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보편적 요금제가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관심이다. 정부는 통신비 절감 정책의 핵심인 '보편요금제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통신 업계는 자율 경쟁으로 요금을 낮출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학계는?

26일 한국언론학회로 주최로 열린 “방송통신시장의 요금 규제 및 회계 제도의 개편 방향” 토론회에서는 보편적 요금제 등 통신비 사전 규제에 대한 비판이 다수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통신요금에 대한 소비자들의 주관적 평가는 정책 추진에 고려되어야 할 요소”라는 소수 의견은 사후 규제가 중심이었던 정부 정책에 적지 않은 물음을 던진다.

이성엽 고려대 교수(좌)와 신민수 한양대 교수(우) (미디어스)

이날 토론회에서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정부가 통신 시장을 규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신민수 교수는 “직접적인 요금 규제보다는 경쟁 활성화 등을 통한 간접적 요금 규제나 유인 규제 등이 더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신민수 교수는 “사전적인 요금 규제는 자유시장 경제 질서의 근간인 사적 자치의 원칙을 제한한다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업자의 부당하거나 불공정한 요금제로 인해 경쟁사업자나 사용자에게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사후적 규제가 들어가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규제를 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신민수 교수는 “사업자의 수가 늘어나면서 새로운 혁신적인 요금제를 창출하는 사업자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자 간의 자율적인 요금 경쟁이 가능하도록 요금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방송통신시장의 요금 규제 및 회계 제도의 개편 방향" 토론회 전경 (미디어스)

이상원 경희대 교수는 “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는 있어야 한다”면서 “다만 방송통신 시장에서 유효한 경쟁이 존재한다면 요금 규제를 시행하는 것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 경쟁이 충분하지는 않지만 상당한 효과가 있다”며 “요금 규제 논의와 함께 사후규제 방안이나 경쟁 활성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환경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정부의 보편요금제에 대해 비판을 가했다. 보편요금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가계통신비 인하 관련한 대선 공약이다. 월 2만 원대의 요금에 데이터 1GB, 음성통화 200분을 제공하는 요금제를 통신사에 일괄적으로 도입하는 정책이다. 현재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를 통과했고 국회에서 논의가 예정돼 있다.

고환경 변호사는 “보편요금제는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 논란과 가격 결정의 자유 제한, 평등원칙 위반 등이 있을 수 있다”며 “위헌성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소매 요금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 방식이 경쟁을 위축시킬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소비자의 후생 저하로 이어질 우려가 없는지 검토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성엽 고려대 교수는 “단기적·인위적 요금 규제 강화 정책보다는 사업자 간 요금·서비스 경쟁을 활성화하는 중장기적 제도개선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병희 성균관대 교수(미디어스)

이날 토론회 발언자 5명 중 4명이 통신비 사전 규제 정책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 장병희 성균관대 교수는 “발제와 토론에 다양성이 부족하다”며 “다른 토론회는 규제와 공익, 시장론이 충돌하는데 여기선 (다양성이 부족해)걱정”이라고 밝혔다.

장병희 교수는 “국내의 통신 서비스 이용자들은 여전히 통신요금이 과도하다고 생각한다”며 “통신사업자들이 상당한 이윤을 얻고 있다는 인식과 이러한 이윤이 과점이라는 구조적 원인 때문이라는 인식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통신요금에 대한 소비자들의 주관적 평가는 정책 추진에 꼭 고려되어야 할 요소”라고 강조했다.

장병희 교수는 요금 규제 철폐를 주장하기 이전에 통신 시장의 과점구조를 먼저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병희 교수는 “통신 시장의 요금 규제는 정책적 진입장벽에 따른 과점구조에 기반을 두고 있다”며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요금 규제 폐지 혹은 완화를 주장하는 건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요금 규제정책의 완화 혹은 폐지는 과점구조의 변화에 후행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통신요금의 사후규제는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내놨다. 장병희 교수는 “일단 올라간 요금이 다시 내려오지 않는 하방 경직성은 대부분 산업에서 쉽게 발생할 수 있다”며 “사후규제가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용자들이 사업자를 신뢰하지 않는 현실에서 사후 방식으로 가격을 규제하는 것에 대해 이용자의 동의를 얻기는 어렵다”며 “핵심 영역에서는 사전규제를 유지하면서 주변 영역부터 사전규제 방식을 완화하는 단계적 접근이 현실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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