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최고의 블루칩으로 등장하고 있는 아줌마들이 전면에 나서 아줌마 파워를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여고시절 동창들이 모여 밴드를 조직해 음악으로 그녀들의 모든 울분을 뱉어내려 합니다. 전설의 아줌마들이 세상에 외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당당한 외침이 무척이나 매력적입니다.

돌아온 아줌마들의 자아 찾기

여고시절 짱이었던 설희가 일생일대의 기회라고 믿었던 남자와의 결혼. 이것으로 그녀의 인생을 화려하게 꽃이 피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바람은 현실 속에서는 무참하게 깨질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여고시절 밴드를 구성해 활동했던 전설희는 결혼을 하고 나서 다시 친구들과 밴드 연습을 시작합니다. 

연습을 마치고 나서는 설희는 다른 이들과는 격이 다른 모습으로 연습장을 떠나갑니다. 우아하게 움직이는 그녀는 고가의 장신구를 하고 남편의 로펌 대표이사 취임식으로 시어머니와 향합니다. 여기까지의 그녀의 모습은 최상위 계층의 여인으로서 손색이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런 누구나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을 깨어버린 것은 시어머니의 한마디였지요. 가능하면 다른 사람과 말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말에 그녀가 앞선 장면들에서 보여주었던 통속적인 귀부인은 아니라는 것이 명확해졌습니다. 시아버지도 지검장으로 있는 법조인 집안에 시집온 전설희는 그들이 바라던 며느리는 아니었습니다.

부모도 없이 여동생과 함께 살아왔던 전설희는 여상을 졸업하고 로펌에 취직한 여직원이었습니다. 탁월한 미모가 현재의 남편의 눈에 들었고 그렇게 시작한 그들의 사랑은 의외의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임신이라는 결과가 결혼으로 이어졌고 설희는 거대한 부를 한꺼번에 가진 행운의 신데렐라가 되었습니다.

남편과 결혼만 하면 모든 것이 끝날 줄 알았지만 그들의 눈에 비친 그녀는 무식하고 근본 없는 그저 그런 존재일 뿐이었습니다. 남편마저도 그녀를 멀리하며 대놓고 그녀와의 임신은 자기 인생 최악의 실수라고 당당하게 말할 정도입니다.

그런 구박에도 그녀가 버티며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여의사가 된 여동생 재희 때문입니다. 자신은 배운 것 없고 볼품없지만 동생을 위해 먹을 것도 굶어가며 최선을 다해 그녀를 의사가 되도록 노력했던 설희에게 재희는 자신의 전부이기도 합니다.

가난하게 사는 것보다는 부자로 산다면 자신뿐 아니라 동생에게도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은 가족들의 천시에도 버틸 수 있는 단 하나의 힘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동생에게마저 버림받은 존재입니다. 비굴하게 결혼했다며 언니와 멀어진 동생은 그녀를 다시 한 번 힘들게 만들 뿐이지요.

그런 그녀가 인생의 대전환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은 다름 아닌 동생 때문입니다. 아파 쓰러진 동생을 병원으로 옮긴 후에야 그녀가 골수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언니인 자신에게 병조차 말하지 않은 동생이 서운하고 분하기도 하지만 그보다 앞서는 것은 언니로서 해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이냐는 것이었습니다.

골수가 일치해야 치유가 가능한 상황에서 단 둘만 남은 자매에게 필요한 것은 설희의 골수가 동생 재희와 일치하는지에 대한 조사였습니다. 문제는 시어머니가 결혼을 받아들인 이유였던 임신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시점과 일치하다는 것입니다.

임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설희를 며느리로 받아들였지만 이내 유산을 해버린 설희는 구박데기기가 되어버렸습니다. 오직 설희를 남편 지욱의 대를 이을 씨받이 정도로만 취급하는 시어머니로서는 골수를 이식하는 행동을 용납할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찾아보면 되는 것이지 네가 굳이 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말을 듣고 설희는 실망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여동생을 살릴 수 있는 가장 단순하고 정확한 방법인 자매간의 골수 이식을 남편은 이해하고 응원해줄 것이라 믿었던 설희는 씻을 수 없는 아픔을 담고 가야만 했습니다. 일생일대 최악의 실수가 바로 자신과의 결혼이라고 생각하는 남편에게 그녀는 시어머니가 이야기하듯 씨받이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이미 남편은 동료 변호사와 불륜 관계이고 자신은 단순히 즐기는 대상이었을 뿐이었는데 덜컥 임신을 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한 결혼이라 생각하는 지욱은 더 이상 의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 존재는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동생이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임신이나 신경 쓰라는 그들에게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 밖에는 없습니다.

가족들이 모두 모여 식사를 하는 상황에서 설희는 중대 발표를 합니다. 그들에게는 상상도 하지 못한 이혼 이야기를 꺼내든 설희는 시작과 함께 강렬한 인상으로 속물 가족들에게 하이킥을 날려버렸습니다. 자신의 자존심만 생각하는 속물 남편과 그 가족들이 그녀의 바람처럼 이혼을 쉽게 승낙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극은 설희의 당당한 홀로서기에 초점을 맞추려고 합니다.

학교 짱이 시집 잘 간다는 속설을 그대로 반영한 전설희가 그 삶에 익숙하게 젖어가지 않고 뒤늦게나마 자신의 자아를 찾아가기 시작한다는 것은 통쾌함으로 다가옵니다. 택시기사의 부인으로 보험영업사원으로 살아가는 화자와 음반 기획사 매니저로 활동하는 드러머 강수인, 전업주부이자 기타리스트인 해나로 구성된 마돈나 밴드는 아줌마라고 불리는 그녀들의 자아 찾기의 상징이 되어갑니다.

아직 마돈나 밴드의 일원은 아니지만 객원보컬인 고교동창 강란희와 리틀맘 기타리스트 양아름의 등장은 다양한 사연을 가진 우리시대의 아줌마를 대변하며 사회가 가지고 있는 편견을 보기 좋게 파괴해나가려 합니다.

흥미롭고 통쾌한 전개 속에 설희가 고교 시절 좋아했던 첫 사랑 태현과 그의 전 부인인 이혼전문 변호사 승혜가 남편과 연인이라는 설정은 통속적이고 식상하기만 합니다. 이런 얽히고설킨 관계를 통해 갈등을 조장하는 방식이 식상하기는 하지만 이 역시 통속을 통해 새로움을 추구하는 방식이라면 흥겹게 다가올 듯합니다.

<제빵왕 김탁구>가 식상하고 단순한 논리를 통해 인기를 얻고 있듯 <나는 전설이다> 역시 복잡하지 않고 명쾌한 선악 구도를 통해 통쾌함을 추구합니다. 누구나 김탁구가 고난 속에서 희망을 바라보며 성공하는 과정에 응원을 보냅니다. 최악의 상황에서 다시 일어서는 설희 역시 탁구처럼 많은 이들의 응원을 받을 수 있는 존재입니다.

복잡하게 엮어놓지 않고 최대한 단순하게 정리된 선악구도는 시청자들에게 즉각적이고 단순한 결정을 하게 해주기에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런 장점은 좋은 시청률로 답이 올 수밖에는 없겠지요. 적당한 막장 스토리와 이를 상쇄하는 긍정의 힘은 최근 드라마의 트렌드가 되어가는 듯합니다.

식상한 방식으로 접근했지만 사회적 편견과 통속을 파괴하는 설희와 친구들의 아줌마 밴드는 그 화끈한 연주만큼이나 통쾌하게 식상함을 날려 버릴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녀들의 반란이 무더위를 이겨내고 얼마나 흥미롭게 다가올지 무척이나 궁금합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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