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TV조선의 “북한, 미국언론에 핵실험장 취재 비용 1인당 1만 달러 요구” 보도에 법정제재가 내려질 가능성이 커졌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는 21일 열린 회의에서 위원 다수 의견으로 TV조선에 법정제재를 건의하고 향후 전체회의에서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앞서 TV조선의 뉴스7은 5월 19일 <[단독] "北, 美 언론에 핵실험장 취재 비용 1인당 1만 달러 요구"(엄성섭 기자)> 보도를 통해 북한이 미국 취재진에게 사증 명목으로 1인당 1만 달러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를 두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5월 29일 논평을 통해 “특히 최근 조선일보(TV조선)의 보도가 심각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5월 19일 <[단독] "北, 美 언론에 핵실험장 취재 비용 1인당 1만 달러 요구"(엄성섭 기자)> 보도(TV조선)

의견진술에 참여한 강상구 TV조선 정치부장은 해당 보도가 오보가 아니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강상구 부장의 의견진술에 따르면 TV조선의 취재원은 미국 기자 2명이다. 이 중 B 기자는 “북한 특정 관계자가 별도의 현금(1만 달러)을 요구했다”고 말했으며 A기자는 금액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상당한 금액’이라고 TV조선에 제보했다는 것이다. 강상구 부장은 “이들 기자는 미국 고위관계자의 동선과 비공개 브리핑 내용을 TV조선에 알려줬고 다수의 단독 보도 결과물이 나온 적 있다”며 “매우 신뢰할 수 있는 미국언론 소속 기자”라고 주장했다. TV조선의 취재원이라는 미국 A, B 기자는 이번 풍계리 취재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TV조선의 보도에 대해 국내 다수 언론은 “북한이 1만 달러를 요구했다는 TV조선의 주장은 오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강상구 부장은 “국내 언론이 오보라는 근거로 든 CNN의 윌 리플리 기자는 (1만 달러 요구에 대해)단언해서 이야기할 만큼 자세히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해당 기사를 보도한 엄성섭 기자와 관련해서는 “실제 취재와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따로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윤정주 위원은 “언론의 자유는 책임성이 따라야 한다”며 “들었다고 다 쓰는 건 언론의 자유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기사가 오보인지 사실인지는 알 수 없다”면서 “기사가 단정적인 게 문제”라고 비판했다. 윤정주 위원은 법정제재인 ‘경고’를 건의했다. 허미숙 소위원장도 경고에 동의했다.

전광삼 위원과 박상수 위원은 법정제재 건의에 크게 반발했다. 전광삼 위원은 “사실무근인지 판단할 순 없다”면서 “(법정제재를 내린다면)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사에서 취재원을 밝힌다면 북한 측 인사가)죽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박상수 위원은 “법정제재를 내린다면 헌법정신에 위배될 수 있다”고 밝혔다. 두 위원은 문제없음을 건의했다.

심영섭 위원은 법정제재인 주의를 건의했다. 심영섭 위원은 “헌법 제 21조가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가 중요하다. 고민이 있다”면서도 “이 리포트가 좋은 형식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심영섭 위원은 “더 많은 후속취재를 통해 정교한 보도를 했어야 했다”며 “방송소위가 지적한 건 객관성 조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법정제재인 주의를 건의한다”면서도 “향후 TV조선이 후속 보도를 해 밝혀지지 않은 문제들이 밝혀진다면 의견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이에 위원 다수 의견으로 법정제재 건의가 결정됐다. 이에 반발한 전광삼 위원은 “오늘 남은 안건을 심의하지 않겠다”며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이날 방송소위에서 TV조선은 의견진술 비공개 진행을 주장해 소란을 불러일으켰다. TV조선은 방송소위 위원 5명과 의견 진술자 2명만 남아 비공개 의견진술을 한다면 취재원 정보와 사건 경위를 알 수 있는 녹취록을 공개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취재원을 보호하고 취재원과 북한과의 관계가 틀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위원들은 비공개 심의 제안을 거부했다.

윤정주 위원은 “사무처 직원까지 배제한 의견 진술 과정을 누가 기록하고 확인하냐”면서 “어떤 결정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밀실·야합 의혹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상수 위원은 “위원 5명만 참석한 가운데 공개한다고 해도 비밀이 지켜질지 알 수 없다”며 “특수한 녹취록인데 그게 공개되면 당사자의 목숨이 위험하다”고 밝혔다. 심영섭 위원은 “어떤 경우도 취재원 공개는 반대한다”면서 “그걸 조건으로 비공개 의견진술을 하는 것도 반대”라고 말했다.

TV조선은 비공개 의견진술이 무산되자 유감을 표했다. 정석영 TV조선 부국장은 “녹취록은 이 보도가 왜 나갈 수 있었는지를 뒷받침하고, 진실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자료”라며 “녹취록을 비공개로 해선 안 된다는 논리는(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심의 시작 전 조선일보가 현장 스케치 사진을 찍게 해달라고 항의를 해 소란이 벌어졌다. 조선일보는 20일 저녁 방통심의위 홍보팀에 현장 사진을 찍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방송소위 현장에 조선일보 사진 기자가 왔지만, 촬영은 거부됐다. 규정에 따르면 사진 촬영 허가는 방통심의위 위원장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허미숙 소위원장은 “조선일보 자사의 심의 안건”이라면서 “충분한 시간 가지고 위원들과 상의할 시간이 부족했다”고 불허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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