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월드컵 첫 16강전 경기가 열렸다. 외나무다리 대결이란 점에서 조별 리그와는 다르다. 다양한 경우의 수를 따질 수 있는 예선과 달리, 지면 곧바로 탈락하는 본선에서는 진검승부를 벌일 수밖에 없다. 공교롭게도 첫 16강 경기들이 메시와 호날두의 월드컵 마지막 경기가 되었다.

메시와 호날두 시대 저물고, 음바페라는 신성의 시대가 오고 있다

메시의 아르헨티나는 조별 리그에서 문제점을 드러냈다. 계속 지적되었던 수비 문제는 풀리지 않았고, 메시만 바라보는 아르헨티나의 단조로운 경기력은 상대 팀에겐 오히려 쉬운 상대로 여겨졌다. 아르헨티나는 팀이 강한 것이 아니라 몇몇 슈퍼스타들이 존재할 뿐이었다.

포르투갈이라고 크게 다르지는 않다. 유럽 축구를 제패하기도 했지만, 포르투갈을 우승 후보로 생각하는 이는 없었다. 그들의 황금시대 최정예 선수들로 뭉친 2002 한일 월드컵과 달리, 이번에는 축구의 신이라 불리는 호날두가 존재한다는 점이 달랐다고 할 수 있다.

리오넬 메시(왼쪽)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AFP=연합뉴스]

호날두는 조별 리그에서 최고의 존재감을 보였다. 스페인과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스페인 리그에서 역사를 쓰고 있다는 점에서 그럴 수도 있다. 그만큼 그들 전략 전술과 선수들에 익숙한 것이 이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누구나 호날두가 될 수는 없다는 점에서 역시 그는 대단했다.

포르투갈이 16강에 오른 것도 호날두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르헨티나 역시 메시로 인해 턱걸이 하듯 16강에 올랐다. 그리고 그들은 우르과이와 프랑스에 맞서 힘겨운 승부를 벌이는 운명이 되었다. 만약 두 팀이 프랑스와 우르과이를 꺾고 올라오면 8강에서 ‘메시vs호날두’라는 최고의 빅 매치가 열릴 수도 있었다.

러시아 월드컵으로서는 독일이 예선 탈락한 것이 아쉬웠을 듯하다. 세계 축구팬들의 기대치가 그만큼 무너지고 관심도 역시 떨어졌기 때문이다. 16강에는 오를 만한 팀들이 모두 올라야 하고, 이를 통해 세계 축구 팬들의 관심이 극대화되어야 성공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독일이 빠졌다.

큰 성공을 위해서는 운명처럼 준비된 8강에서 아르헨티나와 포르투갈의 승부가 간절했다. 하지만 이는 그저 바람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프랑스는 만년 우승 후보인 아르헨티나를 4-3으로 눌렀고, 월드컵 초창기 두 번의 우승을 했던 우르과이는 포르투갈을 2-1로 누르고 8강에 올랐다.

답답한 메시와 호날두[AP=연합뉴스]

16강 첫 경기로 열린 프랑스와 아르헨티나의 경기는 4-3 스코어가 알려주듯 축구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재미있는 경기였다. 선취골로 앞서나간 프랑스를 바로 동점과 역전으로 이끈 아르헨티나. 후반 초반까지 분위기는 역전에 성공한 아르헨티나의 몫이었다.

메시가 집중 마크를 당하며 골을 직접 넣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그에 의해 경기를 지배해가는 과정이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르헨티나는 거기까지였다. 2-1로 앞선 상황에서 완벽하게 분위기를 바꾼 것은 파바드였다. 수비수인 파바드가 공격 진영까지 올라선 후 흘러나오는 공을 완벽한 슛으로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고 골로 이어지는 과정은 '아트 사커'의 재림으로 다가왔다.

아름다운 축구를 해왔던 프랑스는 빠른 발을 앞세워 아르헨티나의 늙은 발을 초토화시켰다. 아르헨티나 선수단은 평균 나이가 29세가 넘는, 이번 러시아 올림픽 출전국 중 가장 나이든 팀이었다. 예선에서 지속적인 수비 불안을 야기했던 아르헨티나는 16강 경기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전반은 어렵게 빠른 프랑스 공격수들을 막을 수 있었지만 동점 이후에는 완전히 무너진 모습이었다. 프랑스를 8강으로 이끈 주인공은 19살 음바페였다. 첫 월드컵 출전에서 세 골을 기록한 음바페는 프랑스 축구를 이끌 신성으로 떠올랐다. 이미 파리 생제르망 출신으로 전 세계 축구 팬들의 관심을 받았던 음바페는 새로운 축구 황제의 가능성을 보였다.

프랑스의 킬리안 음바페의 골 세리머니 모습.(AFP=연합뉴스)

음바페가 기록한 두 골은 모두 군더더기가 없었다. 빠른 발과 능숙한 기교에 정교한 슈팅력까지 모든 것을 갖춘 음바페는 축구의 신이라는 메시 앞에서 세대교체를 알렸다. 메시는 아르헨티나의 마지막 골을 어시스트 하며 여전히 강력한 존재감을 보였지만, 혼자 아르헨티나를 구할 수는 없었다.

호날두 포르투갈과 대결을 벌인 우르과이에는 세계 최고의 투톱이라고 불리는 수아레즈와 카바니가 있었다. 예선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그들은 역시 강했다. 월드컵 첫 경기에서 보여준 답답함은 사라졌고, 우르과이의 힘을 느끼게 하는 16강 전 경기는 우르과이가 실제 우승을 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하게 할 정도였다.

뛰어난 공격수로 널리 알려졌지만 월드컵에서 골을 넣지 못했던 카바니는 러시아 월드컵에서 첫 골을 넣었다. 그리고 16강전에서는 팀의 두 골 모두를 넣으며 자신이 왜 최고의 공격수인지 증명해냈다. 첫 골이 터지는 장면은 왜 우르과이가 최강의 투톱을 가졌는지 잘 보여주었다.

카바니가 횡으로 수아레즈에게 패스를 하고 곧바로 골문 쪽으로 향하자 수아레즈는 정확한 크로스로 골을 합작해냈다. 빠르고 정확한 우르과이 투톱의 이 패스에 포르투갈 수비는 완전히 무너졌다.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던 포르투갈 수비였지만, 빠르고 정확하며 날카로웠던 수아레즈와 카바니를 막을 수는 없었다.

악동 페페가 동점을 만들기도 했지만, 이미 골 맛을 본 카바니를 막을 수는 없었다. 두 번째 골은 무조건 강하게 차야 골이 되지 않음을 잘 보여주었다. 이번에도 횡 패스로 공을 받은 카바나는 정확한 밀어치기로 골을 만들어냈다. 강한 슛이 아닌 정교한 슛으로 역전골을 만든 카바니는 그렇게 조국 우르과이를 8강으로 이끌었다.

프랑스와 우르과이를 구한 두 골게터가 모두 파리 생제르맹(PSG) 출신이라는 점이 재미있다. 네이마르가 영입되기 전 부동의 에이스였던 카바니와, 비록 백업이지만 최고의 선수로 호평을 받고 있는 음바페는 모두 한 팀 소속이다. 그들이 보여준 아름다운 골들은 PSG를 다시 바라보게 한다.

세계 최고의 축구팀이라 불리는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를 상징하는 두 선수 메시와 호날두가 새로운 강팀인 파리 생제르맹 카바니와 음바페에게 두 골 씩을 내주고 무너졌다. 이는 단순화시킬 수는 없지만 상징적인 장면이다.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는 음바페. 이미 여러 구단의 영입 우선순위가 된 음바페를 PSG가 잡아야만 하는 이유를 월드컵은 보여주고 있다.

네이마르로 인해 부당 대우를 받고 있어 이적을 준비하는 카바니. 네이마르는 레알 마드리드와 맨유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논란만 불거진 상황에서 돈이라면 남부럽지 않은 PSG가 강수를 두자 이적과 관련한 말을 아끼고 있지만 믿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프랑스 리그1 파리 생제르맹에서 팀의 우승을 합작한 음바페(왼쪽)와 카바니. [EPA=연합뉴스 자료 사진]

흥미롭게도 호날두가 레알을 떠나 PSG로 갈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맨유 복귀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나오기도 했었다. 그리고 레알은 이적료를 상상 초월에서 가능한 금액으로 내리며 호날두 이적을 구체화하고 있다. 월드컵이 끝난 후 호날두는 PSG나 맨유로 이적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PSG가 카바니와 네이마르를 모두 잡고, 호날두를 영입하게 되면 그들이 그토록 꿈꾸던 챔피언스리그 우승도 바라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0대 나이지만 카바니와 호날두는 여전히 강력하다. 향후 몇 년 동안 최고의 모습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PSG로서는 최고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여기에 모나코에서 엄청난 이적료를 받고 PSG로 옮긴 19살 신성 음바페까지 있다.

돈이라면 맨시티에도 밀리지 않는 PSG. 상대적으로 약한 프랑스 리그 소속이라는 이유로 슈퍼스타 영입이 쉽지 않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러시아 월드컵을 통해 파리 생제르맹은 챔피언스 우승을 꿈꾸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같은 팀 에이스 카바니와 음바페가 맞대결하는 8강 결과에 따라 양 국가 축구팬들의 희비가 엇갈리겠지만 PSG로선 행복하기만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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