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상반기 한국 스포츠는 잇따른 쾌거에 행복한 순간들을 보냈습니다. 2월,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6개를 따내는 사상 최고 성적으로 5위에 올라 온 국민을 기쁘게 했습니다. 이어 6월에는 태극 전사들이 남아공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루며 한반도 전역에 '대한민국' 함성이 울려 퍼졌습니다. 그리고 하반기에 들어선 7월, 한국 여자 20세 이하 축구대표팀이 독일에서 열린 U-20 여자월드컵에서 정상급 실력을 과시하며 역대 한국 축구 최고 성적인 3위에 오르는데 성공했습니다. 아마추어 스포츠 가운데서도 '육상 단거리 유망주' 김국영이 1979년 이후 31년 만에 육상 남자 100m에서 한국신기록을 수립했는가 하면 '마린보이' 박태환도 지난해 아픔을 딛고 부활의 날갯짓을 펴고 있습니다. 제가 올해 초, 1월 2일에 '올 한 해, 한국 스포츠 보고 싶은 장면들(http://blog.daum.net/hallo-jihan/16157980 )'을 몇 가지 꼽은 것 중에 그래도 3-4개 정도가 실현됐을 만큼 한국 스포츠가 보여준 2010년 성과는 실로 위대하고 대단했습니다.

하지만 한국 스포츠가 보여준 감동이 이대로 끝나지는 않습니다. 하반기에도 다양한 스포츠 이벤트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동계올림픽, 월드컵만큼이나 전국을 뜨겁게 달굴 스포츠 이벤트들을 통해 국위선양을 할 각 종목 선수들은 더운 날씨에도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내일의 영광을 꿈꾸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올 하반기에 기대되는 스포츠 이벤트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부활을 꿈꾸는 박태환 ⓒ연합뉴스
일단 가장 주목할 만 한 종합 스포츠 이벤트로는 11월 12일부터 중국 광저우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을 들 수 있습니다. 1990년 베이징 대회 이후 20년 만에 아시안게임이 중국에서 치러지는 가운데 무려 42개 종목에서 476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는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지난 1998년 이후 4회 연속 종합 2위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크리켓, 인라인 롤러, 세팍타크로, 카바디 등 올림픽에 볼 수 없는 종목들이 많지만 기본적으로 육상, 수영 등 기초 종목들과 축구, 야구, 농구, 배구 등 구기 종목들이 많은 흥미를 모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는 구기 종목들의 금메달과 유도, 태권도, 레슬링 등 이른바 효자 종목들의 선방, 그리고 기초 종목들의 선전을 통해 종합 2위를 자신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달 국내 대회에서 부활 가능성을 보인 수영 박태환과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목표로 열을 올리고 있는 육상 선수들의 선전이 기대됩니다. 그밖에도 역도 장미란의 세계 기록 달성 여부, 부상으로 다소 주춤했던 배드민턴 이용대의 부활, 올림픽 정식종목 삭제로 병역 혜택에 있어 그야말로 절박해진 야구대표팀까지 베이징올림픽 때 좋은 모습을 보였던 선수들의 활약상, 그리고 잘 알려지지 않은 생소한 종목들의 투혼이 어떻게 나타날 지도 관심사입니다.

이보다 앞서 바로 이달 13일부터 26일까지는 싱가포르에서 제 1회 유스올림픽이 개최됩니다. 자크 로게 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의 강력한 주선으로 개최하게 된 유스올림픽은 청소년 꿈나무들에게 올림픽 정신을 새기고 스포츠를 통해 건전한 마음, 튼튼한 신체를 단련하는 기회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데요. 올림픽 종목과 똑같이 26개 종목이 치러지고, 출전국 역시 IOC 회원국 대부분인 205개국이 출전해 사실상 '미니 올림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합니다. 물론 이 대회 자체가 청소년을 위한 첫 올림픽이고, 국가대항 성격(시상식에 각 국 국기와 국가 연주가 이뤄지지 않고 올림픽 기(旗)와 올림픽 찬가가 사용됨)이 아니기에 다소 관심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 1924년 동계올림픽 창설 이후 무려 86년 만에 IOC가 새로운 올림픽을 만들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스포츠 역사적으로도 대단한 가치를 지닌 대회여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U-20, U-17 월드컵을 통해 꿈나무 축구 선수들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던 것과 같이 유스올림픽에도 향후 활약이 기대되는 어린 선수들이 다수 출전해서 한 번 관심을 갖고 응원을 펼칠 필요가 있겠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번 대회에 육상, 수영, 양궁 등 18개 종목 총 102명의 선수단이 참가합니다.

종합 국제 대회 두 개가 큼지막하게 여전히 남아있는 가운데서 세부 종목 세계선수권도 잇따라 치러질 전망입니다. 9월에는 터키 안탈리아에서 세계 역도 선수권 대회가 열리는데 이 대회에 장미란이나 사재혁, 윤진희, 안용권 등 역도 간판 선수들이 모두 출전할 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컨디션 점검차 출전한다면 이 선수들이 어떤 기록을 낼 지 한 번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 U-20 여자 축구대표팀의 세계 3위 감동을 이어 9월 북중미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U-17 여자월드컵이 치러져 여기에 한국 선수들이 다시 한 번 기적을 일으킬 수 있을 지 주목됩니다. 그밖에도 9월 양궁 월드컵 파이널이 열리며 밴쿠버 동계올림픽 영광을 보여준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들의 월드컵 시즌도 연말에 시작됩니다.

선수들이 참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꽤 비중 있는 스포츠 이벤트도 연말에 열립니다. 바로 2018년과 2022년 월드컵 개최 도시가 확정되는 국제축구연맹(FIFA) 총회가 올 12월에 치러지는 것입니다. 현재 2022년 월드컵 유치를 신청한 한국은 일본, 호주, 카타르, 미국 등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요. 유치 후보 국가가 많고 월드컵을 치른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유치를 신청해 가능성이 그리 높다고 볼 수는 없지만 최근 FIFA 실사에서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과연 어떤 결과를 낼 수 있을 지 주목해야 하겠습니다.

동계올림픽과 월드컵의 감동이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그 감동을 이어 또 다른 종목의 선수들이 한국 스포츠의 위상을 알리고 국민들에게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하기 위해 더운 요즘 굵은 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이들이 흘린 땀이 2010년 하반기를 빛내는 소중한 땀이 될 수 있기를 응원하고 또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대학생 스포츠 블로거입니다. 블로그 http://blog.daum.net/hallo-jihan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스포츠를 너무 좋아하고, 글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