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가 독일을 잡았다. 이변이다. 지난 대회 우승팀인 독일은 유럽 예선에서도 독보적인 실력을 보였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즐비한 독일은 누가 뭐라 해도 강팀이다. 하지만 그 자만이 결국 발목을 잡았다. 독일 팀엔 패기도 없고, 체력도 좋아 보이지 않았다.

철저하게 준비한 멕시코, 전차군단 독일 완전히 무너트렸다

독일이 패배할 것이라고 본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러시아 월드컵 전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독일을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았다. 30여 년 동안 8강 이하로 떨어져 본 적이 없는 독일은 당대 최고의 팀이다. 최근 경기에서는 메이저 대회에서 4강 이상 떨어져 본 적이 없는 막강한 팀이다.

멕시코는 분명 중남미 전통의 강호다. 비록 우승과는 거리가 멀지만 월드컵에 진출하면 16강에는 무조건 올라설 정도로 탄탄한 실력을 갖춘 팀이다. 하지만 멕시코가 독일을 잡을 수 있을지는 누구도 쉽게 예측할 수 없었다.

독일이 멕시코에 대승을 거둔다면 우리 팀에겐 좋은 시나리오다. 이어지는 스웨덴 전까지 연승을 이어가며 일찌감치 16강 진출을 앞두고 마지막 경기로 우리와 대결을 벌인다는 점에서 독일의 연승은 중요했다. 하지만 독일이 멕시코에 잡히며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17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독일-멕시코 경기에서 멕시코 이르빙 로사노(22)가 첫 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멕시코는 독일을 무너트리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과거 한국 대표팀이 최고의 성적을 올리던 시절 투지를 앞세워 상대를 압박하던 것과 마찬가지였다. 양 윙어와 센터가 삼각편대가 되어 빠르게 공격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스피드가 우월했던 멕시코를 독일 수비가 제대로 막아내지 못했다. 기본적으로 스피드에서 밀린 독일이 멕시코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은 마지막 순간까지 찾지 못했다. 독일의 공격은 무뎠다. 공격이 이어지기는 했지만, 결정적이라는 생각이 드는 장면이 없을 정도였다.

모두가 슈퍼스타라 해도 과언이 아닌 독일 선수들은 말 그대로 이름값을 하지 못했다. 전반 35분 로사노가 치차리토가 패스한 공을 독일 수비수들을 제치고 골을 성공시키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독일 수비수들은 발이 무거워 보였다. 좀처럼 멕시코의 빠른 스피드와 기교를 막아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여기서 더 중요하게 다가오는 것은 멕시코의 이후 경기 지배력이다. 전반 35분 한 골을 넣어 리드를 끝까지 지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무조건 수비만 한다고 막을 수 있는 경기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멕시코는 강했다. 첫 골을 넣은 후 멕시코의 전략은 선수비 후공격이었다.

수비를 단단하게 하고 빠른 역습을 노리는 전략은 독일을 더욱 지치게 했다. 후반에는 독일 선수들이 역습하는 멕시코 선수들을 제대로 막을 수 없을 정도였다. 독일 선수들은 모두가 지쳐 있었고, 무거운 몸은 좀처럼 멕시코의 스피드에 대응할 수 없을 수준이었다.

17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독일-멕시코 경기에서 독일 토마스 뮐러(가운데)가 멕시코 수비들과 공중 볼을 다투고 있다. Ⓒ연합뉴스

멕시코 선수들이 조금만 침착하게 경기를 했다면 최소한 3골 이상이 나왔을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독일은 0-1로 졌다는 사실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느꼈을 듯하다. 죽음의 조인 F조에서 멕시코가 독일을 잡으며 우리 팀의 앞날은 복잡해졌다.

대한민국이 그나마 16강 진출을 하기 위해서는 조 2위를 노려야 했다. 독일이 조 1위를 할 것이라는 예상 후 모든 전략을 짠 상황에서 멕시코가 독일을 잡으며 경우의 수는 혼란스럽게 되고 말았다.

말 그대로 한국이 3연승 하면 손쉽게 16강에 올라간다. 하지만 당장 스웨덴과 경기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가득한 상황에서 3연승은 무리한 희망이다. 한국은 두 번째 경기로 멕시코와 대결한다. 이 역시 최악의 상황이 되고 말았다. 독일을 꺾고 기가 산 멕시코를 상대로 한국 대표팀이 얼마나 선전을 할지 알 수 없다.

멕시코를 상대로 어떤 방법으로 이길 수 있는지 대표팀이 전략을 가지고 있을까. 지면 페이크라고 이야기하는 상황에서 정말 세상을 놀라게 할 전략이 있는지 의문이니 말이다. 멕시코의 전략은 우리가 추구하는 전력과 같다.

유럽 두 팀을 상대로 하는 한국과 멕시코는 그들보다 한 발 더 빨리 움직여야 가능성이 있다. 멕시코는 빠른 발을 이용해 공간을 만들었다. 그에 비해 자만한 채 첫 경기에 나선 독일은 시작과 함께 멕시코의 강력한 공격에 모든 것이 뒤틀리고 말았다. 이후 좀처럼 자신의 페이스를 찾지 못하고 졌다는 점에서 한국의 스웨덴 경기의 해법도 나왔다.

손흥민이 28일 오후 대구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 온두라스의 국가대표 축구 평가전에서 첫 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다 빠르게 움직이며 공간을 만들고 골 결정력을 높여 승리를 얻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스웨덴은 강력한 피지컬을 앞세워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멕시코처럼 철저하게 대비가 되어 있다면 못이길 팀이 아니다. 충분히 대승을 얻을 수도 있는 팀이다.

경우의 수는 무수히 많아졌다. 스웨덴을 무조건 잡고, 그 기세를 몰아 멕시코까지 잡는다면 한국의 16강은 당연하다. 최소한 멕시코와 비기기라도 한다면 마지막 독일과 경기에 모든 것을 걸어볼 수도 있다. 한국 팀 전략은 단순하다. 모든 경기를 이긴다는 생각으로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되었다.

멕시코가 독일을 이긴 것은 엄청난 실력 차가 있어서 얻은 결과가 아니다. 독일보다 멕시코 대표팀 선수들이 승리에 대한 갈증이 더 강렬했다. 승리를 위해 절박하게 움직이는 멕시코를 독일은 당해내지 못했다. 독일 팀의 자만은 숨 막히게 압박한 멕시코에 의해 무너졌다.

한국 대표팀의 승리 방정식을 멕시코가 보여주었다. 손흥민은 그 어느 팀에서도 주전으로 뛸 수 있는 핵심 선수다. 그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다. 골 결정력이 누구보다 뛰어난 손흥민, 그리고 그를 도와줄 선수들이 사력을 다한다면 못 이길 팀은 없다. 이를 멕시코는 증명했다. 공은 언제나 둥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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