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예상했던 것처럼 2007 MBC 연기대상은 <태왕사신기>의 독무대로 끝났다. 시상식 직전까지 참석이 불투명했던 배용준의 등장과 <하얀거탑> 김명민의 불참으로 대상 또한 일찌감치 눈치챌 수 있었다.

▲ 지난 30일 밤 방송된 2007 MBC 연기대상. ⓒMBC
네티즌 인기투표로 진행된 남·여 인기상과 베스트커플상, 올해의 드라마상이 대중적 인기를 등에 업은 <태왕사신기>에 돌아간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여기에 공로상(김종학 감독), 여자 신인상(이지아), 황금연기상(최민수)까지 <태왕사신기>는 8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하지만 이 같은 결과는 <태왕사신기>에 대한 MBC 내부의 평가와는 상반된 것이어서 안팎의 괴리감을 느끼게 한다.

MBC, 시청률 얻고 자체제작 의욕 잃었다

<태왕사신기>는 2007년 하반기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MBC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여준 것은 사실이지만 실상을 따져보면 MBC가 잃은 것이 더 많다는 게 내부의 냉정한 평가다.

지난 11월말 발행된 MBC 방송경영인협회보(발행인 진종재)는 △해외판매 기회수익 손실 △땜빵 프로그램과 텅빈 편성표 △채널 유통전략 포기 △자체제작능력 약화 등을 <태왕사신기>의 기회비용으로 지적한 바 있다.

MBC 글로벌사업본부 해외사업팀 직원이 쓴 이 글은 "<태왕사신기>로 인한 가장 두려운 손실은 MBC의 외주제작 의존을 고착화시키고, MBC의 자체제작 의욕을 무력화시킬지도 모른다는 점"이라고 꼬집고 있다.

단지 MBC의 '돈벌이'가 줄어들어서가 아니라 MBC에 대한 시청자의 신뢰, 더 좋은 드라마를 볼 시청자의 권리까지 기회비용으로 계산한 것이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위원장 박성제) 또한 지난 6일 발행한 노보에서 김종학 프로덕션 측의 '무책임하고 오만한' 편성 변경 요구를 폭로한 바 있다.

연기대상은 '태사기' 극찬…배용준 '사과'마저 없었더라면…

▲ 2007 MBC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배용준씨. ⓒMBC
그러나 2007년 드라마를 결산하며 MBC는 <태왕사신기>에 '8관왕'의 영예를 안겼고, 심지어 진행자 신동엽씨는 "몸이 불편하신데 참석해주신 배용준 씨에게 감사드린다" "가장 세련된 목발" 등 배용준과 <태왕사신기>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나마 배용준씨가 "저희 드라마를 끝까지 믿고 기다려준 시청자와 MBC에 정말 감사하고 죄송하다"며 직접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반가운 일이었다.

그밖에 긴장감 떨어지는 진행, 시청률 위주의 수상자 선정 등 매년 반복되는 문제점은 다시 지적하기도 민망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 받을 사람들만 나와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대상 발표를 앞둔 시간끌기는 아무 의미가 없어보였다.

시청률 위주의 평가에서 벗어나 '작품상' 하나쯤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었지만 '올해의 드라마상' 역시 시청자 인기투표로 진행돼 <하얀거탑>에 대한 마지막 기대를 놓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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