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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과 2016년 4월 총선 옥새파동[기자수첩]
전혁수 기자 | 승인 2018.06.21 09:18

[미디어스=전혁수 기자] 6·13지방선거에서 참패를 당한 자유한국당이 당 수습에 나섰지만 난항을 겪고 있다.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은 김성태 원내대표는 "수구보수, 냉전적 보수와의 결별"을 선언하고 중앙당 해체, 외부 비상대책위원장 영입 등을 쇄신안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친박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지난 2016년 벌어졌던 '공천 학살'의 나비효과란 분석이다. 

김성태 원내대표에 대한 반발은 자유한국당 친박, 비박의 계파갈등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바른정당에서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한 의원 20여 명과 별도의 회의에 참석했던 한 초선의원의 휴대폰 메모가 한 언론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내용은 '친박, 비박 싸움이 격화될 것. 친박핵심이 모인다. 적으로 본다. 목을 친다' 등이었다.

이 같은 언론보도를 접한 김진태 의원은 "겉으로는 반성하니 어쩌니 하면서도 결국 내심은 이것이었나"라며 "잘못하면 당이 해체될 판인데 계파싸움으로 당권 잡아서 뭐하겠다고 저럴까"라고 비난했다. 김 의원은 "난 탄핵에 반대하고, 문재인 정권과 싸운 거 밖에 없는데 내가 그렇게 미웠을까"라고 덧붙였다.

물론 김성태 원내대표가 당 수습방안에 대해 논의를 거치지 않고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은 문제가 있다. 수습의 주체가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이 있는 김 원내대표라는 점도 문제이며 중앙당 슬림화의 법적 근거도 부족하단 지적이다.

▲2016년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왼쪽)와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 (연합뉴스)

그러나 자유한국당이 소멸할 것이 아니라면 쇄신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도 자유한국당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친박을 청산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다. 그러나 쉽지 않아보인다. 근본적 원인은 2016년 4월 13일 총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4·13 진행된 총선에서 당시 새누리당은 예상 외의 결과를 받아들었다. 당초 안철수 전 의원의 탈당과 국민의당 창당으로 새누리당이 여유있게 승리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민주당이 1당을 차지한 것이다. 새누리당의 패배의 원인에는 흔히 '옥새파동'이라고 알려진 공천 잡음이 있었다.

지난 총선 당시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는 공천 방식으로 일반국민이 직접 참여해 후보를 선출하는 '오픈프라이머리'를 추진했지만, 친박은 이한구 전 의원을 공천관리위원장을 내세워 '공천 학살'을 단행했다. 대표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었던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비박계 현역의원들이 대거 공천학살을 당했다. 유 의원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면서 대구 동구을 지역구 공천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당시 김무성 전 대표가 기자회견을 열고 "현역 의원의 경선 참여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공관위 재의를 요구했지만,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재의를 반려했다. 결국 김 대표는 공관위 결정에 반발하며 '도장'을 찍지 않았고, 이것이 바로 '옥새파동'으로 잘 알려진 '친박 공천 학살'이다. 결국 공천 잡음은 새누리당 참패의 결정적 요인이 됐고, 김 전 대표는 '옥새들고 나르샤', '도망자' 등의 조롱을 받으며 대권주자로서의 무게감을 상실했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깊숙이 관여했다. 지난 2016년 1월 친박 현기환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이 정무비서관 및 정무수석실 행정관들에게 ▲비박계 현역 의원 공천 배제 ▲비박계 유력 의원들의 경선 참여 기회 박탈을 위한 컷오프를 확대 시행하게 했다. 이를 위해 '양질의 신인 정치인을 등용하기 위한 환경을 조성한다'는 명목도 개발하도록 한 문건도 작성됐다. 이로 인해 지난 2월 박 전 대통령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추가 기소된 상태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이후에도 변함은 없었다.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당명을 바꾸고 인명진 목사를 비대위원장으로 내세웠지만, 이렇다할 친박에 대한 인적 청산은 이뤄지지 못했다. 지난해 5·9 대선에서 후보로 나선 홍준표 전 대표는 선거 막판 "다 용서하자"며 선거운동을 이어갔다. 보수 표심을 끌어모으기 위한 발언이었다고는 하지만 박근혜 정부에 실망한 국민 정서와는 괴리된 행보였다. 

친박을 떨쳐내지 못한 자유한국당은 6·13 지방선거에서 급기야 국민으로부터 '탄핵' 당했다. 자유한국당은 광역자치단체 선거 17개 지역구에서 단 2개만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제1야당의 성적표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수준이다. 홍준표 전 대표가 지방선거 책임을 지고 당 대표직을 사퇴하면서 "내가 지난 1년 동안 당을 이끌면서 가장 후회되는 것은 비양심적이고 계파 이익 우선하는 당내 일부 국회의원들을 청산하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친박을 겨냥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20일 '친박 맏형' 서청원 의원은 자유한국당 탈당을 선언했다. 서 의원은 "자유한국당이 다시 '불신의 회오리'에 빠졌다. 아직도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친이', '친박'의 분쟁이 끝없이 반복되며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다. 역사에 기록될 '비극적 도돌이표'"라며 "제가 자리를 비켜드리고자 결심한 결정적인 이유"라고 밝혔다. 더 이상 친박이 설 곳이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서 의원의 결단처럼 친박은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때다.

전혁수 기자  wjsgurt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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