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이 위기라고 말을 합니다. 4년간 이어진 여행 공식과 반복되는 복불복이 식상하다고 하는 이들도 있고, KBS의 파업으로 한동안 공백을 가졌던 나영석 PD의 복귀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음에 실망한 목소리도 있습니다. 김C의 하차, MC몽의 병역 비리 의혹과 김종민의 적응 실패로 인한 관계 구도의 붕괴가 문제라고 보기도 하죠. SBS와 MBC의 새로운 경쟁자들의 면면 때문에 외부의 위협을 우려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위기. 1박2일의 여러 가지 상황은 확실히 밝아 보이는 것은 아니에요.

이번 주 방송에선 담당 PD 없이, 여러 어려운 촬영 조건 속에서 확실한 내용을 확신하지 못한 조급증 때문에 매번 질질 끌며 지겨운 협상을 주도했던 강호동의 억지스러움은 확실히 사라졌습니다. 자신의 웃음 코드를 리얼 버라이어티에 실어 보내는 법을 터득한 이수근의 단독 플레이도 확연하게 줄어들면서 지난 몇 주간 이어졌던 웃기지만 자주 혼자 튀었던 돌출 행동을 볼 수 없었죠. 이승기는 강호동과 제작진 사이의 실랑이 때문에 생긴 틈을 조금씩 조율하는 법을 터득하기 시작했고, 한동안 잠잠했던 은지원도 낙오라는 방식을 통해 또 다시 프로그램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부분이 보완된, 조금씩 문제점들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보였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결정적인 부분은 해소되지 못했습니다. 너무나 오랜 시간동안 조금씩 까먹은 것들이 한 번에 해결될 수 있을 리 없겠죠. 1박2일이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장점. 다른 어떤 프로그램도 따라갈 수 없었던 최강의 무기인 사람 냄새나는, 시청자들과 격이 없이 친근하게 여행을 떠날 수 있게 해준 멤버 개개인에 대한 호감과 따스함이 1박2일에서 조금씩 사라져 버렸거든요. 결코 단시간에 해결될 수 없는, 그들에게 제일 치명적인 아픔이에요.

어르신에겐 천하장사, 때로는 귀여운 호동이였던 동네 큰 형 강호동은 억지스러운 협상꾼과 우악스러운 큰 형님 역할을 반복하면서 스스로의 입으로 폭력MC가 아니라는 해명을 해야 할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믿음직한 국민 일꾼이었던 이수근은 국민 앞잡이를 거쳐 자기 개그와 분량 욕심에 전체를 아우르지 못하는 1.5인자의 한계를 서서히 보여주고 있죠. 병역 비리 의혹에 발목 잡힌 MC몽은 침묵 수행에 들어갔고, 조금이라도 아등바등하며 자기 캐릭터 확보에 나서야할 김종민은 여전히 리액션에만 치중하는 병풍 놀이에만 빠져 있습니다. 황제 이승기와 은초딩 캐릭터가 주는 호감은 여전하지만 이 두 사람만으로 전체를 지탱할 수는 없는 법이죠. 비호감의 요소들이 하나씩 늘어가고 있는 1박2일의 여섯 형제들은 이제 더 이상 뭘 하든 정감이 가는 이전의 그 사람들이 아니에요.

그렇기에 지금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이경규와 강호동의 1대1 임시 트레이드 같은 깜짝 장치가 아닙니다. 바로 등장인물들 자체에 대한 호감과 애정이에요. 별다른 특이한 포맷, 유별나게 독특한 과제가 아니더라도 그저 그들이 노래를 하건 연구를 하건 요리를 하건 사람들이 하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스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 이전 1박2일이 추구했던, 비호감 없는 따스한 사람 냄새 버라이어티를 구현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바로 지금의 남자의 자격이니까요. 이런 근본적인 치유 과정이 없는 한, 현재 위기를 말하는 1박2일의 상황은 호전되기 힘들 겁니다. 1박2일이 남자의 자격에게 받아와야 하는 것은 이경규라는 특정한 개인이나 깜짝 이벤트가 아닌 바로 이런 초심. 그들이 지금 놓치고 있는, 1박2일이 지금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