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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위 '법안 게이트키핑', 꼭 있어야 할까?법사위 체계·자구심사, 2대 국회 때 도입....."법사위원장 심사 거부로 입법 지연 초래"
전혁수 기자 | 승인 2018.07.09 16:42

[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여야의 국회 원 구성 협상이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몫에 대한 이견으로 난항이다. 사실상의 '법안 게이트키핑' 역할을 하고 있는 법사위원장 논란은 여야의 입법 주도권 잡기와 맥이 닿아있다. 해당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제·개정 법안이 법사위 문턱을 못넘는 경우가 종종 벌어진다. 하지만 누구의 몫이라고 정해진 것이 없는 상황에서 보다 근본적인 처방으로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 기능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앞서 제기된 바 있다. 

지난해 2월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행한 이슈와 논점은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심사를 둘러싼 쟁점과 개선방안>을 게재했다. 입법조사처는 이를 통해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의 범위와 필요성 등의 쟁점에 대해 심도 있게 다뤘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모습. (연합뉴스)

법사위 체계·자구심사 절차는 1951년 제2대 국회 때 처음 도입됐다. 당시 제출된 관련 법안은 법사위가 법률안의 법적 형식을 심사를 해 소관위원회에 회부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본회의 심사에서 "위원회에서 입안 또는 심사한 법률안은 법사위의 심사를 경유해야 한다. 단, 법사위는 법률안의 체계와 형식에 대한 심사를 해 소관위원회에 회송한다"는 자구가 추가됐다.

당시 이 법안을 제안한 엄상섭 의원은 "모든 법률안은 국가 전체의 법률체계에 통일·조화돼야 하며, 전법과 후법의 관계, 일반법과 특별법과의 관계, 법률용어 및 조문체제의 통일 등을 고려한 연후에 확정돼야 하며, 본회의 시간을 절약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체계·자구심사 절차는 국회법 제86조로 법제화됐다. 국회법 제86조는 "위원회에서 법률안의 심사를 마치거나 입안한 때에는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하여 체계와 자구에 대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 이 경우 법제사법위원장은 간사와 협의하여 그 심사에 있어서 제안자의 취지설명과 토론을 생략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쟁점은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에서 법안의 내용에 대한 수정이 어디까지 가능하냐는 점이다. 입법조사처는 "이에 대한 일반적 견해는 체계·자구심사는 어디까지나 법률의 체계 및 형식과 자구의 심사에 제한되며, 법안의 정책적 내용까지 심의할 수는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입법조사처는 "반면 소관위원회가 의결한 법안의 내용이 법체계나 법리상 문제가 있는 경우, 법사위 체계·자구심사과정에서 법조문을 수정하거나 삭제·추가하여 의결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반론도 제기된다"는 반론도 함께 소개했다.

제17대 국회부터 법사위 위원장은 통상적으로 제1야당이 맡아 왔다. 그러면서 체계·자구심사 절차를 야당이 반대하는 쟁점법안의 처리를 지연시키는 수단으로 이용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20대 후반기 국회 원 구성 과정에서 여야가 법사위를 놓고 대립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입법조사처는 "원내정당 간 입장차가 첨예한 쟁점법안의 경우 소관위원회를 통과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필수절차인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는 입법과정에서 또 다른 비토지점으로 작용한다"며 "결국 법사위에서 쟁점법안을 둘러싼 당파적인 대립과 이로 인한 입법교착은 입법지연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입법조사처는 "최근 들어서 원 구성 협상을 할 때마다 원내정당들이 법사위원장직을 반드시 차지하려고 하는 배경에도 법사위원장이 게이트키핑 권한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실제로 제19대 국회에서도 원내대표 간 법안처리에 합의됐던 쟁점법안이 법사위원장의 심사거부로 처리되지 못한 사례가 있다"고 전했다.

입법조사처는 "법사위는 법제사법과 관련된 고유의 소관업무를 갖고 있다"며 "법사위는 이 소관업무 이외에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모든 법안에 대한 체계·자구심사를 담당한다는 점에서 업무과부하 문제가 제기돼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른 위원회의 소관법률에 대한 체계·자구심사로 인해 정작 법사위 소관업무에 집중할 시간과 여유가 부족할 수 있는 것"이라며 "또한 개정된 법안의 내용이 매우 간단한 경우에도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를 거쳐야한다는 점에서 입법과정에서의 비효율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해외에서 유사한 사례를 찾아보기도 어렵다. 입법조사처는 "주요국 의회 중에서 법안의 소관 상임위가 의결한 법안에 대한 체계·자구심사를 다른 상임위에서 담당하고, 이를 필수절차로 규정하고 있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며 "법안의 체계자구에 대한 심사는 통상 소관 상임위의 축조심사과정에서 이뤄진다"고 전했다.

입법조사처는 "그동안 학계뿐만 아니라 국회 입법과정을 효율적으로 개혁하고자 국회 내의 논의에서도 법사위 체계·자구심사절차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며 "2008년 국회의장 산하에 구성됐던 '국회운영 제도개선자문위원회'는 법사위 체계·자구심사절차의 폐지를 주장한 바 있다"고 전했다.

입법조사처는 "특정 의회제도나 입법절차는 한 번 제도화돼 시행되기 시작하면, 그 경로의존성으로 인해 폐지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그러나 입법환경이나 여건이 변화하고, 제도운영의 득보다 실이 더 많으며, 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반복적으로 제기된다면 과감하게 제도의 폐지에 대해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회에 법률전문가가 드물던 제2대 국회에서 도입된 법사위 체계·자구심사의 경우에도 입법과정의 효율화 측면에서 여전히 필요한 절차인지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전혁수 기자  wjsgurt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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