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이나 언론이 범하는 오보 중에는 이유가 정말로 어처구니없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으로 일베 이미지 사용을 예로 들 수 있는데, 인터넷에서 혹은 SNS에서 퍼온 것을 검증 없이 그대로 사용할 때 탈이 나는 것이다. 때로는 의도가 의심되기도 하지만 순수(?)한 실수인 경우가 없지는 않다.

언론이기에 실수라고 용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실수를 막기 위해 언론사는 게이트키핑이라는 과정을 거쳐 기사를 생산한다. 그럼에도 오보와 실수가 반복되는 것을 보면 언론사의 게이트키핑은 그다지 믿을 만한 것이 못 된다고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언론의 신뢰는 점점 더 추락하게 된다.

최근만 해도 TV조선이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때 외신기자들에게 비자비용으로 1만 달러를 요구했다는 오보를 냈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은 바 있었다. 결국 TV조선은 이 일로 인해 방통위로부터 중징계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한국 언론이 신뢰도에서 괜히 꼴찌를 하는 것이 아닌 이유를 말해준다.

가짜 메르켈 총리 트위터를 캡쳐해 보도한 'JTBC 뉴스현장'

28일 전날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독일을 상대로 2대 0이라는 놀라운 승리를 거둔 들뜬 분위기 때문이었을까? 언론들은 앞을 다퉈 세계의 반응을 전했다. 물론 가장 빨랐던 것은 트위터 등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였다. 트위터리안들도 앞을 다퉈 멕시코와 독일의 반응을 실어 날랐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었던 것은 독일 총리 메르켈(?)의 ‘Oh’라고 짧게 쓴 트위터 글이었다. 짧은 감탄사 한 음절이 오히려 더 많은 의미와 감정을 전달해주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 트위터는 가짜였다. 해당 트위터에는 메르켈 총리의 이름을 닉네임으로 쓰고 있고, 프로필 사진도 걸려 있었지만 가짜였다. 인터넷에 이 가짜 메르켈 총리의 트위터를 퍼 나르는 것은 크게 웃고 넘길 수 있다. 그러나 언론이 이것을 그대로 가져다가 인용을 했다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 가짜 메르켈 총리 트위터에 속았다. 2,600명이 넘는 리트윗을 기록했고, 190여 개의 댓글이 달렸다. 그러나 몇 줄만 내려서 다른 글들을 살펴봤더라도 속지 않을 수 있었다는 것이 문제다. 다들 낚인 ‘Oh’라는 글 몇 줄 아래에는 진짜 메르켈 총리라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욕설들이 써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계정명도 ‘퀸_유럽(@Queen_Europe)’이었다. 도저히 메르켈 총리라고 생각하는 것이 무리였다.

메르켈 총리 공식 페이스북

결정적으로 트위터나 페이스북 공히 유명인의 공식계정에 붙는 푸른색 체크마크만 확인했어도 벌어지지 않았을 해프닝이었지만 의외로 속은 언론이 적지 않았다. 특히 ‘팩트체크’를 민간에까지 유행시킨 JTBC가 그 낚인 언론에 포함되었다는 사실은 충격이었다. 낮 시간에 방송되는 JTBC 뉴스현장 ‘송민교의 현장클릭’이 축구 소식을 전하며 바로 이 가짜 트위터를 그대로 인용해 독일 반응을 전한 것이다.

JTBC는 한국 뉴스 브랜드 중에서 톱의 위치에 서 있다. 최순실 태블릿PC 보도로 한국 현대사의 매우 중요한 변화의 시작점을 열었고, 동시에 JTBC는 가장 믿을 수 있는 언론이라는 훈장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후 강경화 장관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현장에 가보지 않고 오보를 내 ‘노룩취재’라는 불명예도 안고 있기도 하다. 이번 가짜 트위터에 낚인 실수도 노룩취재의 연장선에서 볼 수 있다. 인터넷에 떠도는 이미지를 의심도,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보도를 한 것이다. 가짜 트위터 계정를 찾아가 1분만 머물렀어도 속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에 아쉬움이 더 크다. 한국 톱브랜드 언론이라면 이런 실수는 없어야 한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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