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성 ⓒ연합뉴스
2008년 12월에 그는 자비를 털어 영국 여행을 갔습니다. 새로운 큰 꿈을 꾸기 위해서였습니다. 축구장을 돌아다니면서 언젠가 런던의 축구장에서 뛰는 그 모습을 꿈꾼 이 '평범한 축구 선수'는 마음을 다 잡고 새 출발을 했습니다.

이후 그는 승승장구를 거듭했습니다. 소속팀 포항 스틸러스의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견인차 역할을 했고, FIFA 클럽월드컵 무대도 밟았습니다. 그 때의 활약 덕에 축구대표팀에도 잇따라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고, 남아공에서 열린 월드컵 대표로도 발탁됐습니다. 비록 경기는 졌지만 월드컵 16강 무대에도 선발 출장해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면서 주목받았습니다. 불과 2년도 채 되지 않은 시간에 월드컵 출전의 꿈까지 이룬 그는 이제 그토록 꿈꿨던 유럽 무대 진출을 꿈꾸며 과감한 도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바로 그 주인공은 '무명 신화', '강철 군단 사령관' 김재성(포항)입니다.

김재성이 유럽 무대 진출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무대는 '선배' 박지성이 유럽 무대 첫 발을 내딛었던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벤입니다. 현재 에이전트를 통해 협상이 진행중인 가운데 김재성은 자신의 존재감을 높일 수 있는 유럽 무대 진출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 보였습니다. 특히 그는 "아시아에는 절대 가지 않겠다. 유럽행이 실패한다고 해도 아시아 다른 나라로 가지는 않을 것이다."라면서 금전적 이익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중동, 일본행에 거부감을 직접적으로 나타내 눈길을 끌었습니다. 최근 우리 선수들의 중동행 붐이 일고 있는 가운데서 김재성의 이 같은 발언은 크게 주목받았습니다.

27살로 유럽 무대에 첫 발을 내딛는 나이치고는 다소 많은 것 아닌가 하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게다가 이제 막 국가대표급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시기가 2년 여밖에 지나지 않은 가운데서 과연 유럽에 진출해서 주축 선수로서의 면모를 보여줄 수 있을 지도 우려스럽습니다. 그런 위험 부담 속에서도 김재성은 자신의 성장을 위해 아시아 클럽팀들의 잇따른 유혹을 뿌리치고 유럽 무대 진출을 계속 추진하고 있습니다. 빼어난 볼키핑, 폭넓은 움직임이 좋고, 날카로운 크로스도 돋보여 공격력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줬던 김재성은 지금 당장의 편안함, 이익보다 미래를 내다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유럽행을 택하면서 업그레이드할 가능성을 스스로 만들어내려 했습니다. 완전하게 성공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음에도 자신이 갖고 있던 꿈을 향해 나아가는 김재성의 행보는 그런 의미에서 참 대견스럽게까지 느껴지고 있습니다.

김재성의 행보를 보면 문득 이을용이 생각납니다. 2002년 월드컵 전까지만 해도 철저히 무명이나 다름없던 이을용은 히딩크 감독의 지도 아래 성장을 거듭하며 늦깎이 대표팀에 오르는데 성공, 월드컵 직후 터키 트라브존스포르까지 진출하는 성과까지 냈습니다. 무명에서 월드컵 같은 국제 대회를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서 유럽 무대까지 진출한 이을용은 '무명 신화'로 한국 축구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줬습니다. 그리고 8년이 지난 2010년 김재성이 또 다른 '무명 신화'를 준비하면서 가능성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김재성이 유럽 무대에 진출해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최대한 빠른 적응이 급선무일 것입니다. 어느 선수들이나 해외에 진출했을 때 공통적인 과제라 할 수 있지만 시즌 개막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서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크게 뭐 하나 제대로 얻지 못하고 되돌아올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의지를 갖고 팀 분위기나 빠른 현지 적응을 통해 입지를 다져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이왕 유럽에 간다면 그가 2년 전에 다짐했던 것처럼 의지를 갖고 제대로 뭔가를 해놓고 가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아직 유럽 진출이 완전히 성사된 것은 아니기에 좀 더 지켜봐야 하기는 합니다만 하나하나 단계를 밟아나가 개인적인 성장도 이루고 한국 축구를 알리는데도 도움이 되고자 하는 김재성의 의지만큼은 분명히 높이 평가해야 마땅하다고 봅니다. 최근 K-리그 선수들의 해외 진출이 잇따르고 있지만 나름대로 목적이 있는 이적이 생각보다 없었던 가운데서 김재성이 유럽 진출의 꿈을 이룬다면 상당히 가치 있는 성과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새로운 무명 신화를 쓰고 유럽 진출의 꿈을 이루고 싶어하는 김재성의 도전에 박수를 보냅니다.

대학생 스포츠 블로거입니다. 블로그 http://blog.daum.net/hallo-jihan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스포츠를 너무 좋아하고, 글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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