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31일 EBS 송년특집 <2007 EBS 캐릭터 인기대상>의 한장면이다.

각 방송사들은 이제 한숨 돌렸을듯하다. 해마다 진행되는 연말시상식이 드디어 끝났기 때문이다. '상'은 계속 권위가 떨어지고 있고, 딱 그만큼 '시상식'은 계속 재미가 없어지는 중이다. 그 바람에 시청자들만 손해다. 이럴꺼면 '9시뉴스'에서 수상결과만 알려주고, 시상식은 인터넷에서 보고 싶은 사람만 보게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까지 들 정도다. 괜히 기다리던 정규방송만 놓친 셈이다.

어른들이 이렇게 재미없는 연말을 보내는 사이에, 어린이들에게는 신나는 연말시상식이 열렸다. <2007 EBS 캐릭터 인기대상>이다. 요즘 어린이들이 자다가도 일어나는 뚝딱이, 뿡뿡이, 뽀로로, 콩콩이, 번개맨 등이 모두 나왔다.

이게 무슨 뜻인가? 영화제라면 장동건, 강동원, 이영애, 전지현이 한자리에 모인것과 비슷하고, 그것도 아니면 배용준, 김명민, 고현정이 '2007 MBC 연기대상'에 참석한 것과 마찬가지로 빅뉴스다. 공동수상 남발할 필요도 없고, 수상예상자가 참석하나 안하나 눈치볼 필요도 없으니 시상식은 진짜 축제처럼 열렸다.

진행은 김범수 아나운서와 김새롬 리포터, 그리고 캐릭터 '뚝딱이'가 맡았다. 프로그램의 담당 PD와 작가들이 귀여운 털모자를 쓰고 나와 직접 상을 줬다. 선물로는 왕관을 하나씩 씌워줬다.

어떤 캐릭터들이 무슨 상을 받았나 살펴보자. '상'이름부터 예사롭지 않다.

'으라차차상'은 '로보콩'이 받았다. 건강을 위해 열심히 운동해온 캐릭터에게 주는 상이라고 한다. 상을 받고 나서는 '콩콩체조'도 보여줬다. 방청석에 있는 어린이들이 바로 체조를 따라했다.

'아이~귀여워'상은 '뽀로로'가 받았다. 이름그대로 가장 귀여운 캐릭터에게 주는 상이다. '뽀로로'의 머리가 워낙 커서, 엄청 나게 큰 왕관을 받았다.

'푸하하하상'은 <딩동댕 유치원>의 '뚝딱이'가 받았다. 어린이들에게 가장 많은 웃음을 줬던 캐릭터에게 주는 상이다. 이어지는 화면에는 '뚝딱이'의 일상을 공개했다.

'뚝딱이'는 방송이 있는 날에도 지각을 하고, 수업이 시작했음에도 화장실에 갔다가 늦게 들어오는 말썽꾸러기지만 친구들에게 늘 웃음을 주고 있었다. 이 장면이 방송시작 20분이 넘었을 즈음에 나왔다. 이쯤 오면 어른들도 캐릭터에 몰입하게 되나보다. '뚝딱이'는 진짜 화장실에 가지 않을까?라는 호기심이 들 정도였다.

'정의의 용사상'은 심술꾸러기 대마왕을 물리치는 '번개맨'이 받았다. 지구를 지키는 '번개맨'에게 방청석에 모인 어린이들이 큰 반응을 보였다. 무대에서는 '번개맨'과 '대마왕'이 싸움을 벌이는 퍼포먼스도 벌였다. '번개맨'은 상을 받고 비보이들과 춤도 췄다.

가장 특별한 '특별상'는 14년동안 EBS 어린이 프로그램을 지켜온 '뚝딱이 아빠' 김종석 씨가 받았다. 그는 시상식에 준비된 영상에서 이런 말로 어린이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자부심을 표현했다.

"어린이 프로그램은요, 어린이들에게 양복의 첫 단추를 끼우는 것과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떤 프로그램을 보고 자랐냐에 따라서 어린이들의 성장과정이 큰 차이가 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욱더 생각하고, 더욱더 생각해서, 고민 많이 해서 프로그램을 만든 답니다."

"힘드냐구요? 아닙니다. 처음 방송을 시작할 때는 제가 어린이들에게 웃음을 선물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어린이들이 저한테 큰 웃음을 선물해요. 우리 어린이들은 저에게 있어서는 비타민이에요. 우리 어린이들도 우리 '뚝딱이'처럼 많이 뛰어놀았으면 좋겠어요. 넘버원이 아니라, 개성있는 어린이로 자랐으면 좋겠구요. 그리고 저는 '뚝딱이 아빠'로 영원히 우리 친구들에게 웃음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시상식 현장에서 김종석 씨는 처음으로 상을 받아 눈물이 나온다고 말했다. 밝은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았는지 그는 바로 "뚝딱아 사랑해"라고 부르며 웃음을 줬다. 2007년 연말에 방송된 그 어떤 시상식 장면 보다도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인기대상은 누가 받았을까? 역시 방귀의 힘을 당할 자 없었다. '방귀대장 뿡뿡이'가 12월 한달 동안 진행된 인터넷 투표와 현장조사에서 1위를 차지해 대상을 받았다.

아울러 방송은 그동안 EBS 어린이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았던 MC들을 소개해 볼꺼리를 제공했다. 현재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많은 연기자와 코미디언들이 EBS를 거쳤다. 꼬마요리사 노희지, 연기자로 활약중인 탤런트 김지훈, 누나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탤런트 지현우, 가수 겸 라디오 진행자로 사랑을 받다 몇해전 하늘나라로 간 길은정, 중년 탤런트 여운계, 코미디언 겸 MC로 활약 중인 정선희, 코미디언 김지혜 등이 그 주인공이다.

다만 몇가지 보기에 불편한 점이 있었다. 카메라가 방청객을 비출 때보니 상당수의 부모들이 아이들을 무릎에 앉힌 상태로 관람하고 있었다. 나중에는 보는 사람까지 다리가 아프게 느껴졌다. 아이들이 참여하는 행사에는 그것에 걸맞는 준비가 필요할 듯하다.

<나무자전거> 공연은 참석한 부모들에게는 좋았을지 모르겠지만, 아이들에게는 지루하게 느껴졌을 듯하다. <나무자전거> 특유의 별다른 표정없이 부르는 노래스타일이 시상식의 맥을 끊어놓았다. 어린이들이 나와서 했던 공연이 훨씬 다채롭고 재미있었다.

올해 처음으로 열린 시상식으로, 앞으로도 해마다 개최할 계획이라고 한다. 방송은 홈페이지(
http://www.ebs.co.kr/HOMEPAGE/?progcd=0006160)에서 다시 볼수 있다. 일주일 동안은 무료고, 그 이후는 500원씩 내야 한다. 아이들에게 틀어주면, 부모들이 한시간은 편하게 보낼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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