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아버지의 직업은 자영업. 사업 실패 후 이사 다닐 때마다 보기 가여워. 청렴결백 이미지라 주머니는 가벼워. 근데 꼴에 섹스할 땐 18만원 나가요"

이것이 대중들에게 들으라고 음반에 담은 가사 내용이라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힙합 뮤지션들 사이에 흔히 벌어진다는 디스라 할지라도 이건 디스라 할 수 없는 패륜적 내용을 이미 담고 있다. 이 곡은 스윙스가 피쳐링했다.

비지니스는 변절한 옛 동료를 디스하기 위한 목적의 디스라고 했으나 가사 내용엔 그 상대방의 아버지를 언급하고 있다. 더군다나 청렴결백을 비아냥 거리는 내용은 그의 윤리적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니 고인에 대한 잔혹한 언급도 거침없이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것을 표현의 자유라고 동의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곡에서 고 최진실과 그의 자녀들 이름을 거론한 가사는 차마 옮겨올 수가 없다. 힙합에 대한 이해가 옅어 미국 래퍼들 사이에서 흔히 벌어진다는 디스의 자세한 내용은 알 길이 없지만 그들의 디스 수준과 굳이 비교할 필요는 없다. 미국과 한국이 비록 같은 음악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 안에 담을 내용과 정서는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로마에서는 로마법이라는 아주 단순한 이유 때문이기도 하지만 힙합의 기본정신이라는 저항은 아무리 본토라 할지라도 그것을 답습하지 않는 독창성의 추구를 포함하는 개념일 것이라 생각한다. 때문에 미국의 디스가 어떤 수준까지 언급하느냐는 굳이 알아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된다. 우리는 지금 한국 힙합뮤지션들의 음악을 듣고 있다.

힙합도 오버 그라운드와 언더 그라운드가 구분되고, 언더쪽은 오버에 비해 한층 더 표현에 자유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가 존중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아무런 전제 없이 동의하겠지만 일시적인 라이브 디스도 아니고 영원히 남을 음반이라면 사정은 많이 달라진다.

상대방의 부모를 패륜적으로 욕하고, 유명을 달리한 유명 연예인과 그의 자녀들을 그 가사 뒤에 담는 이런 행위를 예술이라고 인정해야 할까? 예술을 모른다고 손가락질을 당하는 일이 있어도 이런 것은 예술이 아니라 쓰레기일 뿐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이런 것이 힙합이라면 영원히 가까이 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비즈니즈가 디스한 것은 변절했다는 옛 동료가 아니라 힙합 자체임을 알고나 있는지 모를 일이다. 이 일로 인해 힙합은 도매급으로 비호감 이미지를 뒤집어 쓰게 됐다. 그러나 스윙스는 사과문을 게재하는 성의라도 보였지만 이 가사를 옹호하거나 부추기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더 충격적이다. 힙합마니아라면 다 아는 국내 최대 힙합웹진인 힙합플레야 게시글과 댓글들을 보면 이번 일이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힙합문화 자체에 심각한 문제가 독버섯처럼 자라고 있음을 알게 된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문스윙스가 겨우 이런 일로 자존심 상하게 사과문이나 올리고. 자존심과 실력 두개로 먹고살던 그들이 아니었나요?” “그냥 뭐 최진실씨나 가족을 비하한 것도 아니고 언어유희인데 갠적으로 문제 안된다고 봄”

힙합플레야에 “진정한 랩퍼라면 소신을 굽혀서는 안된다”는 글에 달린 댓글 중 일부이다. 도저히 보는 눈이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물론 이런 주장을 펴는 사람은 일부에 불과하며 대부분은 “견적 나오지 않는 뻘글”이라는 반응이다. 그렇지만 일부에 불과할지라도 위협과 공포를 느끼게 했다. 또한 자연을 논하기 전에 힙합이 자유를 위해서 어떤 헌신과 희생을 이 땅에 쏟았는지도 묻고 싶다.

디스를 포기한다고 선언한 50센트와 '불편한 진실' 피쳐링한 스윙스
현재 오버 그라운드에서 활동하는 힙합뮤지션들에 대한 이미지도 결코 좋지만은 않은 상황에서 언더 뮤지션까지 크게 한 건을 터뜨리게 되어 힙합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대단히 악화될 것이다. 그런 속에서 한 신입 힙합그룹의 인터뷰 내용은 그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 뼈를 깍는 노력이 필요함을 시사하고 있다.

“욕먹는 게 좋은 게 아니지만 진짜 무서운 건 무플인 것 같아요. 그래서 관심을 못 받을 바에는 차라리 욕먹는 음악을 하자는 생각이에요” -한 신인그룹의 인터뷰 내용 중-

한편, 이 논란의 주인공 비즈니즈는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뮤지션이 아니다. 이것이 어떻게 대중에 널리 알려졌는지도 의문인데, 보도되지 않는 편이 더 나았을 것이라 생각된다. 긁어 부스럼이라는 말처럼 된 사건이다. 극히 소수의 힙합매니아들 사이에 디스와 맞디스의 해프닝으로 끝났어야 할 일이 너무 커진 듯한 느낌도 있다. 이번 논란이 마케팅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유포된 것은 아니기를 바란다. 또한 해당 곡에 대한 음원삭제 등 현실적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