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이 3년 만에 미니앨범으로 컴백을 했습니다. 아이돌에 의해 거의 장악된 현 가요계에서, 유승준 이후 유일한 실력파 남자 솔로 댄스가수 세븐의 컴백에 많은 20-30대 이상의 사람들은 기대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는데요. 그런데 3년의 공백이 있어서 그런지 아이돌에 물들어 있는 10대들은 세븐을 잘 모르기도 하더군요. 고등학생들은 좀 아는 반면, 중학생들 이하는 거의 모르더라구요.

그래서인지 세븐이 29일 엠카운트다운에서 컴백과 동시에 1위를 함에 따라 단숨에 주목받게 되자, 세븐을 잘 모르는 10대들은 어리둥절해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1위한 것을 두고 말들이 많은데요. "컴백과 동시에 1위라니 팬들에 의해 조작된 1위다", "케이블에서 1위는 원래 돌아가면서 주는 거 아니냐?" 등 이를 폄하하는 말들이 많습니다.

그러다 다음날인 30일 세븐 컴백무대의 MR제거 영상이 공개되면서 세븐은 다시 한 번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노래 자체가 저음 파트가 많긴 하지만, 춤을 추면서도 안정적인 호흡과 흐트러짐 없는 안정적인 가창력으로 CD와 똑같다는 호평을 받으며 세븐이 왜 보아와 더불어 춤추면서 라이브를 하는 실력파로 불리는지를 증명해 버렸습니다.

참고로 세븐의 가창력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시는 분들은 아래 링크를 보시면 판단하시는데 도움이 되실거에요.

=> [LIVE] 세븐 체념(원곡 빅마마)

내가 세븐을 응원하는 이유는 그의 마인드 때문

사실 세븐의 노래는 제 취향은 아닌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븐을 응원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단순히 춤추면서 라이브가 되는 국내에서 몇 안 되는 실력파라서가 아니라, 그의 가수로서의 마인드 때문인데요.

세븐은 예전에 3집을 발표할 때 이렇게 인터뷰를 한 적이 있습니다.

“한층 더 세련되고 고급스러워지고 강해진 음악을 선보이고 싶었습니다. 유행이나 트렌드는 생각하지 않고 내가 부르고 싶은 만들고 싶은 음악을 만들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해야 뮤지션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요즘 아이돌들을 보면 과연 그 노래들을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과거 밴드 같은 경우 음악적 취향이 같은 사람들이 모여 그들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하며, 그들의 음악적 색깔을 스스로가 만들어 갔는데요. 그러다 보니 당시만 해도 싱어송라이터들이 많은 편이었죠.

그러다 아이돌 문화가 시작되면서 그룹의 결성은 하나의 상품처럼 수많은 가수지망생들 중에서 골라 노래와 춤, 스타일 등 모든 것을 정해주고, 거기에 맞게 트레이닝을 시켜 가요계라는 시장에 내어놓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저는 아이돌 가수들을 보면 과연 그들이 노래를 부르고 싶어서 가수를 하는 것인지, 단순히 무대에 오르고 인기를 얻기 위해 가수를 하는 것인지 헷갈릴 때가 많은데요.

아무튼 그런 아이돌들이 대세가 되면서, 가수가 가요계의 질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기획사에 의해 가요계의 질이 결정되는 참 안타까운 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대중에게 잘 팔리는 음악이 주를 이루고, 현재 가요계는 음악의 다양성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 요즘 가수들은 그 노래가 좋아서 부르는 걸까?

세븐의 3집은 사실 큰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는데요. 하지만 3집 활동을 접으면서 한 인터뷰에서 그가 왜 뮤지션인지를 잘 나타내 주고 있습니다.

"3집 앨범을 두고 주위에서는 '망했네'라고 말할 수 있지만, 난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음악팬들은 나의 3집을 최고의 앨범이라고 인정했으니까. 가요계를 살짝 원망한 수준이었다. 솔직히 아직 한계라는 것을 모를 나이 아닌가? 만약 느끼게 된다면 스스로 은퇴를 하겠다."

그리고 세븐은 그런 뮤지션적인 마인드 뿐만 아니라, 무대 마인드도 남다른데요. 요즘 가요계를 보면 변명거리가 상당히 많습니다. 음악방송에서 라이브를 하기에는 열악한 환경이라며 방송사를 질책하기도 하고, 전문 공연장이 아니면 립싱크는 당연한 것처럼 무대에 올라 입만 뻥긋 거리고 춤을 춥니다.

그리고 노래 역시 기계음을 통해 가수의 목소리를 덮어 버려서, 노래를 부르는 건지 알 수 없게 만들어 라이브와 립싱크의 구분을 의미 없게 만들어 버리기도 하는데요. 심지어 요즘은 라이브인 것처럼 AR을 만들어 무대에 오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 세븐은 확고한데요. 목상태가 아무리 좋지 않아도 라이브만을 고집합니다.

방송사 프로그램의 여건이 라이브를 하기에 부족하다는 의견에 대해서,
"방송사의 조건도 많이 좋아졌다. 환경만 따진다면 전문 공연장이 아닌 곳에서 열리는 콘서트 역시 음악이나 노래를 제대로 모니터하기 어렵긴 마찬가지다."

"내 무대를 보기 위해 결코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고 찾아온 사람들에게 라이브는 가수로서 최소한의 의무이다."

"댄서와 가수의 구분은 그가 춤을 잘 추거나 멋진 외모를 가졌다는 것과 상관없이, 노래를 잘 하냐 못하냐로 가려진다고 생각한다."

사실 댄스가수로서 라이브를 고집한다는 것은 정말 힘듭니다. 하지만 세븐은 그런 라이브를 팬들에 대한 의무라고 생각하고, 공연장에서 교감하고 생동감 있는 모습들을 보여주려고 하는데요. 립싱크가 재미없다며 부족하더라도 조금씩 늘어가는 자신의 모습들을 통해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겠다는 세븐을 보면, 항상 초심을 잃지 않고 댄스가수가 가져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자세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립싱크요? 그거 정말 재미없어요. 가수는 노래하는 사람이잖아요. 무대에서 입만 뻥긋거리면 가수가 아니죠. 물론 춤추면서 노래 부르다 삑사리날 때도 있어요. 하지만 그게 어때서요? 무대란 원래 그런거잖아요.

그래서 라이브가 재미있는거죠. 음악은 CD에서 맨날 틀면 나오는 노래, 좀 더 색다르게 들려드리고, 방송 나올 때마다 하나하나 느는 모습 보여드리고, 그게 팬들한테는 큰 행복일 거 같거든요.

저는 지금까지 한 번도 립싱크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거에요."

한때 비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며 주목을 받지만, 비는 화려한 퍼포먼스로 승승장구하며 드라마, 영화 등을 통해 월드 스타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세븐은 자신이 하고 싶은 노래만을 고집하며 해외진출 등으로 공백이 생기면서 상대적으로 대중적 인기의 격차가 많이 벌어졌는데요.

그런 그가 다시 국내에서 활동을 시작하면서, 현재 가요계에서 입만 뻥긋거리거나 추임새만 넣는 댄서가 아닌 진정한 댄스가수는 무엇인지를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정말 요즘 아이돌들도 세븐의 이런 마인드를 본받아, 가요계에 진정한 댄스가수가 많아졌으면 좋겠네요. 그렇게 세븐에 이어 8월 5일 컴백하는 보아까지, 그들의 컴백이 병든 가요계에 백신 같은 존재가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skagns.tistory.com 을 운영하고 있다. 3차원적인 시선으로 문화연예 전반에 담긴 그 의미를 분석하고 숨겨진 진의를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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