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넘쳐나는 시대다. 다매체 시대 시민이 곧 기자라는 구호를 내세운 대안 언론사가 나온 지도 오래다. 모두가 언론인이 될 수 있는 환경은 축복이자 재앙이기도 하다. 묻지마 기사와 가짜 뉴스들이 넘쳐나는 시대, 저널리즘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흥미롭다.

기레기와 기자 사이;
강효상 의원이 아닌 조선일보 기자가 나와 언론의 가치를 말했어야 한다

가짜 뉴스는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 '가짜 뉴스'가 일상으로 들어오게 된 계기는 지난 미국 대선에서다. 트럼프 당시 후보자가 '가짜 뉴스'와 관련한 언급을 하고, 실제 '가짜 뉴스'가 트럼프 당선에 큰 공헌을 했다는 후속 보도가 쏟아지며 논란은 거세졌다.

국내에서도 '가짜 뉴스'는 최순실 사건이 터지면서 본격적으로 우리에게 찾아왔다. 박근혜 탄핵과 관련해 쏟아진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일부는 '가짜뉴스'를 만들고 퍼트리고 소비하며 주장하는 기괴한 상황극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KBS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 토크쇼 J>

이명박근혜 시절 언론 탄압은 극심했다. 그렇게 길들여진 언론은 스스로 '기레기'가 되는 것에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돈 권력과 정치권력의 하수인이 되기를 자처한 언론을 국민들이 외면하는 것은 너무 당연했다. 언론을 외면하던 국민들은 '세월호 참사' 보도를 보며 본격적으로 '기레기' 규탄에 나서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가치를 전 세계에 알렸던 '촛불집회'에서 버림받은 언론의 현실은 하나의 변곡점이 되었다. 권력의 종 역할을 자처했던 언론들은 시민들에게 취재를 거부당했다. 광장에서 배척된 언론들, 심지어 MBC는 로고를 떼고 도둑 촬영을 해야 할 정도로 심각했다.

지난 10년 동안 무너지고 사라진 언론의 역할이 하루아침에 완전히 복원되는 것은 힘든 일이다. MBC 사례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는 대목이다.

MBC 최승호 사장이 누구인가? <PD수첩>을 통해 탐사 보도의 가치를 증명해온 언론인, 이로 인해 그는 해직 기자가 되어야 했다. 부당하게 해직당한 기자들이 모여 만든 <뉴스타파>에서도 그들은 '기레기'들은 절대 할 수 없는 탐사 보도에 주력했다. 그런 그가 극적으로 MBC 사장이 되면서 큰 변화는 이어졌다.

KBS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 토크쇼 J>

최승호 사장 하에 MBC라고 하지만, 모든 것인 ON/OFF 스위치처럼 간단하게 해결될 수는 없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세월호 참사'를 조롱하는 영상이 나와 물의를 일으켰다.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상황이 최승호 사장의 MBC에서 나왔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KBS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MBC보다 늦게 사장이 교체되며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지만, 불안을 떨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구성원들 간 차이가 컸던 만큼 정상화의 기간 역시 길어질 수밖에 없다.

<저널리즘 토크쇼 J>는 그런 점에서 반갑다. KBS 구성원 스스로 자신들이 어떤 길을 걸어갈 것인지 되묻는 자리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자기 단속을 통해 '기레기'라는 오명을 벗어던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모든 변화는 그렇게 시작되기 때문이다.

첫 회 두 가지 오보 사건을 통해 대한민국 언론의 문제를 지적했다. 로라 비커 BBC 한국 특파원의 기사를 작위적으로 해석한 기사와, YTN의 오보 사건이 그것이다. 외신을 번역하는 것은 중요하다. 어떻게 번역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전달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KBS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 토크쇼 J>

BBC 로라 비커 기자는 국내 취재를 통해 극우와 진보 성향의 많은 이들을 만나 인터뷰한 후 기사를 작성했지만, 이를 번역해 보도한 국내 언론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오독하거나 의도적인 오보를 했다.

로라 비커 기자가 자신의 SNS를 통해 제대로 번역해 달라는 요청까지 할 정도로 국내 일부 언론의 외신보도 인용은 큰 문제로 작용한다. 그 오보가 결국 '가짜 뉴스'를 만드는 재료가 된다는 점에서 더 문제다.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한 국제관계가 살얼음 위를 걷는 상황에서 일부 언론의 자극적인 보도는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드루킹 사건'을 확대 해석해서 정치적 의도로 악용한 언론 보도는 처참할 수준이다. '드루킹 사건'만이 아니라 '이재명 논란'까지 연일 화제로 삼으며 논란 만들기에 나서는 언론의 행태는 왜 국민들이 '기레기'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지 알게 한다.

'김경수 의원 압수수색'이라는 YTN의 보도는 오보였다.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작위적으로 내보낸 이 보도는 결과적으로 국내 언론이 그동안 어떤 보도를 해왔는지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무엇을 위한 언론인지 알 수 없는 언론 환경에서 '한국 언론이 나아갈 길'을 찾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KBS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 토크쇼 J>

청와대의 조선일보에 대한 경고와 관련해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을 초대해 입장을 듣는 과정은 옥에 티였다. 조선일보 출신 자유한국당 의원은 공개적으로 조선일보를 공격하며 언론 길들이기에 나섰다.

초선의원이라 힘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강 의원은 홍준표 전 대표의 핵심 측근이었다. 홍준표 전 대표가 전권을 휘두르던 시절 대변인이었던 강 의원이 조선일보가 청와대에 굴복했다며, 비난하고 언론의 방향성의 제시하고 요구하는 것은 월권이다. 그럼에도 이를 심각하게 여기지 못하는 것은 그들이 그동안 어떻게 언론을 지배해왔는지 보여주는 예로 다가온다.

강 의원이 아니라, 그 자리에 조선일보 기자를 불러 그들의 입장을 묻는 게 더 바람직했다. 정치적인 수사를 앞세워 무의미한 입장 표명만 할 것이라는 것은 제작진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효상 의원을 섭외한 것은 여전히 언론이 정치권 눈치를 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조선일보 기자를 섭외해 청와대의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직접 묻는 것이 취지에 맞았다.

첫 회 의미 있는 논의를 하기는 했지만, 모호한 수준이었다. 언론계를 강력하게 비토하는 자리도 아니었고, 일정한 경계 선상에서 그동안의 현상을 이야기하는 수준으로는 아쉬움만 남길 뿐이다. 그런 점에서 <저널리즘 토크쇼 J>는 좀 더 독해져야 한다. 자극적일 이유는 없지만, 언론 본연의 자세에 대한 보다 냉정하고 날카로운 비판이 더해져야 할 것이다. 시작치고는 나쁘지 않았지만 더 아쉬움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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