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접근이었다. 19년 전 트럼프의 북한에 대한 발언을 토대로 현재를 바라보는 방식은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19년 전인 1999년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한 사업가 트럼프의 언급은 현재 그가 북한을 대하는 방식 그대로다.

가지 않은 길 혹은 준비된 길;
트럼프와 김정은, 동반자가 된 북미정상 평화와 번영의 길을 간다

역사상 처음으로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난 후 김정은 위원장은 다시 중국 시진핑 주석을 만났다. 단순히 북미정상회담 내용을 전달하기 위한 자리는 아니다. 북한의 경제 성장을 위한 긴밀한 대화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예측은 너무 당연하다.

북미정상회담 전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시 주석을 만난 후 태도가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그리고는 회담 취소라는 초강수를 뒀다. 단순히 중국의 개입을 막기 위한 시도가 아니었다. 그동안 꾸준하게 이어왔던 김정은을 회담 자리에 불러내기 위한 과정을 완성하기 위해서였다.

KBS1 교양프로그램 <시사기획 창> ‘트럼프와 김정은 가지 않은 길’ 편

미 언론에서도 19년 전 트럼프가 한 인터뷰 내용이 화제였다. 그가 19년 전 밝힌 북한에 대한 이야기는 현재와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김정은이 아닌 김정일 위원장 시절이었지만, 기본적으로 크게 달라질 수 없는 구조였다. 중국을 압박해 북한 김정일 위원장을 사라지게 할 수 있다는 호언장담, 그건 현실적 방안이었다.

트럼프는 능숙한 장사꾼이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유복하게 자랐고, 어려움이란 모르고 평생을 살아왔던 인물이다. 물론 실패도 있었고 이를 통해 더 큰 부를 얻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그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금수저로 평탄한 길을 걸어왔다.

하지만 그를 무능하다고 보는 이는 없다. 누구보다 사업가로서 능력을 증명한 인물이다. 실제 능력도 인정받았고 엄청난 부를 쌓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사업가 기질로 미국의 대통령의 자리까지 올랐다. 많은 이들은 그가 그저 형편없는 독설가에 생각 없이 일을 추진하는 존재로 인식했지만 사실은 전혀 달랐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겠다는 발언에 대해 미국 현지 언론들은 즉흥적 결정이었다며 우려했다. 언론만이 아니라 그가 속한 공화당과 적인 민주당까지 정치를 모르는 트럼프의 도발이 국익마저 해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19년 전 언론 인터뷰는 이 모든 것을 뒤집어 놓았다.

북한에 대응하기 위해 어떤 조처를 취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지 트럼프 대통령은 알고 있었다. 그가 중국을 강력하게 압박한 것은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나오게 한 결정적 이유였다. 단순히 전쟁 도발을 언급하는 거친 말투가 아니었다.

KBS1 교양프로그램 <시사기획 창> ‘트럼프와 김정은 가지 않은 길’ 편

19년 전 인터뷰에서도 밝혔듯 중국 압박은 결국 북한을 억압하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이 드러났다. 사문화되었던 '슈퍼 301조'를 가동해 중국을 압박했다. 통상무역 논란은 여전히 미중 관계를 힘들게 하고 있지만, 당시 이 '슈퍼 301조'는 북한 고립의 결정적 카드였다.

유엔 결의가 있고, 북한을 경제적으로 압박하는 수많은 방법을 동원해도 중국이 응하지 않으면 무의미했다. 이를 알고 있던 트럼프는 직접적으로 중국을 공략하며 북한과 교류를 끊어 버렸다. 북한의 최대 우방인 중국이 경제 제재를 시작하자 북한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과거 고난의 행군 당시에는 국민들은 어려웠지만, 당 간부와 부유층까지 힘들지는 않았다. 그들은 다양한 무역 등을 통해 엄청난 돈을 벌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이 경제 제재를 하며 가장 힘들어진 것은 북한 고위층과 부유층이었다. 기본적인 통로가 막히며 유례없는 고통을 받는 상황에서 김정은 체제 역시 흔들렸다고 한다.

북한의 미사일과 핵 개발 속도는 갑자기 빨라졌다. 그리고 트럼프의 압박 역시 가속도를 높여갔다. 그 정점은 2017년 12월까지였다. 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과 핵 완성을 선언한 북한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미국 측은 북한의 핵 개발이 포기를 위한 준비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국내 극우 세력들과 달리, 북한 핵은 사용하기 위한 전쟁용이 아니라 협상을 위한 도구라는 사실을 트럼프 정부는 알고 있었고 대비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트럼프 정부의 대북관은 즉흥적이라 할 수 없다. 19년 전 정치와 상관없었던 트럼프가 북한에 대한 발언이 대통령이 된 지금 그대로 적용되어 첫 북미정상회담까지 이어지게 한 것을 보면 일관되게 그 생각을 관철해온 셈이다.

KBS1 교양프로그램 <시사기획 창> ‘트럼프와 김정은 가지 않은 길’ 편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을 상당히 신뢰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행동 분석가의 판단 역시 명확하다. 문 대통령과 함께 있으면 무한신뢰를 보낸다. 오바마와 김정은 위원장을 만났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말수가 줄고 상대를 꼼꼼하게 살피는 데 주력한다. 상대가 어떤 존재인지를 파악하기에 여념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나 협상 의지가 있는지 없는지 아는 데 1분이면 된다고 말했던 것 역시 이런 관심의 힘이었다.

오랜 사업을 하며 상대를 파악하고 대처하는 능력을 키워왔다는 점에서 무시할 수 없다. 성공한 사업가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그리고 수많은 이들을 만나는 직업의 특성상 남들보다 상대의 장단점을 구분하는 능력이 향상되는 것 역시 당연하다. 그런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상대를 대하는 방식은 흥미롭다.

방송은 궁예의 관심법과 유사하다고 지적하지만, 다른 점을 부각했다. 궁예는 100% 맹신했지만, 트럼프는 절대 확신을 가지지 않는단 점이다. 의외로 신중하고 자신의 판단이 항상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의외의 분석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미국 주류 사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악의 중심일 수는 있다. 하지만 최소한 한반도 평화라는 측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천사다.

미국의 행동분석전문가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판단은 그가 상대의 행동 분석을 잘하는 전문가라 평가했다. 오랜 사업가로서 습관이 결국 상대를 파악하는데 남들보다 탁월한 능력을 보이도록 했다는 것이다. 정치적 수사 없이 사업가 마인드로 접근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 역시 한반도 평화에는 이롭다.

KBS1 교양프로그램 <시사기획 창> ‘트럼프와 김정은 가지 않은 길’ 편

첫 만남에서 모든 것이 결정될 수는 없다. 협상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직접 확인해보고 싶다던 트럼프 대통령은 확신을 가졌다. 김정은 위원장과 충분히 협상을 해볼 수 있을 것이란 판단 말이다. 그것만으로도 한반도 불안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 멀고 험하지만 첫 단추를 끼웠다는 사실은 대단한 성취다.

한미군사훈련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조건부 중단이지만, 한반도 평화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이어지는 시대가 왔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북한이 선제적으로 핵 시설과 미사일 실험대 파괴 등으로 성의를 보였다. 미국은 한미군사훈련 중단으로 화답했다. 그렇게 한반도 평화는 조금씩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한 번도 가지 않은 길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걷고 있다. 물론 문재인 대통령 역시 그들과 함께 그 미지의 땅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는 준비 없이 닥친, 가지 않은 길이 아니다.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갈 수 없었던 길을 남북미 정상들은 함께하기 시작했다. 남북미 세 정상은 이미 오래 전부터 가지 않았던 길을 준비했던 셈이다.

트럼프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며 향후 남북미가 만들어갈 한반도 평화에 대한 흥미로운 시각을 전달했다는 것은 유익했다. 한반도 평화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그리고 모두가 이 문제가 잘 풀리기 바라고 그렇게 될 것이란 확신을 가져야 한다. 그 믿음은 결국 현실이 될 수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