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동이가 러닝머신 위에서 걷는 것처럼 바삐는 걷는데 실제로 나아간 거리는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도 다음 회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동이의 묘수는 예고편과 매번 11시 3분쯤에 사건의 실마리로 급진전하는 기술에 있다. 종료를 5분 남짓 남겨둔 지점에서 본격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게둬라와의 큰 임팩트 없는 만남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다가 41회 역시도 11시 3분쯤에 설희가 보내준 해금을 만지다가 불현듯 수신호의 비밀을 알게 된다.

게둬라의 존재도 나름 의미 있고, 장희재 등 남인의 귀환도 그렇겠지만 41회를 기다린 시청자의 급한 사정은 지난주 그리도 애를 먹인 수신호의 비밀이었다. 수신호의 비밀을 풀기 위해 동이 열혈시청자들은 마작에 악기까지 파고들며 비밀을 캐고자 애를 썼다. 결국 동이 연구자(?)들은 임고남선을 장옥정이라는데 잠정적인 결론을 맺었는데, 한자의 숨은 뜻까지 고려한 나름 그럴듯한 해석이었고 극의 흐름과도 적절히 맞아떨어졌다.

그러나 11시 3분에 마치 계시를 받을 듯 알아낸 임고남선의 비밀은 오히려 시청자의 해석에 비해 초라할 정도로 단순했다. 임고는 오태석의 호이고 남선은 남인이라는 것이다. 따지자면 남선은 필요없는 사족이었다. 임고라고 하면 누구나 알 것을 굳이 남선을 덧붙여 머리만 아프게 했다. 물론 제작진이 퀴즈를 낸 것도 아니고 자발적인 고통이었지만.

어쨌든 이런 판에 박힌 듯한 진행 탓에 동이는 11시부터 봐도 된다는 냉소적인 말도 있다. 아직은 주말2위에 월화 시청률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연장을 염두에 둔 늘이기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것도 드라마의 기술인가 싶은 생각이 씁쓸한 웃음을 짓게 된다.

동이, 나왔다 하면 모두가 명탐정?

한편 동이가 오래 안고 있던 두 가지 문제 중 수신호는 풀렸으나 과거에 묻혔을 거라 생각했던 검계는 전혀 예상치 못하게 코흘리개 게둬라가 수장이 되었다. 남자 임성민이라는 애칭을 얻을 정도로 애초의 수장 천효진의 카리스마에 비해 너무 초라한 존재감이 많이 아쉽지만 현재 진행으로 봐서는 오래 출연할 배우는 아닌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니 굳이 게둬라에 대해서 깊이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동이에 대해서 또 실망케 되는 것은 장무열을 신의 경지에 올려놓는 어처구니없는 설정 때문이다. 장무열이 동이와 검계의 관계를 눈치 채게 하기 위한 것이겠지만 너무 개연성 없는 억지여서 장무열의 카리스마를 깎아내릴 뿐이었다. 장무열이 단서를 찾게 하기 위한 좀 더 개연성 있는 상상력이 필요했다.

동이가 머물던 사가에서 살해당한 금군의 시체를 본 장무열은 부하들과 예전 검계 피해자들의 시신을 보러간다. 그리고는 검계의 짓으로 단정 짓는 말을 한다. 이것이 말이 되지 않는 두 가지 이유가 존재한다. 첫째, 장무열은 무관이 아닌 문관으로 상흔을 보고 범인을 추측하기는 불가능하다. 둘째는 아무리 무관이라 할지라도 상처만 보고 검계의 소행을 알아차린다는 것은 얼토당토않은 일이다.

심지어 두 시신의 상처가 서로 달랐다. 속담에 도둑질도 손발이 맞아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장무열이 본 두 시신의 상처를 같게 하기라도 했어야 했다. 사가에서 당한 시신의 상처는 베인 것이었고, 두 번째 본 시신은 찔린 상처였다. 도대체 장무열은 무엇을 보고 범행의 무리를 검계로 단정 지을 수 있다는 말인가.

만일 범인이 특정한 개인이라면 사용하는 검과 수법의 유사성을 유추할 수는 있겠지만 검계는 개인이 아니라 집단이고 피해자들을 동일인이 죽였을 가능성도 매우 적다. 이런 억지 설정 속에서 진지하게 연기해야 하는 최종환이 안쓰러웠다. 시청자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런 억지는 제발 그만두기 바란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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