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군 기무사가 세월호 사건에 조직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2일 국방 사이버 댓글사건 조사TF는 군 사이버사령부와 기무사의 사이버 댓글활동 등 여론조작 행위 조사 내용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기무사가 온라인 상의 여론조작을 넘어 세월호 사건에도 조직적으로 관여한 문건도 함께 발견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왼쪽)과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연합뉴스)

국방 사이버 댓글사건 조사TF 발표에 따르면 기무사는 세월호 사고발생 13일째인 지난 2014년 4월 28일 세월호 관련 현장상황 파악을 위해 TF를 구성하고, 사고발생 28일째인 2014년 5월 13일에는 참모장을 TF장으로 하는 '세월호 관련 TF'로 확대운영했다. 기무사는 2014년 10월 12일까지 약 6개월간 세월호 관련 TF를 운영했다.

세월호 관련 TF는 당시 참모장을 TF장으로 현장 기무부대원 총 60명으로 구성됐고, '유가족 지원', '탐색구조·인양', '불순세 관리' 등으로 업무를 분장했다. 발견된 자료에는 세월호 탐색구조 및 선체인양 등 군 구조작전 관련 동정 보고 문건 뿐만 아니라, '실종자 가족 및 가족대책위 동향', '세월호 실종자 가족 대상 탐색구조 종결 설득 방안', '유가족 요구사항 무분별 수용 분위기 근절', '국회 동정' 등 보고 문건이 포함돼 있었다. 기무사가 보수단체들이 좌파집회에 대항하는 맞불집회를 열 수 있도록 소위 '좌파집회' 정보를 달라는 요청에 응해 세월호 사건 관련 시국 집회 정보를 제공한 문서도 확인됐다.

국방 사이버 댓글사건 조사TF는 2008년 이후 사이버사령부와 기무사의 정치관여 의혹에 대한 조사 결과도 함께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군 사이버사령부는 지난 2010년 7월부터 2013년 10월경까지 청와대의 요청으로 국방비서관실, 대외전략비서관실, 뉴미디어홍보비서관실 등에 '사이버 일일동향', '사이버 대응활동 보고서' 형태로 댓글 활동을 보고한 사실이 확인됐다.

김관진 전 장관은 재임기간 동안 거의 매일 사이버사령부로부터 이 같은 내용을 보고 받았고, 지난 2012년 '사이버 심리전 작전지침' 등 주요 문건을 결재하는 등 댓글활동에 관여한 혐의가 확인됐다. 2012년에는 총선, 대선 등에 대비해 청와대의 지시를 받고 사이버 댓글 활동을 담당할 사이버사령부 신규 군무원을 대폭 증원하고, 이들에 대한 특별 신원조사를 통해 특정지역 출신은 배제했다.

또한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사업을 승인 받아 지난 2012년부터 2014년 4월까지 사이버 여론조작을 위한 위장 인터넷 매체 '포인트 뉴스'를 설립해 운영했고, 530단원들에게 '댓글수당'을 지급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명박 전 대통령(오른쪽)과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연합뉴스)

지난 2014년 4월경 국방부 댓글사건 관련 조사에서 국방부 조사본부 지휘부는 사이버사령부 요원이 대선개입을 위한 댓글활동을 했다는 내용의 자백을 받고도, 이를 감추기 위해 자백을 받아낸 수사관을 수사에서 배제시키고 대선개입을 자백한 530단 부대원 및 관련자들의 진술을 번복하도록 했다.

2013년 10월 사이버사령부에 대한 압수수색 당시에는 영장의 집행과 관련 국방부 조사본부 관련자가 그 정보를 530단장에게 누설했고, 530단장을 부대원들에게 "압수수색에 대비 만전 신속히"란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발송하고 내부DB 등을 초기화하도록 해 증거를 인멸했다. 지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사이버사령부가 온라인상 대통령, 정부 등을 비판하는 네티즌을 '블랙펜' 혹은 '레드펜'으로 칭하고, 정보를 수집해, 종북·반정부·반군으로 관리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들 중 일부는 기무사와 경찰에 자료로 제공됐다.

군 기무사도 사이버 공간에서 정치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기무사는 지난 2009년부터 2013년 중순경까지 '군 통수권자 보필', '대통령 국정운영 지원', '보수정권 재창출' 등을 목적으로, 온라인상 대통령·정부·여당을 비판하는 '종북·좌익세'에 대한 반박 및 대통령·정부·여당 지지 차원에서 기무사·예하부대 사이버전담관을 선발해 용산참사, 4대강 사업, 반값 등록금, 한미FTA, 제주해군기지, 총선, 대선 등 이슈에 대해 댓글 달기, 조회수 올리기, 트윗글 작성 및 리트윗 등을 통한 여론조작 활동을 했다.

기무사는 2008년 후반부터 대통령, 정부를 비난하는 포털 사용자들의 ID를 수집해 청와대에서 수시로 보고했고, 2011년 3월경에는 청와대 보고를 위해 '다음' ID 319개 사용자들의 신원을 불법 조회하기도 했다. 기무사는 2011년 7월에도 자신들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ID를 수집해 해당 ID 사용자들의 신원을 불법으로 조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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