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 주의 Best: 띵작 예능 <방구석1열> (6월 15일 방송)

지난해 JTBC <전체관람가>를 통해 독립영화를 화두로 던진 제작진이 이번에는 명작 영화 다시보기로 시청자를 찾았다. 바로 <방구석1열>이다.

JTBC <방구석1열>

윤종신이 메인 진행을 맡고, 장성규 아나운서가 보조 진행자로서 자료 조사를 맡았다. 변영주 감독이 영화인들과 진행자, 시청자 사이에서 중간 역할을 하면서 영화적인 정보나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당한다. 그리고 매회 띵작(명작을 일컫는 신조어)을 분석할 배우, 감독, 전문가들이 출연한다.

지난 15일 방송된 <방구석1열>의 띵작은 <살인의 추억>과 <추격자>였다. 연쇄살인을 주제로 했다는 점, 영화 안에 당대 사회상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연결고리가 있는 두 영화였다. <살인의 추억>에서 조용구 형사 역을 맡은 배우 김뢰하, 이경미 감독 그리고 범죄심리전문가 이수정 교수가 출연했다. 배우, 감독, 전문가 세 박자를 고루 갖춘 섭외였다. 덕분에 영화에 대한 이야기, 감독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연쇄살인에 대한 전문가 의견까지 고루 들으면서 영화 분석이 더욱 풍성해졌다.

JTBC <방구석1열>

<방구석1열>이 독보적인 영화 예능인 건, 단순히 영화의 흥행이나 유명세를 논하는 것이 아니라 그 영화가 가지는 영화적, 사회적, 정치적 의미를 매우 꼼꼼하게 분석했기 때문이다. <살인의 추억>에서 범행 현장을 경운기가 아무렇지도 않게 밟고 지나가는 장면은 당시 열악한 수사 상황을, 조용구 형사가 백광호(박노식)와 몸싸움 중 백광호가 휘두른 못에 찔려 다리를 잘라야 하는 장면은 경찰의 가학수사를 상징한다. 배우 송강호의 애드리브 대사였던 “밥은 먹고 다니냐” 역시 예능적으로 재밌게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각 패널이 자신의 생각대로 해석하면서 영화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봉준호 감독도, 배우 송강호도 없었지만, 전혀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굉장히 풍성한 영화 품평회 자리였다. 무려 6명의 패널이 출연했지만 누구 하나 소외되거나 역할이 중복되지 않고, 각자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했다. 가령 이경미 감독은 ‘봉테일’ 봉준호 감독의 특성을 주로 분석했다면, 변영주 감독은 영화 자체를 분석 대상으로 삼아 깊이 있는 분석을 내놓았다.

JTBC <방구석1열>

MBC <출발비디오 여행>, SBS <접속 무비월드>가 신작 영화 여러 편을 두루 소개하는 영화 프로그램이라면, <방구석1열>은 오래 전 개봉했지만 여전히 회자되는 띵작 2편에 집중한다. 띵작 영화를 다루는 띵작 프로그램이다.

이 주의 Worst: 치정멜로만큼 격하게 감정적인 <검법남녀> (6월 11~12일 방송)

<방구석1열>의 이수정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과학수사는 세계 톱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 과학수사를 다루는, 그중에서도 과학수사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부검을 핵심 주제로 내세운 드라마 MBC <검법남녀>는 너무나도 비과학적이다.

MBC 월화드라마 <검법남녀>

시작부터 감정적인 드라마는 아니었다. 남편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타살로 위장한 아내의 자살, 유산 상속을 받기 위해 살인까지 불사하는 여자의 이야기를 다룰 때만 해도 범인을 찾는 긴장감이나 사건을 풀어나가는 몰입감이 있었다. 그러나 법의관 마도남(송영규)의 아들 성재 자살 사건부터 <검법남녀>의 정체성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가장 경악했던 장면은 성재가 평소 복용하는 약물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은솔(정유미) 검사가 직접 약물을 복용하는 장면이었다. 그 약물들은 마약으로 분류되는 굉장히 위험한 약들이었다. 한꺼번에 수 개의 약을 복용한 은솔은 집에서 쓰러진 채 백범(정재영)에 의해 발견되었다. 명색이 법의학 드라마인데, 스스로 마루타가 되는 검사 캐릭터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제작진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은솔이 그 약물에 기대 자신의 과거 상처를 고백하는 계기까지 만들어냈다. 남자 주인공 백범이 여자 주인공 은솔의 과거를 어렴풋이 알아차리는 순간이기도 했다. 약물 복용을 통해서만 그런 고백이 가능했던 것일지 아직도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

MBC 월화드라마 <검법남녀>

성재 자살 사건이 마무리 된 후, 다음 사건은 강현(박은식) 검사의 수사관 사망 사건이었다. 국과수 주변 인물이 연이어 사망하는 상황에서, 법의관과 형사 및 검사들은 굉장히 감정적인 인물로 돌변할 수밖에 없었다. 강현 검사는 수사관의 마지막 통화 상대가 백범이었다는 사실만으로 그를 살인자로 지목했다.

검사가 증거 수집을 하면서 수사하는 모습보다, 법의관에게 언성을 높이며 범인으로 몰아가거나 후배 검사에게 마음을 고백하는 모습이 더 많이 나온다. 강력계 형사와 국과수 연구원의 뜬금없는 로맨스는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한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부검실에서 연애하는 이야기’가 더 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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