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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딩 농부의 매력 ‘풀 뜯어먹는 소리’ vs 당황한 건 시청자뿐?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이주의 BEST&WORST] tvN <풀 뜯어먹는 소리>,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이가온 / TV평론가 | 승인 2018.06.30 10:27
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 주의 Best: 예상 못한 중딩 농부의 매력 <풀 뜯어먹는 소리> (6월 25일 방송)

농촌을 배경으로만 삼거나, 농사를 게임 같은 유희거리로 활용하는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tvN <풀 뜯어먹는 소리>는 진짜 진지하게 농촌에서 어른들이 16살 중학생에게 농사를 배우는 리얼 예능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61살 같은 16살 농부” 한태웅 군이 있었다. 

tvN 예능 프로그램 <풀 뜯어먹는 소리>

<풀 뜯어먹는 소리>는 김숙, 정형돈, 이진호, 송하윤을 섭외했지만, 철저히 한태웅을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그의 구수한 사투리, 보고도 믿기지 않는 농사 지식과 농기계 운전 실력, <가요무대>와 <전원일기>를 즐겨보는 남다른 취향, 닭에서 시작해 염소, 소까지 소유하고 이제는 땅 소유까지 바라보는 야망까지 빼놓지 않고 담아냈다. 

9살에 경운기를 운전하기 시작해 16살인 지금은 경운기, 트랙터, 관리기, 이양기 등 농기계 4종을 마스터했다. 소밥을 주기 위해 새벽 5시 반에 일어난다는 한태웅은 “저한테는 자식이 있어유. 그넘(소)들이 잘 먹는 것만 봐두 그렇게 좋드라구유. 책임감이 있으니께 또 눈이 떠지는 것 같어유”라며 여느 가장 못지않은 듬직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또한, 단순한 호기심으로 농사를 시작한 게 아니라 정년퇴임이 없다는 점, 상사가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농부의 길을 택한 일을 진중하게 설명했다. 

tvN 예능 프로그램 <풀 뜯어먹는 소리>

사람들은 그를 “특이허다, 신기허다” 바라보지만, 농사라는 분야가 특이하고 구수한 사투리가 신기할 뿐이다.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고 가장 좋아하는 일을 찾아 그것에 몰두하는 모습은 전혀 특이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특한 것이었다. 김숙에게는 “똥오줌 못 가릴” 나이였던 16살, 한태웅 군은 웬만한 2~30대도 세우기 어려운 인생의 목표를 세우고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그의 패기와 열정이 귀여워서 ‘우쭈쭈’ 해주고 싶지만, 그가 농사짓는 모습을 보면 감히 ‘우쭈쭈’ 할 수 없는 프로의 냄새가 난다. <풀 뜯어먹는 소리>는 단순히 예능인이 농사를 배우는 과정뿐 아니라, 한 중학생의 패기 넘치는 삶을 보여주는 예능이기도 했다. 

이 주의 Worst: 달라진 공기에 당황한 건 시청자뿐?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6월 27일 방송)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너무 급히 봉합된 갈등이었다. 역사가 오래된, 그래서 하느님도 해결하지 못할 것 같았던 고부갈등이 이리도 쉽게 해결될 것이었는가. 지난 27일 정규 편성된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를 보며 든 생각이었다. 

파일럿 방송 당시 김재욱-박세미 부부는 많은 악플과 혹평에 시달릴 정도로 심각한 문제들이 발견됐다. 건강을 이유로 제왕절개를 택한 며느리에게 아이의 아이큐를 이유로 자연분만을 강요하는 시아버지, 명절 당일 차례를 지낸 후 처가에 간다는 말을 당당하게 꺼내지 못한 남편, 둘째 출산을 앞둔 며느리에게 “엄마한테는 딸이 있어야 한다”며 셋째 출산을 강권하는 시어머니까지.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하지만 정규 편성 후 박세미-김재욱 부부네 분위기는 180도 바뀌었다. 김재욱은 아내의 출산이 임박한 때 해외 출장이 잡힌 탓에 어머니에게 전화해 아내를 도와줄 것을 부탁했다. 시어머니는 바로 다음 날 가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박세미는 “어머니가 뭐 푸짐하게 해서 오시는 거겠지? 어머님 와 계시면 되게 마음 편하지. 좋지 뭐”라고 받아쳤고, 다음 날 시어머니에게는 “어머니가 매일 매일 오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파일럿 방송에서 밥을 먹는 손자에게 굳이 빵을 권하며 식사를 중지시켰던 시어머니가 이번에는 전혀 그런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파일럿 방송 중 만삭의 몸으로 혼자 육개장을 끓이던 세미의 모습 대신, 오로지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위해 갈비를 굽는 모습만 나왔다. 

너무나도 달라진 공기에 당황한 건 시청자뿐이었다. 고부 갈등이 해결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이렇게도 쉽게 해결된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마치 시청자 반응을 의식이라도 한 듯이 너무나도 평화롭고 화목한 모습만 내보낸 듯한 느낌이었다.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중간 과정 없이 ‘문제 발생-완전 해결’이라는 극적인 결과만 내놓은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파일럿 방송의 악플을 지워버리기라도 하듯, 기존 며느리의 역할을 뒤집는 마리를 섭외했다. 아침에 아내가 침대에서 음악을 들을 동안 남편이 아침을 하고, 시댁에서 며느리가 시아버지와 남편과 거실에서 대화를 하는 동안 시어머니 혼자 저녁을 준비하는 그림. 다양한 며느리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의도였겠지만, 파일럿 방송과는 전혀 다른 온도에 과연 똑같은 대한민국 며느리의 실상을 다룬 것이 맞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가온 / TV평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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