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판결을 앞둔 지난해 3월 국군 기무사령부가 위수령과 계엄령 시행에 대비한 문건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해당 문건을 언론에 공개한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군이 시민을 진압 대상으로 보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기무사의 기본인식을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철희 의원이 5일 공개한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에 따르면 당시 기무사는 탄핵 선고 이후 결과에 불복한 대규모 시위대가 서울을 중심으로 집결해 과격 시위를 벌일 것으로 예상하고 위수령부터 계엄 시행까지를 대응 방안으로 검토했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연합뉴스)

기무사는 당시 상황 평가 보고에서 "정치권이 가세한 촛불·태극기 집회 등 진보(종북)-보수 세력간 대립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북극성 2호 시험 발사 등 북한의 군사도발 가능성도 함께 언급했다. 촛불집회 참가자를 '종북'으로 표현하고 대규모 시위가 일면 북한이 도발해 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기무사 문건에는 계엄 시행시 구체적인 언론통제 방안도 적시돼 있었다. '비상 계엄'부문에는 '정보 수사기관을 조정·감독해 집회·시위 주동자 등 계엄사범을 색출, 사법처리', '계엄사 보도검열단 및 합수본부 언론대책반을 운영, 언론통제', '방통위 유언비어 대응반은 시위선동 등 포고령 위반자의 SNS계정을 폐쇄하는 등 사이버 유언비어 차단'이라고 명시돼 있다.

국군기무사령부가 2017년 3월 작성한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연합뉴스=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같은 문건을 국방부로부터 입수해 공개한 이철희 의원은 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통화에서 "촛불 집회는 전 세계가 놀랄 정도로 평화 집회였다. 게다가 우리 국민이 본인의 주권을 행사는 집회를 한 것"이라며 "그걸 군이 진압해야 하는 상황으로 보는 것 자체가 틀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기무사는) 군의 보안을 지키고 방첩을 목표로 하는 조직"이라며 "평화적으로 집회하는 시민을 대상으로 위수령을 발동해 비상계엄까지 간다는 시나리오를 짜는 건 기무사의 할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무사가 아직 80년대 사고에 머물러 있다. 발본색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해당 문건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의원은 "이 문건은 당시 기무사령관이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한 걸로 알고 있다"면서도 "계엄과 위수령 발동은 국방부 장관 선에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당연히 윗선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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