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조선일보가 청년들에게 '젊어서 고생'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상을 제대로 감지하지 못한 채 노력만 강요하는 행태라는 지적이다.

25일자 조선일보에 <그래도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할 만하다> 태평로 칼럼이 게재됐다. 칼럼에서 조선일보는 "그제 신문 사회면과 국제면에 각각 한국과 일본의 젊은 직장인들 이야기가 소개됐다"며 "한국 젊은 교사들이 보직교사나 장학사를 맡지 않으려고 한다는 내용과 일본 신입사원 중 '장차 사장까지 승진하고 싶다'는 사람이 지난 50년간 조사한 이래 가장 적다는 이야기"라고 전했다.

▲25일자 조선일보 칼럼.

조선일보는 "승진이나 출세에 관심 없고 개인생활과 작은 행복에 더 큰 의미를 두는 세대라는 해석이었다"며 "두 나라 모두 빠르게 고령사회로 가고 있는 만큼 젊은 세대 인식도 비슷한 것 같다"고 봤다.

조선일보는 한국과 일본 젊은이들의 인식에 의문을 드러냈다. 조선일보는 "과연 '승진과 추세에 관심 없는 세대'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을까. 그보다는 사회진출에 진을 빼고 나니 당분간은 경쟁이나 시험과는 담쌓고 지내고 싶은 심리라는 게 더 설득적"이라며 "승진과 출세라는 세속적 가치에 관심이 없다면 젊은 세대의 이른바 갭투자나 가상화폐 광풍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출세는 관심 없고 일확천금을 원하는 모순적 세대는 존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우리는 인생의 관문이 두 개밖에 없는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 첫째가 대학이고 둘째가 취업"이라며 "'100세 시대' 전반 30년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 나머지 70년에 대한 설계는 각자 알아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학과 취업을 가까스로 이루면 맥이 탁 풀려버린다. 필요한 만큼만 일하고 내 시간을 갖고 싶어진다. 돈을 더 벌고 싶지만 그러려고 결투의 전장에 나가고 싶진 않다"며 "그러나 이제 막 이들을 받아들인 기성세대는 '젊은 피'의 활약을 기대한다. 그저께 한국과 일본 기사는 결국 두 세대의 갈등 이야기"라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출세 대신 작은 행복'은 전형적인 중년 이후의 라이프스타일"이라며 "이런 경향이 20~30대에서 나타난 것은 고령화 사회의 특징 중 하나가 '정신의 고령화'임을 말해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일본 신입사원들의 일하는 목적이 1970년대 '나의 능력을 시험해보기 위해'에서 올해 '재미있게 살기 위해'로 바뀐 조사결과를 제시했다.

조선일보는 "'젊어서 고생은 사서라도 한다'고 할 때 고생은 험한 일을 뜻하지 않는다"며 "자신이 택한 일에 전력투구하는 것이 젊어서 하는 고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엇인가 성취한 사람들은 모두 젊었을 때 자신의 일에 모든 것을 바쳤고, 스스로 원해서 고생했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자신을 한계까지 밀어붙이며 능력을 시험해보는 소수의 사람이 결국 사회를 한 발짝씩 전진시킨다"며 "작은 행복을 누리며 재미있게 사는 사람들은 그런 선구자를 뒤따라갈 뿐"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의 칼럼대로 자신이 맡은 일에 열정을 가지고 전력투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굳이 출세가 아니라 인간이 업을 선택하고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조선일보 칼럼을 일리 있다.

문제는 현재 한국 청년들의 상황이다. 한국 청년들은 역대 최악의 실업에 직면해 있다. 통계청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실업률은 10.5%에 이른다. 실업자는 약 5만3000명이 증가했고, 실업률은 1.3%p 상승했다. 청년들이 발붙일 자리가 없단 얘기다.

조선일보가 예로 든 일본의 1970년대 신입사원과 현재의 신입사원들의 예도 단순비교로 보기엔 부적절하다. 한국의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취업전선에 나섰던 1970~80년대는 한국의 산업이 2차 산업을 중심으로 고도화를 향해 달리던 시점이다. 그러나 현재의 취업시장은 청년들에게 너무도 인색하다.

게다가 1997년 IMF사태를 경험한 세대들은 자녀들에게 '잘리지 않는 안정적 직장'이나 '큰 돈을 벌 수 있는 직장'을 강요한다. 공무원, 대기업 사원이 청년들에게 최고의 직장인 이유다. 물론 자신의 경험에 비춰 자녀들이 안정적인 삶을 살기를 바라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청년들은 자신이 이루고 싶은 꿈을 펼치기보다는 부모의 바람이 직업선택을 결정짓는 데 미치는 영향이 크다.

출발점이 다르다는 점도 문제다. 어느 시기나 계층의 사다리를 올라가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사회는 계층의 이동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부모의 부가 곧 자녀의 부로 이전되고 청년들은 절망에 빠지다 못해 체념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서울 노량진에 가보라. 매일 점심, 저녁 시간이면 피곤한 얼굴의 학생들이 쏟아져 나온다. 생업의 현장에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2030 청년 세대들이다. 지난 19일 YBM넷이 시장조사기관 두잇서베이와 공동으로 진행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20대 43.5%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거나 응시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그 이유는 ▲정년보장, 연금 등 직업 안정성이 뛰어나서(73.9%) ▲복지 등 근무여건이 좋아서(56.9%) ▲채용기회가 공정하게 주어져서(28.4%)라고 한다.

조선일보는 청년들이 어떤 방식으로 직업을 선택하고 있는지, 왜 그런 식으로 직업을 선택하는지, 누가 청년들을 이런 상황까지 내몰았는지부터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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