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조선일보가 문재인 대통령의 월드컵 축구국가대표팀 라커룸 격려방문을 '논란'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26일 조선일보는 온라인판에 <"손흥민이 어디 갔어?" 文대통령 선수단 라커룸 격려방문 논란> 기사를 게재했다. 조선일보는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멕시코전이 끝난 직후 지난 24일 우리 대표팀 라커룸에 정장을 갖춰 입은 사람들이 들이닥쳤다"며 "이날 로스토프 아레나 경기장에서 경기를 관람한 문재인 대통령, 김정숙 여사와 수행원들이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2대1 패배. 연패로 사실상 16강 진출이 어려워진 상황이라 라커룸 분위기는 침울했다"고 강조했다.

▲26일 조선일보 온라인판에 게재된 <"손흥민이 어디 갔어?" 文대통령 선수단 라커룸 격려방문 논란> 기사. (사진=네이버 캡처)

조선일보는 "문 대통령이 입장하자 신태용 감독을 필두로, 코치진, 선수단이 일렬로 도열했다"며 "'잘했어요.' 김정숙 여사가 이날 두 차례 결정적인 실수를 범한 수비수 장현수의 어깨를 두드렸다. '일병 김민우!' 상주 상무 소속 김민우가 경례를 붙였다. 주장 기성용은 미처 상의를 입지 못한 상태에서 문 대통령과 악수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조선일보는 "이후 문 대통령은 선수단을 세어놓고 '여러분들이 많이 아쉬울 텐데 그러나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랬으면 된 거죠.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는 그런 모습 보여주었고요. 다들 파이팅 한번 하세요. 파이팅!'이라고 연설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경기 직전 추격골을 넣은 손흥민은 '일렬횡대' 대열에 서지 못했다. 상의를 벗은 채 라커룸 구석에서 울고 있었다"며 "'손흥민이 어디 갔어?' 문 대통령이 그를 찾았다. 이후 문 대통령은 손흥민 손을 잡아 끌어 카메라 앞에 세운 뒤 오른팔을 세워 올리는 '파이팅'을 시켰다. '파이팅' 하면서도 손흥민은 계속 울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차갑게 얼굴이 굳은 차범근 전 국가대표팀 감독에겐 '선배님이시고 하니 격려말씀 하셔야지'라며 웃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청와대 의도와는 달리 '격려방문' 사진은 역효과를 불러 일으켰다"며 "온라인 공간에서 '패배로 침울해 하는 선수단 라커룸을 찾아가는 것이 온당한가', '울고 있는 선수까지 불러 세워서 쇼통해야 했나', '문 대통령이 꼰대 같이 느껴진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선수단은 대통령·영부인의 방문을 사전에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는 "김정숙 여사가 선수단 라커룸에 동행한 것을 두고 '성적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며 "라커룸은 운동선수들이 옷 갈아 입는 공간으로 나체인 경우도 있다. 사전에 대통령·영부인 방문을 몰랐을 선수단이 당황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를 '조선일보 PICK'으로 지정했다. 네이버는 언론사들이 직접 주요뉴스로 선택한 뉴스를 'PICK'으로 표시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손흥민이 어디 갔어?" 文대통령 선수단 라커룸 격려방문 논란> 기사를 주요기사로 'PICK'했다. (사진=네이버 캡처)

문재인 대통령이 굳이 패배로 침울한 선수단을 방문했어야 했냐는 지적이다. 또한 마치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강압적인 분위기를 풍겼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관등성명을 대는 김민우 선수의 모습 등을 강조했다.

"손흥민이 어디 갔어"라며 손흥민 선수를 찾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에도 텍스트의 왜곡이 있다. 경상도 사투리에서 사람 이름을 'OOO'라고 말하는 것은 사실 흔한 일이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텍스트만 따져보면 강압적으로 손 선수를 부른 것처럼 느껴진다. 손 선수는 문 대통령의 격려에 더 서럽게 눈물을 흘렸고, 문 대통령은 손 선수의 어깨를 두드렸다.

김정숙 여사가 장현수 선수 어깨를 두드리며 "잘했어요"라고 한 것 역시 격려의 영역이다. 영상을 살펴보면 김 여사는 경기에서 실수를 한 장 선수를 유독 더 큰 목소리로, 더 오랫동안 격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스포츠한국 보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격려 방문 당시 라커룸에 있던 대표팀 주전 골키퍼 조현우 선수는 취재진과 만나 문 대통령의 방문이 힘이 됐다고 밝혔다. 조 선수는 "대통령께서 멋진 경기를 해줘서 고맙다고, 최선을 다한 모습을 고맙다고 말씀해주셨다"며 "멀리서 와주셔서 감사했고, 또 큰 힘이 됐다. 다만 못 이긴 모습을 보여드려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