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인 블로거 '디제'님은 프로야구 LG트윈스 팬임을 밝혀둡니다.
후반기 첫 주 LG는 2연승으로 산뜻하게 출발했지만, 주말 사직 원정에서 스윕당해 4연패로 4위 롯데와 4경기차로 벌어지며 사실상 4강행이 멀어졌습니다. 최근 10경기 2승 8패, 승패 마진 -13이라는 실망스러운 성적으로 6위 기아에 승차 없이 쫓기고 있습니다.
포스트 시즌 진출이 물 건너갔다면 과연 현재와 같은 운영을 고집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지난 시즌 김재박 감독은 가을 야구가 일찌감치 좌절되었지만, 재계약에 대한 의욕 때문인지 새로운 선수들을 기용하는 리빌딩을 시도하지 않아 신진 발굴에 실패했고, 봉중근과 정찬헌은 혹사 후유증으로 올 시즌 정상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올 시즌 은 출구 전략이 부재했던 작년의 전철을 결코 밟아서는 안 됩니다.
올 시즌 LG의 최대 약점은 봉중근을 제외한 제대로 된 선발 투수가 없었던 것이니 선발 투수를 육성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지난 주 SK와의 트레이드가 말해주듯 베테랑 야수들을 내주고 얻은 것이 1군 경험이 많지 않은 투수들이었음을 감안하면, 타고투저가 수 년 째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스토브 리그에서도 야수를 카드로 활용해 좋은 투수를 트레이드로 얻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강철민, 박현준 등 가능성을 보인 투수를 중심으로 꾸준히 로테이션에 투입하며, 이름값에 좌우되지 않고 새로운 선발 투수를 키워내야 합니다.
시즌 초 틀을 갖추며 중위권 유지에 기여했지만 잦은 등판으로 붕괴된 불펜은 복원이 필요합니다. 불펜에 노장급 투수들이 많은 만큼 차후 무리한 등판은 지양해야 합니다. 그리고 젊고 공격적인 투수 가운데 롱 릴리프를 발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선발이 조기 붕괴되었을 때, 경기 초중반 곧바로 필승 계투진을 투입한 것이 불펜 붕괴의 원인이었던 만큼 새로운 롱 릴리프를 육성해야 합니다.
20홈런 80타점으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는 조인성이지만, 만 36세가 되는 내년 시즌에도 올 시즌과 같은 활약을 장담하기는 어렵습니다. 현재 LG에는 실전용 백업 포수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최근 트레이드된 군필 포수인 윤상균이 타격에 자질이 있는 만큼, 인사이드 워크가 어느 정도인지 점검해야 합니다. SK에서도 1군 무대에서 마스크를 쓴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상대 선발이 좌완 투수일 경우, 윤상균을 선발 포수로, 조인성을 지명 타자로 기용하는 것도 고려해야 합니다.
팀 내 타 포지션에 비해 비교 우위에 있지만, 타 팀과 비교해 과연 짜임새가 있는지 의문이 가시지 않는, 소위 ‘빅5’ 외야진에 대한 고민도 필요합니다. ‘빅5’ 중 이대형을 제외한 네 명의 외야수가 30대이며, 유일한 20대인 이대형도 약점을 좀처럼 고치지 못하고 있으니, 작은 이병규와 같은 새로운 성공 사례가 필요합니다. 이택근을 제외하면 주전은커녕 백업으로도 1군에 기용할 수 있는 우타 외야수가 없다는 점 또한 개선이 요구됩니다.
비록 현실적으로 4강행은 어려워졌지만 그렇다고 승패에 초연하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부상 선수와 최선을 다하지 않는 선수, 그리고 개인 기록에 연연하는 선수는 1군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감독과의 마찰로 인해 1군에 올라오지 못하는 선수가 있어서는 곤란합니다. 지금이야말로 박종훈 감독이 취임 후 일성으로 강조했던 ‘소통’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기계적인 희생 번트를 비롯한 조급증에서 비롯되는 작전 야구가 과연 LG에 적절한 것인지도 재검토가 필요합니다. 올 시즌 프로야구단을 처음 맡은 신임 감독이라면 다양한 방식의 작전과 기용을 통해 과연 어떤 것이 LG라는 팀에 가장 잘 어울리는 야구인지 고정관념을 넘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내년에도 확실히 정착된 LG만의 야구 색깔을 보여주지 못하면 박종훈 감독은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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