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라디오의 생존과 혁신을 위해 진흥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28일 국회언론공정성실현모임·공공미디어연구소·한국언론학회가 공동 주최한 “라디오 혁신을 위한 정책 자문기구 설치 및 운용 방안 토론회”에 참여한 토론자들은 “라디오 산업의 진흥을 위한 기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토론회에는 임종수 세종대 교수·정준희 중앙대 교수·주재원 한동대 교수·최진봉 성공회대 교수·유승현 한양대 교수·한석현 YMCA 팀장·김정식 CBS 부장·신승한 방통위 과장 등이 참여했다.

임종수 교수(좌)와 정준희 교수(우) (미디어스)

발표자로 나선 정준희 중앙대 교수는 “최근 음성 미디어 서비스가 늘어나고 있다”며 “라디오에 새로운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라디오가 생존하기 위해선 라디오 산업의 다양한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는 자문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준희 교수는 “디지털 시대 맞는 라디오 혁신 서비스가 필요하다”며 “방통위가 법제를 정비하고, 방향성과 수요를 고려한 기구를 만드는 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준희 교수는 라디오의 생존 가능성을 영국의 사례에서 찾았다. 정준희 교수는 “영국은 라디오 청취자가 1주일에 22시간 정도 라디오를 이용한다”며 “라디오의 연간 매출액도 12~13억 파운드, 우리 돈 1조가 넘는다”고 말했다. 이어 “영국이 라디오 산업에 성공할 수 있었던 원인은 정책과 법제에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영국은 1990년대 중반부터 디지털 방송을 위한 정책을 입안했다. 디지털 방송 면허 체계를 수립한 1996년 방송법에 이어 2003년에는 “공동체 라디오 확대, 상업 라디오 플랫폼과 채널에 대한 소유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커뮤니케이션법이 만들어졌다. 2010년에는 디지털라디오의 개선과 홍보를 담당하는 산업협력기구를 설치했다.

정준희 교수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부합할 수 있는 라디오의 혁신과 부흥은 정부와 공공에 의해 촉발돼야 한다”며 “라디오 관련 정책 입안을 선도하는 자문기구 설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책 자문기구 운영과 함께 최소 ‘라디오 혁신 지원 특별법의 한시적 제정’을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라디오 혁신을 위한 정책 자문기구 설치 및 운용 방안 토론회(미디어스)

토론에 참여한 학계·시민사회 단체 전문가들도 입을 모아 라디오 관련 기구의 설립을 촉구했다. 주재원 한동대 교수는 “라디오라는 매체의 역할과 가치를 극대화하려면 이 시장을 진흥하기 위한 법·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재원 교수는 “자문기구를 넘어서는 진흥기구가 만들어져야 하고, 특별법이 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최근 라디오 전문 MCN이 생겼다”며 “그런 상황에서 라디오가 어떻게 존재할 수 있을지 자문하는 위원회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최진봉 교수는 “위원회가 만들어진다면 라디오 산업을 살릴 수 있는 권한을 가져야 한다”며 “실제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삼성 갤럭시 S9이나 LG G7에 데이터를 이용하지 않고 라디오를 들을 수 있는 기능이 들어가 있다”며 “라디오 산업을 살리기 위해선 라디오 수신 기능을 가진 스마트폰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진봉 교수는 “방통위가 스마트폰 제조사를 압박해야 한다”며 “누구나 손쉽게 라디오에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승현 한양대 교수는 “한국 라디오 산업은 매우 열악하다”며 “광고수익 비중이 2%가 안 되는 라디오 방송사가 많다”고 밝혔다. 이어 “라디오와 관련해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며 “중간광고 허용, 라디오 미디어렙 등이 구체적인 안으로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승현 교수는 “라디오 시장이 숨을 쉴 수 있게 해야 한다”며 “라디오 방송사가 살아날 수 있다는 신호를 줘야 한다”고 밝혔다.

방통위의 라디오 정책이 도마위에 올랐다. 한석현 YMCA 팀장은 “방통위의 업무계획을 보면 올해 9월 라디오 관련 연구반을 만들고 12월 라디오 정책방안을 내놓겠다고 했다”며 “다른 나라는 15년, 20년 동안 한 일을 3개월 만에 끝내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라디오 정책이 보여주기식으로 가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정석 CBS 부장은 “방통위의 라디오 관련 업무계획은 눈에 띄는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정석 부장은 “방통위에 라디오 관련 인력이 없다”며 “라디오 정책 부서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방통위에서 두 명이 라디오와 지역 MBC를 담당하고 있다”며 “현실적으로 부족한 인력”이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신승한 방통위 지상파방송정책과장은 “라디오 정책을 보여주기식으로 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신승한 과장은 “우선 (진흥기구의) 재원이 있어야 하고 부처 간 칸막이를 걷어내는 개선이 필요하다”며 “우선 아젠더 세팅을 하고, 과제가 설정되면 법을 제정하려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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