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인 블로거 '디제'님은 프로야구 LG트윈스 팬임을 밝혀둡니다.

최근 LG 박종훈 감독은 치명적인 문제점 3가지를 반복적으로 노출시키며 팀을 나락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첫째, 소위 ‘좌좌우우’에 의존한 타선 배치. 둘째, 비상식적인 투수 교체. 셋째, 기계적인 번트 작전입니다. 4연패 중인 오늘 경기에서도 치명적인 3대 문제점은 여지없이 반복되었습니다.

상대 선발 투수가 좌완 양현종이라고는 하지만, 선발 타선은 최근 타자들의 컨디션을 무시한 것이었습니다. 박빙 상황에서는 홈런은커녕 안타조차 치지 못하며 삼진을 양산하는 박병호를 4번 타자로 배치한 것이나, 30타수 무안타로 극도의 부진에 시달리며 2군에 내려도 시원치 않은 이대형을 1번 타자로 기용한 것은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상대적으로 타격감이 좋은 박용택, 작은 이병규, 오지환이 상대 선발이 좌투수라는 이유로 제외되면서 타선이 크게 약화되었습니다.

박병호는 1회초와 5회초 1사 1, 2루 기회에서 각각 병살타와 삼진으로 물러나며 3타수 무안타로, 이대형은 6회초 2사 1, 2루에서 범타로 물러나는 등 4타수 무안타로 부진했습니다. (이대형은 34타수 무안타가 되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1번 타자와 4번 타자로 부진한 선수들을 기용한 것이 공격의 맥을 계속 끊었습니다. 더욱 어이없는 것은 4번 타자라면 상대 투수의 좌우 여부에 따라 대타로 교체되는 일이 없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 7회초 박병호는 작은 이병규로 교체되었습니다. 박종훈 감독 본인도 신뢰할 수 없는 타자를 4번에 기용한다는 것은 앞뒤가 전혀 맞지 않습니다.

▲ 박종훈 감독 ⓒ연합뉴스
투수 교체도 상식을 넘어선 어처구니없는 것이었습니다. 선발 김광삼이 부진하자 3회말 무사 2루 볼카운트 2-3에서 김광수로 교체되었는데, 김광수가 위기관리 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감안하면 풀카운트에서 교체하는 부담을 주지 말았어야 합니다. 차라리 김광삼이 선두 타자 이용규에게 볼넷을 허용한 뒤 교체하거나, 아니면 신종길과의 승부를 마친 뒤 교체하는 것이 정석이었습니다. 결국 풀카운트에서 김광수의 첫 번째 투구는 좌월 2루타가 되며 무사 2, 3루가 되어 역전의 화근이 되었습니다.

좌타자 최희섭을 상대로 사이드암 투수로 두 번 연속 교체한 것은 그야말로 코미디였습니다. 최희섭의 타순인 5회말 1사 후에는 박현준으로, 7회말 1사 후에는 김선규로 교체했는데, 박현준은 홈런을, 김선규는 안타를 허용하며 모두 실점과 연결되었습니다. 타선 배치만큼은 ‘좌좌우우’ 공식을 신봉하는 박종훈 감독이 왜 투수를 교체할 때에는 이를 무시하며 상식을 뛰어넘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8회말 박동욱을 올린 것도 이상했습니다. 7:3으로 이미 승부가 기울었다고는 하지만, 3연전의 첫 경기이니 승패를 떠나 상대 타선이 폭발해 타격감을 찾는 것을 막아야 했습니다. 따라서 지난 주 수요일 이후 등판하지 않은 오카모토를 등판시켜 경기 감각을 찾도록 하며 상대 타선이 타격감을 찾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적절한 판단이었습니다. 하지만 박동욱은 1이닝 동안 타자를 일순시키며 6피안타 1볼넷 5실점했고, 8회말 첫 타석에 나온 이현곤과 박기남마저 안타를 치는 등 기아 타선이 타격감을 찾도록 돕다시피 했습니다.

기계적인 번트 작전은 오늘도 어김없었습니다. 2회초 무사 1루에서 조인성에게 희생 번트를 지시했는데, 20홈런 80타점의 팀 내 최고 타자를 ‘자살시키며’ 아웃 카운트를 상대에 헌납하는 것이었습니다. 선취 득점을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LG가 선취 득점을 지킬만한 투수력을 보유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박종훈 감독만이 모르는 듯합니다.

2:1로 뒤진 3회초 무사 1루 이대형에게 다시 희생 번트를 지시했는데, 아무리 이대형이 타격감이 좋지 않아도 내야 땅볼을 굴릴 수 있고 발이 빨라 병살 처리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니 역시 이해할 수 없는 번트 작전이었습니다. 6회초 무사 1루에서 이병규에게 희생 번트를 지시한 것 역시 2점 차이며 하위 타선으로 내려간다는 점에서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전임 김재박 감독은 희생 번트 작전이 잦았지만 성과가 없어 거센 비판에 직면했는데, 박종훈 감독은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습니다. 현재 LG의 전력상 투수들이 박빙 승부를 지킬 가능성이 거의 없으니 타력으로 초반부터 승부를 걸어 강공으로 대량 득점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데, 박종훈 감독은 LG의 불펜을 삼성 수준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LG의 연패가 지속되며 일부에서는 LG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지만, 과연 선수들이 즐겁고 자유롭게 야구할 수 있는 환경을 감독이 만들어 주고 있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감독의 리더십은 권위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닙니다. 성과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아무리 1군 감독 첫해라고는 하지만, 시즌이 길어지며 경기가 거듭될수록 납득할 수 없는 선수기용과 작전을 반복하는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는 무능한 감독을 5년씩이나 봐야한다는 것은 악몽입니다. 검증되지 않은 감독을 이처럼 길게 계약한 LG 프런트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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