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돌아온다. 그간 몸살로 휴식을 취하던 문재인 대통령은 2일 오후 수석 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는 것으로 공식 업무를 재개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귀의 맥락은 단지 대통령의 건강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병가를 내기 전 청와대 수석비서관 일부를 교체하고 2차 규제혁신점검회의를 전격 취소했기 때문이다. 이 배경을 놓고 설왕설래가 오간 만큼 관련한 입장 표명이 있지 않을까 예상된다.

보수언론은 2차 규제혁신점검회의의 취소가 문재인 대통령의 건강 문제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싶어하는 눈치이지만 그보다는 관료들의 ‘복지부동’의 문제일 가능성이 큰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는 규제완화와 관련한 성과의 미진함에 공감했고 이 결과가 회의 취소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 입장에선 답답한 일일 것이다. 최근 통계청에 의해 공개된 지표는 경제 정책이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걸 보여준다. 언론의 해석을 그대로 따른다면 소득 분배는 악화하고 있으며, 고용도 개선되지 않고 있고, 수출도 위기이며, 반도체 쏠림현상 심화와 첨단 산업에서 중국의 추격이라는 2중적 위기가 바로 눈앞에 와있다. 어떤 결과에도 정권이 비난을 피할 수 없는 국면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관료들이 그다지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나서는 것 같지는 않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가져올 경제적 부작용을 경고하고 나선 것은 개인플레이에 가까웠다. 문재인 대통령을 실망케 한 규제혁신점검회의의 자료들은 미국 금리인상 등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와 입법 환경의 어려움 등을 거론하며 관료들이 과거부터 답습해왔던 하나마나한 해법을 그대로 반복하는 내용으로 돼있었던 게 분명하다.

관료들의 이런 태도가 새로운 문제는 아니다. 관료들은 정권 초기 대통령이 추진하고 싶어하는 사업에 찬성하지 않더라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지만 실상은 그저 시늉만 할 뿐이다. 이런 저런 문제를 근거로 언급하며 소극적 태도로 일관한다. 2년차 쯤 돼서 권력이 성과가 나지 않는 것에 답답해하면 단기적 대책으로 실력을 보여준다. 성과가 개선되면 권력은 관료에 의존하게 되고, 이후에는 관료 주도의 정책 결정 프로세스가 부활한다. 물론 대통령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복지부동의 태도를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참여정부에서 이미 이런 일들을 경험해 나름의 복안을 갖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필요하다면 이후 개각에서 충격적인 수단 동원을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를 경질하는 것은 상당한 정치적 부담이 따를 것이다. 그러나 경제수석까지 관료 출신을 기용한 마당에 모처럼 개혁적 대안을 마련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

러시아 국빈방문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4일 오후 서울공항에 도착,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관료들의 복지부동과 더불어 문재인 대통령을 답답하게 하는 것은 국회 상황일 것이다. 경제정책에서의 성과를 위해서도 입법부가 제 기능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지금까지 자유한국당의 무조건적인 반대로 진도를 못 빼던 국회는 이제 원구성도 하지 못하는 수렁에 빠져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원구성 협상이 빨리 마무리 되기를 바라지만 고려해야 할 교섭단체가 많다보니 협상이 쉽지 않다. 거기에 자유한국당은 내부적으로 물고 물리는 싸움을 하고 있다. 전열을 정비해서 협상에 진지하게 나설 수 있는 조건의 형성이 어렵다.

예를 들어 자유한국당 내 친박들은 대표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김성태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원구성 협상권을 활용해 자파를 단결시키고 반대파들을 허물면서 친박 핵심들의 공격을 버티고 있다. 이런 조건에서는 김성태 원내대표가 원구성 협상에서 재량권을 행사하기 쉽지 않다.

야권 일부에서 개혁입법연대론이 제기된 것은 복잡한 협상 구도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은 개혁입법에 동의하는 정치세력들이 다수파를 구성해 정권이 추진하려는 개혁입법을 뒷받침하자는 제안을 내놓고 있다. 여기서 같이 볼 것은 현재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선출이 사실상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진행되고 있다는 초등학교선거론 이다. 국회 의석수에 따라 밀실합의로 정한 인사가 아니라 실제 자유튜표를 통해 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을 선출하자는 것이다.

두 주장을 합치면 개혁입법연대로 형성된 다수파가 의장단과 상임위원회 전부를 장악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물론 이와 같은 방안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기는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이 구상은 두 가지 측면에서 거대 양당을 압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자유한국당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내기 위한 압박이다. 다행스럽게도 자유한국당은 지난 주말께부터 원구성 협상에 응하고 있다.

두 번째는 사실상 상임위원장의 추가 배분 요구이다.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을 구성하는 세력은 두 당이므로 상임위원장 2석이 보장되는 게 이상적이다. 그러나 의석수 비율대로 하면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에 배분되는 상임위원장은 1석이다. 무리해서라도 추가 1석을 만드는 방법을 고안한다면 답은 정해져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양보하거나, 자유한국당으로부터 빼앗아 오거나, 상임위를 분할하거나 이다. 권성동 의원 문제도 있고 상원 역할의 기능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는 법사위가 주요 타깃이 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느 쪽도 쉽지는 않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도 수를 쓰는 분위기다. 자유한국당이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 필요성을 언급하고 바른미래당이 개혁입법연대의 합류를 시사하고 있는 것은 그 자체가 목적이라기 보다는 개혁에 대한 입장 차이로 형성된 구도를 여당 대 야당 구도로 전환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이런 맥락을 종합하면 이제 7월이 됐는데도 원구성 협상 완료까지는 갈 길이 멀다.

한겨레는 2일 사설을 통해 “의장단 선출을 위한 자유투표 등을 거론하며 뻔한 협상술을 구사해 시간을 끄는 것도 볼썽사납다”며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 필요성은 상당수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이를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상황 탈출용으로 이용하려 들면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하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일단 의장단 선출부터 풀어가자는 입장인 것에 보폭을 맞춘 것이다.

원구성이 시급하다는 점에서는 일리 있는 지적이지만 개헌이나 선거구제 개편 필요성은 그저 나중에 논하자고 하고 말 일은 아니다. 정권이 개혁적 색채를 분명히 하며 다음 총선까지 이르는 정국 운영의 청사진을 분명히 하는 것이 먼저이다. 그래야 그저 밀실협의와 단순한 이익배분이 아닌, 가치를 중심으로 직의 필요성을 논하는 공간을 만들 수가 있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문재인 대통령의 복귀 일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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