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이재명 경기지사 당선인과 배우 김부선 씨의 스캔들 논란이 법정공방으로 치닫고 있다. 26일 이재명 캠프 가짜뉴스대책단이 배우 김부선 씨와 김영환 전 바른미래당 경기지사 후보를 허위사실공표죄로 검찰에 고발했다. 언론은 이 같은 사실을 일제히 중요기사로 다루면서도 사건의 양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재명 경기지사 당선인(왼쪽)과 배우 김부선 씨. (연합뉴스)

연합뉴스는 <김영환, 이재명 측 고소에 "환영…본인이 직접 고소하라">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기사 본문에서도 "바른미래당 김영환 전 경기지사 후보는 이재명 경기지사 당선인 측이 자신을 고소하자 환영 입장을 밝히면서도 '(이 당선인 본인이)직접 고소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앞서 이재명캠프 가짜뉴스대책단은 선거 기간 '여배우 스캔들' 의혹을 제기했던 김 전 후보와 여배우 김부선씨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고 했다. 같은 기사에서 같은 고발 건을 갖고 '고소'와 '고발'이란 용어를 사용했다.

고소와 고발은 엄연히 다른 용어다. 고소는 피해자 또는 일정한 관계가 있는 고소권자가 수사기관에 범죄사실을 신고해 범인의 처벌을 요구하는 것이고, 고발은 고소권자가 아닌 사람이 수사기관에 범죄사실을 신고해 소추를 구하는 절차다. 연합뉴스가 보도 과정에서 실수를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외에도 여러 언론이 같은 실수를 범했다.

물론 이같은 지적이 말꼬리를 잡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스캔들 논란에서 고소와 고발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이재명 당선인이 직접 나섰는가의 여부와 관계 있기 때문이다. 이번 고발은 이 당선인이 진행하는 사안이 아니다. 이 당선자가 당사자들만 알 수 있는 사건에서 한 발 비켜서 있다는 얘기다.

이재명 당선인과 김부선 씨의 스캔들 논란은 불륜 사건이란 자극적인 소재와 함께, 유명 언론인인 시사인 주진우 기자가 김 씨와 통화하는 내용이 폭로되면서 사건이 확대된 측면이 있다. 두 사람의 통화 내용은 주 기자가 김 씨에게 "난리났어"라며 불륜 사건의 수습을 중재했다는 의혹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미투 운동과 맥이 닿아있는 지점이 있다. 물론 사건의 내용 자체는 미투와 다르지만, 사건이 흘러가는 양상은 미투와 유사하다. 미투 운동은 위계관계에 의한 성폭력을 SNS에 폭로하는 양상으로 진행됐다. 김부선 씨가 폭로한 내용 중 이재명 당선인이 자신을 협박했다는 주장이 있다. 김 씨는 이 당선인이 결별과정에서 "부장검사들이 친구인데, 너 대마초 전과 많으니까 너 하나 엮는 것은 일도 아니고, 에로배우, 거리의 여자 취급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투 운동 당시 언론은 피해 제보가 들어오면 즉시 피해 사례를 보도하고 지목된 가해자에게 가해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할 것을 요구했다. 권력관계의 상위에 있는 사람에게 직접적 해명을 요구하는 것은 억강부약이란 원칙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언론은 이 원칙을 지키지 않고 있다.

일부 언론은 "김부선 씨에게 증거가 없다"는 식의 기사를 냈다. 미투 운동 당시 언론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아직까지 정확히 밝혀진 사실이 없음에도 김 씨는 거짓말쟁이로 몰렸다. 결국 김 씨의 딸이 "그때 당시의 진실을 말해주는 증거라 함은 제가 다 삭제했다"고 말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언론이 김 씨 가족에 대한 2차 피해를 유발시킨 셈이다.

또한 이재명 캠프 가짜뉴스대책단에서 내놓는 증거들은 주로 김부선 씨가 말한 날짜 등을 쫓아 반박하는 형식이다. 김 씨의 착오를 지적하며 알리바이를 만드는 방식으로, 과거 정봉주 성추행 사건에서 정 전 의원이 취했던 방식과 유사하다.

프레시안의 정봉주 성추행 의혹 보도는 피해자 제보로부터 시작됐다. 정봉주 전 의원 측은 피해자가 지목한 사건 날짜에 대해 자신의 활동 모습을 증거로 내밀며 프레시안 보도를 허위로 몰아갔다. 프레시안과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SNS 상에서 곤욕을 치렀다.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는 정 전 의원의 일방적인 주장을 전하는 방송을 하기도 했다. 결국 보호됐어야 할 제보자가 기자들 앞에 서고 말았다.

물론 이번 사건에서도 이재명 당선인 캠프 측에서 증거로 내놓고 있는 여러 알리바이들은 제대로 보도돼야 한다. 그러나 이 알리바이들이 직접적으로 이 당선인과 김부선 씨가 만나지 않았다는 증거가 될 수 없단 사실도 언론이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남녀관계는 당사자만이 가장 정확하게 안다. 두 사람의 증언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언론이 사건의 진실·거짓 여부를 재단하고 평가하기보다, 당사자들의 주장을 전하고 사건의 양상을 정확히 파악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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