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자유한국당이 6·13 지방선거 참패 후 당 수습을 할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아주대 중증외상센터장 이국종 교수를 점찍었으나 거절당했다.

자유한국당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김성태 원내대표는 6일 이국종 교수를 만나 비대위원장직을 제안했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국종 교수는 "딱 잘라 거절한 것은 아니었고, 그런 어려운 일은 저 같은 사람보다는 김성태 대행이 직접 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며 "거절이라고 함부로 말하는 것도 미안하다"고 밝혔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오른쪽)와 안상수 비상대책위원회 준비위원장.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이 이국종 교수에게 비대위원장직을 제안했었다는 소식에 자유한국당이 개혁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 경력이 전혀 없는 이 교수가 비상대위원장을 맡았을 경우를 가정해보면 이러한 비판이 나오는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

이국종 교수는 의료계의 권위자이고, 탈북 병사의 총상을 치료하는 등 국민적 관심도가 높은 유명인이다. 그러나 이 교수는 정치 경험이 전혀 없어, 정치를 한다면 당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 교수가 "저는 그 정도 역량이 되지 않고 내공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이국종 교수가 비대위원장직을 맡는다면, 이 교수를 지원할 인물은 김성태 원내대표를 비롯해 비대위 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는 안상수 의원 등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교수는 이들이 제공하는 지식과 자료를 기초로 해 자유한국당 수습작업을 진행해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현재 비대위 준비위를 주도하고 있는 소수의 자유한국당 인사들이 이국종 교수를 얼굴마담으로 세우고 물밑에서 주도권을 잡아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려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지난 2016년 4·13총선을 앞두고 김종인 전 의원을 영입해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로 세운 문재인 대통령의 선례와 자유한국당의 이번 사례가 비교가 된다며 한탄하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문 대통령은 민주당 당 대표 시절 김 전 의원에게 전권을 넘기고 당 개혁을 맡긴 바 있다.

당시 전권을 잡은 김종인 전 의원은 안철수 전 의원 등의 집단 탈당으로 혼란에 빠진 당을 빠르게 수습했고, 민주당은 4·13총선에서 새누리당을 꺾고 원내 1당이 됐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아직도 계파 갈등 속에서 당권을 잡을 생각에만 몰두하고 있는 셈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이국종 교수를 비대위원장에 앉히려고 했던 건 쇄신 의지가 부족한 것"이라며 "이 교수를 얼굴마담으로 내세워 일부 정치세력이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고 수면 아래에서 정치를 하겠다는 의도로 볼 여지가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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