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MBC 월화드라마 '검법남녀'의 제작진이 초장기노동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익명의 제보자가 밝힌 '검법남녀'의 촬영 스케줄에 따르면 해당 프로그램 제작진은 하루 평균 3~4시간의 수면 시간만을 보장받은 채 촬영에 임하고 있었다.

관련 제보를 접수한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이하 한빛센터)는 MBC에 제작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하는 한편, 이번주부터 주요방송사 제작발표회 현장에 제작진들의 적정 노동시간을 촉구하는 시위를 계획 중에 있다. MBC는 공문 접수 이후 '검법남녀'의 촬영스케줄에 휴식시간 보장 등 스태프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했다며 오는 7월부터 실시되는 근로기준법 개정과 관련해서도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 중에 있다고 밝혔다.

MBC 월화드라마 '검법남녀' 포스터.

'검법남녀'에서 제작진으로 일하는 친구를 대신해 '한빛센터'에 익명 제보한 A씨는 "제발 검법남녀 촬영장에 조사 좀 나가주셨으면 한다"며 5월 29일부터 6월 1일까지의 '검법남녀' 촬영 스케줄을 전했다. 이에 따르면 제작진에게 부여된 평균 휴식 시간은 3.5시간, 나머지 시간은 전부 프로그램 제작 시간으로 쓰였다.

A씨는 "실질적으로 스태프들을 고용하고 계약한 사람들은 정말 인권이 뭔지 모르는 사람들인가 보다"라며 "이건 정말 너무한 것 아닌가. 버스 이동 중에 자는 것, 현장에서 조는 것이 쉬는 건가"라고 분개했다.

이어 A씨는 자신을 "방송 일을 3년 정도 하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스케줄 때문에 그만 둔 이상 대신이라도 신고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개하며 "익명을 부탁드리는 이유는 제 친구가 프리랜서이기 때문이다. 신고를 했다는 게 알려지면 제작사·방송사 측에서 앞으로 (계약을)꺼리게 될 것이다. 그래서 늘 친구는 하소연만 했다"고 털어놨다.

또 A씨는 "제작사 내부에 제작이사라는 사람은 친구가 SNS에 '밤샘촬영 힘들다'라는 식의 게시물을 올리면 제작사가 신고당한다고, 게시물을 올리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고 전하며 "신고 당하는 걸 알면서도 이렇게 일을 시켰다고 이해하면 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한빛센터는 해당 문제와 관련해 지난 8일 MBC에 드라마 제작 환경 실태조사와 개선책 마련을 촉구하는 공문을 넣었지만 아직 이렇다 할 회신을 받지는 못했다고 답했다. '검법남녀' 제작사 관계자는 18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해당 문제는 MBC와 상의하셔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검법남녀' 제작 환경에 대한 결정권이 MBC에게 있는가"라는 질문에 관계자는 "그렇다"고 답했다.

MBC 관계자는 해당 문제와 관련해 "검법남녀 제작팀에 접수된 공문 내용을 보내고 제작 환경을 시정하도록 했다"며 "주요 요구사항은 휴식시간 보장인데 이는 문제발생 직후 반영이 됐다"고 밝혔다. 또한 7월부터 실시되는 근로기준법 개정과 관련해 MBC는 MBC내부에서는 물론, 제작사와도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논의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탁종열 한빛센터 소장은 "'검법남녀'는 MBC 직원이 직접 감독을 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MBC가 직접 지시를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MBC 스태프가 100명이 넘는데 그 사람들의 근로자성이 전부 부인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7월 1일 근로기준법 시행까지 환경 개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감독을 직접 고발할 것"이라고 고발 가능성을 시사했다. 오는 7월 1일부터는 2018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시행돼 300인 이상 기업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이 주당 최대 68시간으로 제한된다.

한편, 한빛센터는 이번 주부터 약 두 달간 주요방송사의 드라마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방송 제작 환경 개선을 촉구하는 시위를 계획 중에 있다. 탁 소장은 "드라마 제작환경 개선에 가장 큰 권한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감독(PD)라고 본다"며 "드라마 제작 PD와 작가, 주연배우들에게 관련 문제 해결에 나서달라는 시위를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한빛센터는 오는 21일 열리는 MBC 새 일일드라마 '비밀과 거짓말'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첫 시위를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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