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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관료 출신 경제수석의 등장소득주도성장 설계자 사실상 경질, 속도조절과 안정 택했나
김민하 / 저술가 | 승인 2018.06.27 08:13

문재인 대통령이 일부 수석비서관 교체를 단행했다. 이 인사에 실린 의미가 알쏭달쏭하다. 소득주도성장의 설계자라는 홍장표 경제수석은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 산하 소득주도성장특위로 옮겨갔다. 대신 윤종원 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가 신임 경제수석에 임명됐다. 단적으로 말해 이것은 심상찮은 신호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그동안 소득주도성장의 이론적 틀을 짜왔던 홍장표 경제수석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더욱 구체화하고, 중장기적 밑그림을 탄탄하게 그리라는 특명을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집권 2년차에 중장기적 밑그림이란 무엇이며, 그것은 언제 완성되는 것인가? 이제와서 소득주도성장특위가 총론적 차원에서 유의미한 경제정책의 얼개를 만들 것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각론의 제안 정도에 그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홍장표 수석은 많은 언론이 해석하듯 사실상 경질된 것이다.

대신 등장한 윤종원 신임 경제수석은 전형적인 관료 출신 인사로 말하자면 ‘모피아’인데 발이 넓다. 재무부에서 관료 생활을 시작했지만 기획예산처를 거쳤고 이명박 정권의 윤증현 장관 시절에는 경제정책국장을 했다. 어쨌든 ‘정통 관료’라는 점에서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론가를 경질하고 관료를 중요한 자리에 앉힌 것이기 때문이다.

해석은 다소 엇갈린다. 장하성 정책실장이 유임됐기 때문에 소득주도성장의 큰 틀은 유지하되 집행력을 보강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지만 어떤 의미에서건 정책상의 후퇴를 감행한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청와대는 일자리 수석에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 인사인 정태호 정책기획비서관을 임명했다. 전임인 반장식 전 수석은 관료 출신이므로 경제수석과 일자리수석만 놓고 보면 관료와 비관료의 자리를 바꾼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일자리수석보다는 경제수석이 관할하는 정책범위가 더 넓을 수밖에 없고, 대통령이 위원장을 겸하는 일자리위원회의 존재를 함께 생각해보면 관료 출신에 힘이 실린 것으로 볼 여지가 더 크다. 장하성 정책실장 쪽에서 생각해보면 입지는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

윤종원 수석이 장하성 정책실장과 각을 세웠던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동류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곧 개각이 예정돼 있지만 김동연 부총리는 유임될 확률이 높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지방선거 승리 이후 모처럼 분위기 좋은데 괜히 청문회 정국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동연 부총리가 유임된다면 장하성 대 김동연이라는 최근 경제팀 내 구도는 명백히 김동연 부총리 쪽에 쏠리게 된다.

이 때문에 소득주도성장과 관련해 연말까지 가시적 성과가 도출되지 않으면 결국 장하성 정책실장도 직을 유지하기 힘들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번 인사를 추동한 것도 최근 ‘고용쇼크’ 논란 등과 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연말까지 실질적인 수치가 제출되지 않으면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은 동력을 상실하게 된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26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청와대 수석 비서관 일부 교체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방선거 이후 경제정책에서 뒷걸음질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도 이런 해석에 힘을 싣게 한다. 김동연 부총리는 26일 ICT업종에 한해 특별연장근로 인정 범위를 늘리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7월부터 시행 예정인 주52시간 근로제에 6개월의 계도기간을 두겠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재계의 입장을 수용한 것이다. 김동연 부총리는 다음달 초 국정농단 사태로 유명무실해진 전경련을 포함한 경제 6단체장 간담회 일정을 예고하기도 했다. 비록 취소됐다지만 ‘키’가 누구 손에 쥐어져 있는지 명확해진 셈이다.

여의도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이 범여권을 형성해 개혁입법을 고리로 힘을 합치는 그림이 논의되고 있다지만 청와대와 정부의 행보는 이후 ‘개혁’의 속도감을 현저히 떨어뜨릴 수 있다. 임종석 비서실장 등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스스로를 “문재인 정권 2기”로 지칭하고 있는데 이 역시 같은 맥락이다. 오히려 개혁보다는 정권의 안정과 재집권에 방점이 찍히는 통치행보가 시작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오거돈 부산시장, 김경수 경남도지사, 송철호 울산시장이 가덕도 신공항을 재추진해 이른바 영남권 신공항 논의에 불을 붙인 것도 이런 시각에서 볼 필요가 있다. 이들의 의도야 어떻든 신공항 문제는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의 지역 간 대결구도 속으로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부산경남의 텃밭을 확실히 다지기 위해 대구경북을 고립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런 경우 타격을 입게 되는 것은 누구일까? 더불어민주당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불똥이 튈 수 있다. 김부겸 장관은 전당대회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데 영남권 신공항 문제가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나머지 인사들은 ‘친문’을 넘어 ‘뼈문’을 자처한다고 하는데, 어떤 수사를 내세우던 결국 정권 성공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그런데 과연 지금이 개혁의 속도조절과 정권의 안정을 도모할 때일까? 과거 정권에서 방향을 놓고 언쟁을 벌이다 결국 개혁의 타이밍을 놓쳤다는 평가가 있다는 걸 고려하더라도 이제 겨우 집권 2년차가 시작됐을 뿐이다. 예고된 장애물에 머뭇거리기 보다는 중단없는 개혁을 추진하는 과감함을 보여야 한다.

앞서 언급한 윤종원 경제수석은 관료 출신이긴 하지만 ‘포용적 성장’을 주장하고 있다. 관료 출신이라고 무조건 개혁에 부적합한 인물이라고 평가하는 것도 섣부른 면이 있을 것이다. 청와대가 방향 설정보다는 관료조직 장악에 무게를 뒀다는 해석도 있다. 그렇다면 예정된 개각에서 세간의 우려는 기우라는 신호를 더욱 명확하게 줄 필요가 있다. ‘안전한 선택지’가 아니라 과감하고 파격적인 인사를 감행해볼 필요가 있다. 예민한 균형감각이 절실한 때이다.

김민하 / 저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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