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조선일보는 북미 대화에 "시동도 걸리지 않았다"며 한미 연합훈련 중단 등 한미 동맹에 대한 우려를 미국에 전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미국 당국자 6명이 평양에 체류하며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26일자 조선일보는 <흔들리는 韓美 동맹에 대한 우려, 매티스에게 분명히 전해야> 사설에서 25일부터 중국, 한국, 일본 순으로 순방에 나서는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에게 한미 연합훈련 중단 등에 대해 우려하는 입장을 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6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한·미 국방부는 대규모 연합 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에 이어 소규모인 한·미 해병대 훈련도 무기 연기한다고 밝혔다"며 "지금 추세로 볼 때 하반기 예정된 한·미 해공군 훈련과 특수부대 훈련도 줄줄이 중단 또는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한·미 당국은 '북이 선의를 갖고 비핵화 대화에 임하는 동안'에 한해 훈련을 중단하겠다고 했지만 그 대화는 아직 시동도 안 걸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도발적'이라고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전하며 "미·북 정상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했던 말이 논란이 됐는데도 똑같이 반복하는 것을 보면 말 실수가 아니라 본심이란 얘기"라며 "미 대통령의 인식이 이렇다면 한·미 동맹은 사실상 해체 수순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한·미 동맹은 60년 넘게 한반도와 주변 동북아 지역의 안정을 지켜왔다"며 "4년 임기 동안 왔다 가는 미 대통령이 마음 내키는 대로 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 둬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카터 전 대통령도 주한 미군 철수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고 임기 내내 밀어붙이려 했지만 군 당국, 의회, 안보 전문가들의 반대에 부딪혀 포기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미국을 방문한 외교부 차관은 시사 방송 사회자가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한 데 대해 한국 정부가 우려하지 않느냐'고 거듭해서 묻는데도 '한·미 정부는 같은 페이지에 있다'면서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답변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한·미 연합 체제가 근본부터 흔들리고 그에 대해 국민들이 걱정하고 있다면 정부는 그런 우려를 미국 측에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며 "이번 매티스 장관 방한을 그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매티스 장관이 한국 정부의 분명한 동맹관을 확인해야 그것을 바탕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다잡는 노력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6일자 중앙일보 1면 보도.

그러나 조선일보의 주장과 달리 미국과 북한은 비핵화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6일자 중앙일보는 <미국 비핵화 협상팀 4명 북한 갔다> 1면 보도에서 복수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유해 전문가 2명과 국무부 및 중앙정보국 관계자 4명 등을 평양에 파견했다. 이들은 미군 유해 송환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을 사전 조율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하면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시간표를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외교 소식통은 지난 12일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난 이후 후속 회담에 시간이 걸리는 이유로 "정상회담 이후 북한과 미국이 주변국에 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향후 대응 방안을 협의하느라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그 대화는 아직 시동도 안 걸리고 있다"던 조선일보의 사설과는 상반되는 내용이다.

조선일보의 말 대로 북한이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나서지 않고 핵을 고수하며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킨다면 한·미 연합훈련을 이어나가는 것은 타당하다. 그러나 지금은 6·25 한국전쟁의 휴전 당사자인 미국과 북한이 북핵 폐기를 두고 협상을 하고 있다. 한·미 연합훈련으로 한미 측에서 긴장감을 키울 필요가 없다.

지난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나고, 다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만나는 데 한 달 반의 시간이 걸렸다. 한반도 긴장관계가, 그것도 비핵화라는 북한으로서는 사활이 걸린 문제가 하루아침에 풀릴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1등 신문 조선일보가 이런 상황을 모를리도 없다. 총론에 대한 비판은 북미협상의 진행상황을 좀 더 지켜보고 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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