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 공급에 5일째 차질을 빚고 있다. 3일 26편의 아시아나항공 국제선은 기내식 없이 출발했고 승객들은 식사를 못했다고 한다. 아시아나항공이 무리하게 기내식 업체를 변경하면서 생긴 일이다. 이에 대해 "현장 승무원은 심한 자괴감에 빠져 있다"는 토로가 나왔다.

4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이기준 아시아나 객실승무원 노조위원장은 “이성적으로 납득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기준 위원장은 “경영상의 판단이라고 하는 기내식 공급 업체 변경 때문에 기내식 대란이 발생했다”면서 “대다수 승무원이 심한 자괴감에 빠져 있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연합뉴스)

이기준 위원장은 기내식 업체 변경에 대해 “뜬금없고 느닷없다는 (내부의) 반응이 주를 이뤘다”면서 “기내식은 도시락을 만드는 수준 이상”이라고 강조했다. 이기준 위원장은 “국제 수준에 맞는 위생 시설, 노하우, 탑승 손님들 종교 문제 등 고려해야 할 문제가 많다”면서 “새롭게 신설되는 회사가 그런 능력을 단기간에 할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컸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에서는 ‘충분히 준비하고 있고 시뮬레이션을 했기 때문에 오히려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고 지적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중국 골프 회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승무원에게 꽃다발을 받았다는 사실이 언론 보도로 밝혀졌다. 기내식 대란이 한창일 때였다. 이에 대해 이기준 위원장은 “저희 입장에서는 처음 겪는 일이 아니다 보니까 큰 공분을 일으킬 만한 일이 아니라 생각했다”면서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간 관리자, 임원들이 그룹 총수를 사랑해 그런 일들이 여러 차례 있었고 부끄러웠다”며 “현장에 있는 승무원은 대단한 자괴감에 빠져 있다”고 밝혔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15년간 기내식을 공급했던 루프트한자 스카이셰프그룹(LSG)과의 계약 관계를 끝냈다. 그리고 중국 하이난항공과 아시아나 합작회사인 ‘게이트 고메 코리아’와 기내식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지난 3월 게이트 고메 코리아 공장에서 불이 나면서 기내식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

이에 아시아나항공은 샤프도앤코라는 회사와 기내식 단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지만, 이 회사는 3000명분의 기내식만을 공급할 수 있었다. 아시아나항공의 1일 기내식 물량인 3만 명분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에 기내식 공급 대란이 생겼고, 2일 샤프도앤코의 하청업체 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4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샤프도앤코 하청업체 직원이 출연했다. 그는 “샤프도앤코는 이슬람 음식(할랄 푸드)을 만드는 전문 케이터링”이라며 “생각보다 너무 좁고 열악한 환경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비행기에 기내식이 실릴 때 단 한 가지라도 빼고는 실을 수가 없는 상황”이라면서 “제품이 다 완벽하게 갖춰져 있어야 하는데 떨어지는 것들이 매우 많았다”고 지적했다.

본사나 샤프도앤코에서 압박이 왔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하청업체 직원은 “누가 보더라도 그렇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충분한 인원을 확보했었고 일이 안 되면 연장을 해서라도 일을 잡아내려고 했다”며 “정말 감당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고 강조했다.

실제 아시아나항공이 샤프도앤코쪽에 무리한 계약 조건을 달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아시아나항공은 샤프도앤코 측과 계약을 하면서 “기내식 문제로 출발이 15분 이상 지연되면 항공사는 업체에 수수료를 안 내도 되고, 30분 이상 늦어지면 음식값의 절반을 내지 않는다”는 조건을 단 것으로 알려졌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하청업체 대표에게 심한 압박이 있었을 수 있다는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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