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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열흘 앞 '노동시간 단축', 언론계 대책은 유연근로제?언론노조, "법대로 해야" 촉구....."정부 언론브리핑은 왜 9시 이전에 하는가"
송창한 기자 | 승인 2018.06.20 13:43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노동시간 단축을 골자로 하는 2018 근로기준법 개정 시행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장시간 노동이 일상화 돼 있는 언론계 역시 비상이 걸렸다. 이번 개정으로 특례업종에서 제외돼 노동자의 주 최장 근로시간을 68시간으로 제한해야 하는 방송업계도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당장 주 최장 근로 52시간을 적용해야 하는 신문/통신사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문제는 대부분의 언론사가 개정안 시행을 열흘 앞둔 현 시점에도 이렇다 할 대책을 마련하지 못해 필연적으로 업계 혼란이 전망된다는 점이다. 일부 언론사에서는 포괄임금제를 빌미로 재량근로제 등의 유연근로제를 노조측에 제안하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이에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은 "노동시간 단축, 법대로 진행하라"며 인력 충원, 장시간 노동 관행 철폐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전제로 언론사 경영진이 노조와 머리를 맞댈 것을 촉구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20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언론사의 장시간 노동 관행 철폐와 제대로 된 노동시간 단축 시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왼쪽부터 장형우 언론노조 서울신문 지부장, 한대광 전국신문노조협의회 의장,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 오정훈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 배성제 서울지역신문통신노조협의회 의장, 홍제성 언론노조 연합뉴스 지부장. (미디어스)

언론노조는 2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언론사의 장시간 노동 관행 철폐와 제대로 된 노동시간 단축 시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언론사 사측에서도 이 문제를 놓고 굉장히 당혹스러울 것이라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몹시 아쉽게도 사측은 전향적인 문제 해결의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2003년 주 5일 근로제 도입 당시를 돌이켜보면, 언론사들은 주5일제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처럼 회사를 운영해왔다"며 "언론 노동자들은 나름의 사명감으로 노동시간을 따지지 않고 일해왔지만, 문제는 경영진과 사주들이 이를 악용한 측면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노사가 머리를 맞대 지혜를 짜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노조는 근로기준법 개정과 관련해 지난 5월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입장을 정리한 상태다. 우선 언론노조는 사용자 측이 제안할 가능성이 높은 '재량근로제'에 대해 '절대수용불가'라는 입장이다. 대통령령으로 정한 특정 직종에 대해 재량근로제가 실시되면, 추가 근로 시간이 발생한다해도 해당 직종의 노동자는 추가 임금을 청구할 수 없다. 언론노조는 재량근로제가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의 본 취지를 무력화한다고 보고 있다.

유연근로제의 예로 제시되는 탄력근로·선택근로제 역시 매우 제한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게 언론노조의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탄력·선택근로제가 본래 개정안에 포함된 이유는 시기에 따라 일감이 몰리는 특정 산업의 특성을 고려한 것"이라며 "그런데 현재 많은 언론사 사측에서 당연히 그것을 해야 하는 것처럼 카드를 내밀고 있다. 과도기적 상황에서 고려할 수 있는 사안이지만, 굉장히 엄격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근로기준법 개정과 관련해 언론사 노사 뿐만 아니라 정부도 함께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공공기관·지방자치단체 등의 일정이 언론 노동자들의 근로 시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일례로 왜 9시 전에 브리핑을 하는가. 국회 각 정당 최고위원회를 9시 넘어서 하는 곳을 본 적이 없다"며 "그러면 언론 노동자들은 이를 취재하기 위해 더 이른 시간에 현장으로 나서야 한다. 정부에서 선제적으로 노동시간 단축에 맞춰 뭘 해야하는지 고민하고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19일 방송통신위원회와 고용노동부가 방송사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유연근로제를 설명한 데 대해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굉장히 무책임한 태도다. 고용노동부에서 언론사를 상대로 유연근로제를 도입할 수 있다고 설명하는 것은 법의 취지를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대광 전국신문노조협의회 의장(언론노조 경향신문 지부장)은 오는 7월 개정안 시행을 앞둔  현재  전국 12개 300인 이상 신문/통신사(조선·중앙·동아·연합·한겨레·경향·한국·서울·국민·한국경제·매일경제·해럴드경제)중 노사 확정안을 마련한 곳은 한 곳도 없다고 설명했다.

한 의장은 "'주 52시간 노동제'라는 단어는 매우 잘못된 것이다. 이번 법 개정의 취지는 주 40시간 노동제의 정착"이라며 ▲주5일 노동제 확립 ▲야근·연장근로수당 미지급 등 낡은 제작관행 탈피 ▲인력 충원 등 근본적인 개선책 마련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의장의 설명에 따르면 노동법에서 정한 추가근로수당(통상임금의 150%)을 지급하는 언론사는 없으며, 연장근로에 대한 근태관리 시스템을 전산으로 구축해 측정하는 언론사도 없는 실정이다.

최근 근로기준법 개정 시행을 앞두고 7월부터 토요일자 발행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서울신문의 장형우 언론노조 서울신문지부장은 "기자들이 가지고 있는 사명의식을 넘어선 노예근성은 혁파할 때가 됐다"며 "사회정의를 부르짖다 가정이 망가지고 병에 걸리는 삶을 언제까지 살아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언론노조 SBS본부가 지난 6일 발행한 노보에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SBS 직원들 중 암이 발병한 직원들의 소식이 전해졌다. 한대광 의장은 "SBS 직원 규모의 3분의 1 정도인 경향신문에서도 암 환자가 이미 3명이다. 놔혈관질환 환자가 2명이며 이 외에도 투병중인 조합원들이 있다"고 말했다. 언론 노동자의 암 발병 이유가 장시간 노동때문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완전히 인과 관계가 없다고 보기에도 어렵다는 설명이다. 오정훈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은 2014년 연합뉴스에서 야구경기를 취재하던 한 기자가 취재 다음날 집에서 숨져 산업재해도 받지 못한 사례를 전하기도 했다. 야구경기 취재 기자의 근로시간은 주 80시간을 넘길 정도로 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 지부장은 "수습·견습기자들부터 52시간 노동제가 적용돼야 한다. 기자 양성 시스템 속에서 52시간 노동 이하로 교육을 시키지 못한다면 법위반은 관행화될 것"이라며 "사측도 어떤식으로든 사람을 더 뽑고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돈을 써야 한다. 그게 이 법의 정신이고 시대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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