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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싸운 여자 축구, 이제부터 시작이다[블로그와] 김지한의 Sports Fever
김지한 | 승인 2010.07.30 11:20

스코어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들의 투혼은 남자 선수들만큼이나 대단하고 또 아름답기까지 했습니다. 잇따라 골을 허용하는 가운데서도 그녀들은 뛰고 또 뛰면서 한국 축구 특유의 저력을 보여주려 했습니다. 비록 그녀들이 꿈꿨던 결승에 오르지 못해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지만 그래도 밝은 미래, 희망을 보여준 우리 태극 낭자들은 충분히 잘 싸웠고 또 선전했습니다. 

한국 20세 이하(U-20) 여자 축구대표팀이 2010 FIFA(국제축구연맹) U-20 여자월드컵 준결승전에서 개최국 독일에 1-5로 패하면서 아쉽게 결승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한국은 빠른 패스플레이와 기동력을 앞세워 독일을 상대하려 했지만 경기 전부터 내린 비로 젖은 잔디 사정으로 이전과는 다른 위협적인 모습을 잘 보여주지 못했고, 반면 독일은 장신을 활용한 긴 패스와 측면에서 올리는 크로스 등으로 비교적 쉽게 공격 기회를 만들어내면서 5골을 뽑아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잇따른 실점에도 자기 플레이를 보여주며 비교적 선전을 펼쳤고 결국 후반 19분, 지소연(한양여대)이 멋지게 2명을 제치고 기분 좋은 만회골을 기록하면서 자존심을 세웠습니다.

   
  ▲ (서울=연합뉴스) 29일 밤 독일 보훔 레비어파워 경기장에서 열린 2010 FIFA U-20 여자월드컵 준결승 한국과 독일의 경기에서 지소연이 볼다툼을 벌이고 있다. 2010.7.30 << 대한축구협회 >>  
 

척박한 환경에서도 한국 여자 축구는 이번 대회에서 기술 축구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앞으로의 선전을 기대하게 했습니다. 이미 '탈아시아급' 평가를 받고 있는 지소연의 플레이는 한국 축구도 충분히 세계적인 기량을 갖출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고, 김나래, 이현영, 정혜인 등이 펼치는 조직적이고 유연한 패스플레이와 전술적인 움직임은 4강전까지 12골을 뽑아 넣는 저력이 되었습니다. 7골을 넣은 지소연의 분전이 눈부셔서 '지소연 원맨팀'이라는 말을 들을 수도 있지만 경기 내용을 직접 들여다보면 볼점유율이나 패스성공률, 그리고 기회를 만들어나가는 과정 등이 확실히 예전과 달라진 모습을 보이면서 한국 여자 축구가 아시아 최고 수준의 팀으로 거듭날 수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보였다는 평가입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축구를 하면서 기본기를 탄탄히 다졌고, 여자 축구에 밝은 지도자 최인철 감독의 뛰어난 지도력을 바탕으로 어린 선수들이 대담하고 자신감 넘치는 경기를 보여주면서 오늘날의 쾌거를 이룰 수 있게 됐습니다. 그야말로 모든 박자들이 골고루 어우러진 기분 좋은 쾌거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으로 만족해서는 결코 안 될 것입니다. 아직까지도 걸음마 단계라 할 수 있는 한국 여자 축구는 이번 U-20 여자월드컵 4강을 계기로 성인 여자월드컵에도 도전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발판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아직 성인 여자월드컵에 2003년 단 한 번 밖에 출전하지 못한 한국 여자 축구는 이번에 두각을 나타낸 젊은 선수들과 더불어서 앞으로도 꾸준하게 기량 좋은 선수들을 배출해서 밑바닥 환경부터 탄탄하게 갖춰 나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가용할 수 있는 선수가 많아야 경쟁이 이뤄지고, 그 경쟁 속에서 우수한 선수들이 배출돼 월드컵에서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국 여자 축구는 초,중,고,성인 팀까지 모두 65개 팀, 1404명에 불과할 만큼 규모나 질적인 면 모두에서 열악한 면이 남아있습니다. 오히려 여자 축구팀이 점점 사라질 만큼 저변이 점차 줄어들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은 이번 쾌거가 '일회성'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게 만들기까지 하고 있습니다. 이미 어렸을 때부터 잠재적인 선수들을 잘 키워 오늘날의 쾌거로 이뤄낸 것을 확인한 만큼 축구계 전반이 합심해서 여자 축구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는 진정한 방안을 찾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국가대표에 꾸준하게 투자한 것  만큼이나 대한축구협회를 비롯해서 여자축구연맹, 각 기업들이 여자 축구에도 지속적인 투자,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더 큰 꿈을 이룰 수 있는 지름길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번 4강 진출을 통해 기적 같은 쾌거를 이뤘지만 여자 축구 최고의 꿈을 이룬 것이 아니라 가능성을 보았을 뿐이었습니다. 그 가능성을 '꿈*이 이뤄질 수 있는' 진정한 강한 실력으로 이어가기 위한 노력은 정말 이제부터 시작일 것입니다. 우수한 선수, 지도자를 통해 남자 축구 못지않게,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의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을 갖고 있는 여자 축구가 'FIFA 랭킹 1위를 할 수 있는 그 날까지' 꾸준하게 발전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또한 드라마틱한 삶을 살면서도 꿋꿋하게 어려움을 이겨내며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일궈낸 젊은 여자 축구 선수들에게도 웃음꽃이 피어나고 마음껏 그라운드를 누비면서 훗날 더 위대한 '우생순'을 만들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대학생 스포츠 블로거입니다. 블로그 http://blog.daum.net/hallo-jihan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스포츠를 너무 좋아하고, 글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김지한  talktojih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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