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이 이번 휴가에 'e북'을 가져갔다고 보도한 뉴스 화면 제목 캡쳐
이명박 대통령이 휴가를 떠난 가운데, 언론들은 이번 휴가 기간 중에 이명박 대통령이 'e북(전자책)'을 읽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e북'이란 컴퓨터 파일화 된 책을 단말기를 통해 읽는 새로운 개념의 전자도서이다.

연합뉴스와 통화한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휴가 기간에는 여러 종류의 책을 다운로드 받은 e북을 드렸다"면서 "그 많은 책들 가운데 어떤 책을 읽을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책의 목록에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 EBS에서 방송된 5부작 시리즈 <국가경쟁력 리포트>를 정리해 펴낸 'AGON(아곤) 경쟁이 즐거운 나라'가 들어있다고 했다.

하지만 확인 결과 '정의란 무엇인가'는 아직 'e북' 출간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의란 무엇인가'를 펴낸 김영사는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공식적으로 한글판 전자책을 출시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청와대가 e북이 뭔지는 아는 것이냐", "종이책을 eBook단말기에 넣어갔단 말인가", "시판도 안 된 콘텐츠를 불법 복제했다는 것이냐", "원서로 읽는다면 그건 휴가가 아닐 듯", "영어 몰입 휴가를 가신 것" 등의 날선 조롱으로 비판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대변인실은 '청와대 관계자의 말을 전해 듣는 과정에서 일어난 착오'라고 밝혔지만, 지난 법정스님이 입적했을 때 책과 출판사 이름을 바꿔 말했던 사례와 '오버랩' 되며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착오라고 하지만 종이책을 읽는다고 하면 될 것을 무엇을 위해 아직 출간되지도 않은 'e북'을 가져갔다고 설명했는지 모를 일이다.

아마도, 이번 'e북' 논란은 대통령의 'IT 감수성'과 최신 감각을 보여주기 위한 청와대 담당자의 포장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청와대 홍보팀이 여전히 계몽적인 마인드에 사로잡혀 사실을 위장하려는 낙후된 모습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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