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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에서 불행으로, 재앙이 된 아시아나 기내식 대란[미디어비평] 탁발의 티비 읽기
탁발 | 승인 2018.07.03 10:25

몇 년 전부터 우리 사회의 크나큰 문제로 떠오른 갑질은 고쳐지지 않고 있다. 재벌갑질에 의한 여론에 비해 실제로 받는 처벌과 불이익이 작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모녀들의 폭행과 갑질로 시작된 대한항공 갑질 논란은 그룹 비리로 확대돼 온 가족이 법정에 설 상황에 처해 있다. 과연 이들 가족과 대한항공에 어떤 처벌이 주어질지 여론은 조용한 가운데 주목하고 있다. 그러던 차에 아시아나에도 문제가 발생했다.

처음에는 단지 기내식 수급에 문제가 있는 정도로 보도가 되었으나 거기에는 매우 심각한 갑질의 본질이 숨겨져 있었다. 아시아나는 기존 기내식을 공급하던 업체에 재계약을 조건으로, 아시아나 자회사인 금호홀딩스가 발행한 1천6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사 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해당 업체는 이를 거부하고 공정위에 제소했다.

반면 아시아나는 업체 교체의 이유로 원가공개거부, 품질이상 등의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당연히 아시아나와 기존 업체와의 재계약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후 아시아나는 중국업체인 게이트고메코리아와 30년 계약을 맺었다.

지난 3월 있었던 아시아나 기내식 공급업체 화재 현장 [인천소방본부 제공=연합뉴스]

문제는 이 업체에 갑자기 화재가 발생해 기내식을 납품할 수 없는 상황 때문에 벌어졌다. 아시아나는 새로운 업체에 3개월짜리 단기계약을 맺고 기내식을 공급받기로 했지만 이 업체는 아시아나에 필요한 기내식을 충분히 공급할 수 없는 작은 규모였다고 알려졌다.

아시아나 항공에는 하루 최고 3만식이 공급되어야 하지만 이 업체는 하루 생산량이 3천식 정도의 생산규모인 것이라고 한다. 게다가 3개월의 단기계약이라 생산시설을 늘릴 여건도 아니었다는 점에서 애초에 무리한 계약이었다. 또한 해당업체가 아시아나에 직접 납품하는 것이 아니라 게이트고메코리아를 거치게 한 것에도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결국 아시아나 항공은 지난 1일부터 기내식 수급에 문제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항공기 출발이 지연되는 등 문제가 발생했으며 심지어 기내식이 전혀 없는 상태로 운항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하루가 지나도 아시아나 기내식 수급에는 호전될 기미가 없었고, 상황은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2일 공급업체 사장이 자살한 것으로 보인다는 속보가 전해졌다.

경찰은 숨진 기내식 협력업체 대표가 납품문제로 힘들어했다는 주변의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사인을 조사 중이다. 그렇지만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아시아나의 갑질이 애먼 사람의 목숨을 빼앗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태가 호전되고 있다던 아시아나 관계자의 말과는 달리 기내식 파문은 결국 한 사람의 생명을 빼앗아가고 만 것이다.

KBS 뉴스 9 (보도 화면 갈무리)

아직 사망한 기내식 협력업체 대표의 사인이나 유서 등에 대해 알려진 것은 아직 없지만 기내식 공급이 차질이 발생하면서 받은 스트레스가 고인을 죽음으로 몰아간 것 아니냐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아시아나 기내식 대란이라고 불릴 정도의 파문에 고인이 책임져야 할 손해배상문제도 심한 압박으로 작용했을 거란 추측이 가능하다.

수많은 승객이 출발지연 및 불편을 감수해야 하고, 애꿎은 승무원들은 장시간 노동에도 제대로 된 식사를 제공받지 못하는 등 아시아나 기내식 대란의 파문은 장기화될 전망이지만 그것을 문제라고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죽음을 부른 아시아나 기내식 대란은 불편에서 불행, 아니 재앙이 된 때문이다.

‘조현민의 물컵’에서 비롯된 대한항공 사주 가족의 갑질은 온 국민을 분노케 했다. 그런 와중에도 아시아나는 얼마나 다르냐는 뒷말이 무성했다. 특히 금호홀딩스에 투자를 강요했다는 기존 기내식 업체의 주장이 이번 사태로 인해 다시 부상하며, 이번 기내식 대란과 그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해야 했던 업체 대표의 비극 역시 아시아나의 갑질에 의한 인재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탁발  treeinu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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