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폭풍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됐던 제도 변경에도 전혀 끄떡 없던 한국 양궁이었습니다. 한국 양궁이 지난 주말에 끝난 국제양궁연맹(FITA) 월드컵에서 5개 종목 가운데 4개 종목에 걸쳐 우승하면서 양궁 최강국다운 면모를 다시 한 번 보여줬습니다.

한국 양궁은 8일 오전 끝난 FITA 3차 월드컵에서 남, 녀 개인전, 여자 단체전, 남녀 혼성전 등 남자 단체전을 제외한 4개 종목에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한국이 올 시즌 국제 대회에 출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요. 특히 이번 대회에는 '고교 궁사' 김우진이 우승을 차지하고, '여자 신예' 기보배가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세대 교체에도 긍정적인 신호를 밝혔고, 남녀 개인전의 경우 금-은-동메달을 싹쓸이 해 전체적으로 안정적인 기량을 갖춘 선수들로 구성됐음이 확인되면서 11월 중국 광저우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서의 활약을 기대하게 했습니다.

▲ 새로 선발된 2010년 한국 양궁대표팀. 왼쪽부터 기보배, 윤옥희, 주현정, 김문정, 임동현, 오진혁, 이창환, 김우진. ⓒ연합뉴스
사실 이번 대회 주요 포인트는 과연 새로운 제도, 세트제에 잘 적응할 지 여부였습니다. 한국 양궁이 세트제 도입 후 국제 대회에 출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요. 국제양궁연맹이 올해부터 도입한 세트제는 종전 4엔드 도합 12발과 다르게 6발씩 최대 5세트(세계선수권, 올림픽에서 16강전까지는 3세트)로 진행돼 각 세트에서 이기면 2점, 비기면 1점, 지면 0점 처리해 최종 승점의 합으로 승자를 가립니다. 한 발의 실수로 당락이 좌우됐던 과거와 다르게 세트제는 승자가 2점을 획득한 후 다음 세트에 또 다시 원점에서 출발해 경기 전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특징을 지니고 있는데요. 전체적으로 긴장감이 더욱 높아지고, 한두발 실수를 해도 세트만 가져오면 이길 수 있기에 12발을 꾸준하게 잘 쏘는 선수들에 비해서는 약팀 선수들의 이변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면서 한국 선수들의 피해는 불보듯 뻔해 보였던 게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나 발빠르게 제도 변경에 대응했고,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기보다 조용하게 준비를 하면서 전력을 강화시킨 것이 잘 맞아 떨어졌습니다. 선수들의 기본기가 탄탄하다보니 평소만큼 좋은 기록을 유지하면 각 세트를 가져오는데도 큰 무리가 없었다고 판단했고, 양궁대표팀 특유의 집중 훈련을 통해 집중력이나 안정적인 점수 관리 능력이 오히려 더욱 향상되면서 이번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선수들이 꽤 빠른 시간에 세트제에 적응을 하면서 잘 녹아드는 경기력을 펼친 것도 큰 요인이 됐습니다. 제도 변경에도 묵묵하게 준비를 한 한국 양궁의 힘은 어쨌든 전혀 변함이 없었고, 오히려 더욱 강력해진 전력을 드러내며 미래에 대한 전망을 밝게 했습니다.

그동안 한국 양궁을 집중 견제하기 위해 국제양궁연맹을 비롯한 세계 양궁계의 '노력'은 대단했습니다. 선수와 과녁 사이의 거리를 멀리 해 한국 선수들의 체력을 떨어뜨리게 하려 했는가 하면 1대1 토너먼트 방식을 통해 중도 탈락 가능성을 높이려 하기도 했습니다. 또 한국 양궁의 힘을 빌리기 위해 한국인 지도자를 대거 영입하고, 한국산 활 등 장비를 수입하는 나라도 많았습니다.

그런 엄청난 견제 속에서도 한국 양궁은 지난 1980년대 이후 30년 가까이 세계 최강의 자리를 유지했습니다. 좋은 선수들 역시 잇달아 발굴돼 '계보'를 잇는다고 말할 만큼 하나하나 금자탑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잇단 제도 변경에도 굴하지 않고 정중동의 자세로 세계무대에 도전장을 던지는 한국 양궁은 세트제 변경이라는 또다른 패널티(Penalty)에도 버텨내면서 세계 최강의 지위를 지켜내려 하고 있습니다.

첫 출발을 잘 한 한국 양궁이 앞으로도 꾸준하게 좋은 성적을 내면서 광저우 아시안게임, 런던 올림픽에서도 새로운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일단 제도 변경 후 가진 첫 대회에서의 성적은 너무나 환상적이고 대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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