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정부가 국민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특정인에 대한 사형·구속 요청 등 혐오, 인권 침해성 청원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대해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타인에 대한 명예훼손이나 폭력적인 내용에 한해 숨김·삭제 처리를 하고 있다면서도 국민들의 자정능력을 믿는다고 강조했다.

최근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좋은 실적을 거두지 못하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가대표팀 선수들과 감독에 대한 과도한 비난 청원이 쏟아졌다. 경기에서 실수한 선수에 대해 태형을 건의하고, 구속을 요청하는가 하면 대표팀 감독을 사형시켜달라는 청원까지 등장했다. 이처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게시판의 본 취지와는 달리 명예훼손, 혐오성 청원들이 등장하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청원게시판이 일종의 '배설 창구'가 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 갈무리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2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통화에서 "명예훼손이나 폭력적 내용은 숨김 처리나 삭제를 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무조건 다 삭제하는 것은 옳지 않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누구를 사형시켜 달라', 이것은 누가 들어도 너무 과도하다라는 여론이 분명 존재한다. 언론도 지적을 해주고 있다"며 "그런 것들이 집단 지성이고 자정능력"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과도한 비난성 청원에 대한 국민 청원이 올라오고 있다. '사형 요청은 도가 지나치다', '장난식의 사형청원 글을 막아달라', '의미없는 청원에 대한 빠른 대응을 부탁한다', '축구대표팀을 향한 악성청원 처벌해 달라' 등 자정의 목소리 역시 청원을 통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고 부대변인은 "무 자르듯이 깔끔하게 나눠질 수 없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며 일례로 특정인에 대한 사형 요청 글은 숨김·삭제 처리를 하지만, 구속 요청에 대한 것까지는 삭제 처리를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 (사진=연합뉴스)

청원 내용과는 별개로 청원에 대한 중복동의가 가능하다는 점 역시 청와대 청원게시판의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청와대는 20만 건 이상의 추천을 받은 청원에 대해서는 정부부처 관계자가 직접 청원에 대한 답변을 내놓고 있다. 문제는 청원 추천의 경우 SNS계정을 통해 이뤄지는데 네이버,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계정 사용이 가능해 마음만 먹으면 '1인 3추천'이 가능하다. 단순 산술로 계산하면 7만 명이 동일한 청원게시물에 3추천을 행사할 경우 청와대 답변 기준인 20만 건 이상 추천을 넘길 수 있다.

고 부대변인은 "투표를 1표 밖에 못 던지도록 제한하면 안 되는가"라는 질문에 "그러기 위해서는 실명제를 가야하는데, 그렇게 되면 자유로움이 반감될 것"이라고 답했다. 고 부대변인은 "불이익을 받을 것이 두려워 말 못하는 일들을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청원게시판을 만들었다"며 한 사람이 1표씩만 표를 행사하기 위해 실명제를 도입할 경우 청원게시판의 취지가 훼손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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