇼’가 그 주인공이다. ‘김현정의 뉴스쇼’는 2008년 5월 시작해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CBS 표준FM’을 대중적으로 알린 프로그램이며 손석희 현 JTBC 사장과 함께 아침 시사 라디오를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현정의 뉴스쇼’에는 ‘꾸준함’이 있다. 2008년 프로그램을 처음 시작할 때 청취율은 0%대를 맴돌았다. 낮은 방송 인지도·채널파워로 인해 인터뷰이 섭외도 쉽지 않았다. 프로그램명을 듣고 거절하기 일쑤였다. 하루하루가 전쟁이었고, 위기였다고 한다. 

위기는 꾸준함으로 극복됐다. 심야에 사건이 터지면 모든 제작진에 비상이 걸렸고, 사건 당사자를 찾아내 아침 라디오로 이끌었다. 정치인·유명인 섭외로 프로그램 인지도를 높이지 않았다. 우리 주변에 있는 시민, 사건의 주인공에게 마이크는 찾아갔다. 진행자이자 기획자인 김현정 PD는 1년간의 휴식을 제외하곤 스튜디오를 벗어난 적이 없었다. 

그렇게 5년이 지나자 위기는 기회로 찾아왔다. 청취율은 안정기라고 할 수 있는 1%대를 뛰어넘더니 이제 3%대에 접어들었으며, 정치인·유명인이 뉴스쇼로 향했다. 특히 시사 프로그램은 청취율 수치로만 설명할수 없는 무형의 가치가 ‘사회적 영향력’인데, 뉴스쇼는 그 부분에서 가장 앞서가는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외적인 수상도 이어졌다. 2015년부터 4년 연속 ‘한국방송대상 작품상’을 받았다. 한국PD대상은 3차례 수상했다(2014년 올해의 PD상, 2016년 작품상, 2017년 실험정신상). 이제 ‘김현정의 뉴스쇼’는 CBS라는 채널을 넘어, 아침 라디오를 대표하는 프로그램으로 거듭났다. 

미디어스는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제작자·진행자를 맡고 있는 김현정 PD를 만나 뉴스쇼의 어제와 오늘, 라디오의 내일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김현정 PD (김현정 PD 제공)

Q. 프로그램을 인터뷰하는 건 처음이다. ‘김현정의 뉴스쇼’에 대한 영향력을 실감하는가

A. 사실 온종일 회사에서 일만 하고 밖에 나가지 않아 프로그램의 영향력을 잘 실감하지 못했다. 그런데 가끔 강연을 가면 깜짝 놀란다. 정말 많은 사람이 김현정의 뉴스쇼를 듣는다고 하더라. 처음에는 “이 사람들이 날 어떻게 알지? 모두 시사에 관심 있는 사람도 아닐 건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그램 경력이 10년 정도 되니까 이렇게 되더라. 라디오만 하고 끝난다면 파장이 크지 않을 건데 우리 프로그램의 인터뷰는 다시 기사화가 된다. 프로그램이 끝나면 기사가 나가고, 종편에서 재인용을 한다. 그 파급력이 상당하다.

그래서 부담도 느낀다. 청취율이 0.2%였던 초창기에는 인터뷰 섭외 자체가 어려웠다. 그래서 무슨 말을 해도 상관없었는데, 이제는 조심해야 한다. 말 한마디 한마디를 신중하게 하고 있다.

Q. 아침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는 보통 교수, 전문직, 방송인이 맡는다. 자사 PD나 기자가 진행하지는 않는다.

A. 많이 알려진 이야기인데, 운명처럼 진행자를 맡게 됐다(본래 김현정 PD는 음악 PD였다. CBS '조규찬의 꿈과 음악 사이에' PD로 있던 중 진행자인 조규찬 씨가 프로그램에 늦게 도착했고, 이를 메우려고 잠시 진행자를 맡게 된 후 앵커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난 전면에 나서고 그러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다. 하지만 ON AIR에 빨간 불이 들어오고, 내 말에 청취자가 반응을 해주는 것에서 매력을 느꼈다. 후천적 적성이었다.

Q. 채널파워를 무시할 수 없다. CBS는 유서 깊은 매체지만, 강한 매체는 아니다.

A. 음식점 비유를 들면 적당하다. 채널파워가 강한 곳은 백화점 내 푸드코트와 비슷하다. 푸트코트 내 음식점은 일정한 수준의 맛만 낸다면 장사가 보장된다. 하지만 CBS 같이 채널파워가 약한 곳은 남한산성 밑 닭볶음탕 집과 같다. 음식 맛이 기가 막혀야 살아남을 수 있다. 1~2시간 차를 타고 올 만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 

청취자를 남한산성 밑으로 찾아오게 만들기까지 5년이 걸렸다. 5년 동안은 미친 듯 일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당시엔 나를 포함해 4명의 제작진이 밤새워 일했다. 자정에 사건이 발생하면 당사자를 아침 7시까지 스튜디오로 불러왔다. 그러니 반응이 있었다. (한숨) 정말 힘들었다. 5년 동안 위기를 겪으니 시너지가 생겼다. 임계점을 넘는 느낌이랄까? 보통 라디오에선 임계점을 청취율 1%라고 말한다. 우리도 1%가 넘으니 속도가 붙기 시작하더라. 지속성이 생겼다는 뜻이다. (실제로 수도권 기준 500여개의 프로그램 중 청취율 1%를 넘는 방송은 그리 많지 않다 - 기자의 말)

CBS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매체다. 역사도 오래됐다. 하지만 대중적으론 그리 알려지지 않은 게 사실이다. 특히 음악 FM은 잘 나갔지만, 표준 FM은 그렇지 않았다. CBS는 고정 청취자가 적었고, 이를 확보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 것이다.

이젠 ‘김현정의 뉴스쇼’를 들으러 들어왔다가 CBS에 머무르는 사람이 늘었다. 라디오 청취자는 한번 모셔오기 어렵지, 우리 애청자로 바꾼다면 쉽게 나가지 않는 특성이 있다. 청취자들은 디지털과 다르게 신중하고, 아날로그적인 성격을 지녔다. 뉴스쇼를 시작으로 CBS에 머무는 사람이 늘었다. 긍정적인 효과라고 생각한다.

Q. 제작진이 10명이다. (PD·기자 7명, 작가 2명, 진행자 1명) 압도적인 제작진이다. 장단점이 있을 것 같다

A. 나를 포함해 3명이 프로그램을 만들 때부터 시작해 10년이 지났는데 단점은 전혀 없다. 우선 여러 제작인이 분업해 일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신속하고 깊이 있는 섭외가 가능해졌다. 다양한 시각을 프로그램에 반영할 수 있게 됐다.

많은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들이 스텝 수 자체가 많지 않다 보니 성별과 나이대가 한정될 수밖에 없다. 반면 우리는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나이대에 남녀 비율도 고르고 직군도 피디, 작가, 기자까지 섞여 있어서 다른 프로그램에 비교해 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다.

Q. CBS ‘김현정의 뉴스쇼’만의 장점이 있을 것 같다

A. 표방하는 모토는 ▲핫한 인터뷰 ▲공감 시사 ▲뉴스를 만드는 뉴스 프로그램이다. 우선 핫한 인터뷰는 듣고 싶어하는 인터뷰이를 잡아낸다는 뜻이다. 청취자가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포착해 들려주려 노력한다. ‘이건 들어야 해!’가 아니라 ‘이거 듣고 싶었지?’라는 뜻이다. 그래서 평론가보다 당사자가 주로 출연한다. 당사자를 출연시키는 건 품이 엄청나게 든다. ‘서울에서 김 서방 찾기’ 식으로 취재를 하는데, 우린 기필코 찾아낸다.

인터뷰이와 공감해주고, 말하기 좋은 환경으로 인터뷰를 진행한다. 똑같은 인터뷰이를 두고도 많은 영향력이 발생하는 이유는 공감하기 때문이다. 때론 불편하게 만들고, 공감하기도 한다. 또 마이크가 꼭 필요한 곳에 찾아간다. 공감이 필요하지만, 마이크가 집중되지 않는 곳이 있다. 약자, 소외된 사람, 숨겨진 진실. 이런 곳에 CBS의 마이크를 빌려준다는 뜻이기도 하다.

‘뉴스를 만드는 뉴스 프로그램’은 인터뷰를 통해 뉴스를 만들어낸다는 뜻이다. 우린 단순히 사건 전달을 하는 게 아니라 영향력을 만들어낸다. 우리가 한 인터뷰는 곧바로 타 언론의 뉴스로 만들어진다. 보통 패널로 채워지는 시사 프로그램이 많은데, 이런 곳은 뉴스가 만들어지기 어렵다. 우린 당사자가 출연하고, 공감해주기에 뉴스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Q. 방송 말고 다른 유혹이 많이 올 것 같다

A. 강연, 출판 요청이 엄청나게 들어온다. 그런데 잘 승낙하지 못한다. 욕심내면 할 수 있는 게 많지만, 우선 방송부터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본이 망가지면 안 된다. 지금 아침 5시에 출근을 해 방송을 하고, 저녁 7~8시에 퇴근한다. 여기에 뭘 더 하면 모든 게 망가질 수 있다. 더 중요한 건 방송이 공공재라는 사실이다. 방송의 1분, 1초는 전파를 통해 전달된다. 허투루 쓰면 안 된다. 대충 방송을 하는 건 용납할 수 없다.

Q. 한국PD대상을 받고, 최고일 때 방송에서 내려왔었다

A. 그때는 진행자를 그만하겠다는 마음이었다. 다시 본업인 음악 PD로 돌아가려고 했다. 방송의 매순간을 소중히 해야 하는데, 번아웃이 돼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8년 동안 말에게 안대를 씌우고 달리게 했다. 앞만 보고 달려보니 너무 힘들었다. 그동안 방송 욕심 말곤 다른 생각이 없었다. 그러니 번아웃 되고 나선, 방송을 위해 내가 내려오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음악 PD를 하고 있는데 청취자에게 편지와 선물이 오더라. 복귀해달라고 말이다 (웃음) 그래서 1년도 못 쉬고 돌아왔다. 10개월 쉬고 보니, 사실 음악 PD를 하고 있어 쉰 것도 아니지만, ‘장거리 마라톤을 하려면 안대를 넓혀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8년 동안 쓰인 안대를 조금 넓혔다. 그리고 호흡을 길게 했다. 그러니 내공이 생기고 번아웃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

김현정 PD (김현정 PD 제공)

Q. 라디오는 올드미디어의 대표 주자다. 사양산업이라는 평가도 있다.

A. 라디오 PD의 꿈을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가졌다. 그때부터 변한 적이 없다. 그런데 그때도 라디오는 올드미디어라고 불렀다. 사양산업이라고, 곧 망할 수 있다고 말이다. (웃음) 그런데 지금도 사라지지 않았다. 이는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단언할 수 있다. 라디오는 망하지 않을 것이다.

라디오만 가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라디오는 ‘숨’이다. 라디오에는 사람의 냄새와 숨이 있다. 진행자와 청취자가 실시간으로 소통을 하기도 한다. 이는 어느 매체도 따라 할 수 없는 특장점이다. 앞으로도 이게 유효하다고 본다. 환경도 도와주고 있다. 최근 재난 라디오라고 해서, 재난에 대비해 스마트폰에도 라디오 송수신기가 필수로 들어가고 있다. 지금까지 라디오 기구가 없어 접하지 못했던 분들도 손쉽게 라디오를 들을 수 있다.

또 라디오는 시각장애인, 산골에 사는 시민, 인터넷을 접할 수 없는 노인, 섬마을 사람들 등 소외계층이 많이 이용하는 매체다. 인터넷이나 TV, 신문을 접할 수 없는 사람들도 라디오 송수신기만 있다면 손쉽게 세상과 소통할 수 있다. 국가가 이분들을 생각해서라도 라디오 산업 지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라디오가 왜 필요해?’라는 지적이 있지만, 우리만의 편견이다. 라디오에 의존하는 사람은 여전히 많다. 도시에 사는 젊은이가 느끼지 못하는 라디오의 필요성이 있다.

Q. 각 라디오 방송국끼리 특별한 차이가 없다. 

A. 맞다. TV가 없을 때 라디오는 유일한 대중매체였다. 뉴스도 하고, 음악도 하고. 모든 것을 포괄해야 하는 종합 매체였다. 그 역사가 지금까지 내려온 것 같다. 이제 채널 별 특장점을 살리는 것이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CBS 음악 FM이 대표적인 사례다. CBS 음악 FM은 음악전문채널 중 최고라고 평가받는다. 음악에 온전히 집중하기 때문이다. 유명 게스트도 없고, 멘트가 길지도 않다. 한 분야에 집중하니 청취자가 좋은 평가를 해줬다. 앞으로도 각 채널이 세분화된 장르를 발전시키는 것이 라디오 산업 진흥에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Q. 언론의 위기다. 시민이 언론을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A. 그간 언론은 권력에 휘둘려왔다. 그 상황이 오래 지속되니, 언론이 무슨 말을 해도 시민들이 의심하고 있다. 언론, 권력 모두가 문제였다. 어느 한쪽이 “굶어 죽을지언정 그럴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으면 애초부터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다. 유혹하는 쪽이 있었고, 유혹당하는 쪽도 있었다. 언론과 권력이 신뢰를 주지 못했기 때문에 위기가 오는 것은 당연했다.

이걸 회복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언론과 권력 모두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 우선 날 포함한 선배급 언론인의 변화를 기대하기보단, 주니어 언론인에게 부탁하고 싶다. 처음부터 “큰 언론인이 되어서 권력을 잡아보겠다”는 다짐이 아니라 초심을 잃지 않아달라는 부탁이다.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고, 올곧은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지를 잃지 않고, 주니어 언론인이 이 판을 새롭게 만들어간다면 언론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너무 교과서적인 이야기고, 당연한 조언이지만 그걸 지키지 않아 이 지경까지 왔다. 이미 권력에 휘둘린 분들이 다시 곧아지는 것은 어렵다. 언론계에 세대교체가 필요하다.

Q. 라디오는 음성이다. 음성이 주는 의미가 있을까

A. 인간미, 숨, 휴머니즘이다. 시각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청각이 주는 상상력이고 느낌이 있다. TV로는 출연자의 숨소리를 듣지 못한다. 자극적인 화면과 구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디오 청취자는 진행자의 톤, 기분, 감정을 다 느낄 수 있다. 눈으로 보지 않으니 더 감각적으로 다가온다. 이는 음성 미디어의 특성이다.

Q.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의 조건은 무엇인가 

A. 건강하고 보편적인 시각이다. 모든 청취자를 위해 다양한 시각을 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행자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면 안 된다. 당장 옳다고 생각하는 것도 시간이 지나면 틀릴 수 있다. 100% 선과 악은 없다. 특히, 진행자는 신이 아니다. 내 생각을 밀고 나가는 건 소신이 아니다.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은 다양한 의견을 담아야 하고, 청취자에게 판단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

Q. 김현정 PD가 원하는 대상에게, 마지막 한마디만 부탁한다

A. 라디오를 떠났거나, 라디오를 접해보지 않은 젊은이에게 한 말씀 전한다. 라디오에는 숨이 있고 따뜻함이 있다. 그리고 인간이 있다. 한번 꼭 찾아와서 들어줬으면 좋겠다. 현대인에게 딱 맞는 매체라고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다. 메마른 현대사회에 알맞은 매체는 라디오다. 지금 라디오를 켜달라. 

윤수현 기자  melancholy@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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